'말 아끼는 삼성' 13점차 뒤진 팀의 도루, 불문율 위배?②

대구=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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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좌)과 이승엽.


삼성 박해민이 3회 13점 차로 뒤진 상황서 도루를 시도했다. 그러자 두산 선발 니퍼트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 결국 박해민은 이닝 교대 때 니퍼트에게,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두산 쪽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기 후에도 양 팀의 수장이 따로 만나 오해를 풀었다. 삼성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삼성전. 삼성 박해민은 팀이 1-14로 뒤진 상황서 선두타자로 나와 투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어 김성훈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은 도루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기록도 무관심 도루. 그런데 두산 니퍼트가 박해민을 향해 화를 냈다.


사실 니퍼트는 이번 등판을 앞두고 다소 예민한 상태였다. 이 경기를 앞두고 가장 가깝게 치른 3경기 평균자책점이 16.78일 정도로 좋지 못했다. 이날 경기서도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홈런포를 얻어맞았다. 특히 배영섭에게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로 번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어 3회에는 선두타자 박해민을 자신의 실책으로 1루에 내보냈다. 공을 잡은 뒤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이렇게 예민할 수 있는 상황서 박해민이 2루로 도루를 감행했고, 니퍼트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결국 박해민은 이닝 교대 때 수비를 나가면서 니퍼트에게 모자를 벗어 사과했다.

그런데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도루를 자제하는 건 익숙하다. 그러나 크게 지고 있는 상황서 박해민이 도루를 감행했다. 두산 관계자는 "도루 수비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서 (박해민이) 뛴 부분에 대해 니퍼트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앞서 삼성이 수비를 먼저 뒤로 빼 우리도 뺐는데, 도루를 시도했다"며 이는 불문율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경기 후 만난 김한수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한 질문에 "김태형 감독님께서 오셔서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상황이 좋게 마무리됐다. (수비가) 뒤로 빠지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있는데, 거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잘 마무리됐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중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삼성의 베테랑 이승엽 역시 두산 쪽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승엽은 이 상황에 대해 "수비가 뒤로 빠진 상황이었는데, 조금 어려운 문제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통상적으로 경기 막판 크게 이기고 있는 팀에서 도루를 할 경우, 불문율을 어긴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9회 15점 차로 이기고 있는데, 도루를 감행한다면 다음 경기 때 빈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불문율의 기준이 모호하다. '타고투저'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5일 인천 SK-KIA전. SK는 1회와 3회,4회 각 4점씩 뽑으며 4회말까지 12-1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KIA는 5회초 대거 12점을 올리며 경기를 13-12로 뒤집었다. SK가 8회 6점을 뽑으며 18-17로 승리하긴 했지만, 과연 '한국야구에서 어느 정도의 점수 차 정도면 안심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경기였다.

이날 삼성이 비록 2회 0-14로 뒤지고 있었지만, 위 KIA-SK전을 참고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점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날 삼성의 초반 수비 중 아쉬웠던 한 장면이 있었다. 2회초. 선발 정인욱에 이어 박근홍까지 흔들렸다. 결국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0-10이 됐다.

다음 타자는 류지혁. 박근홍은 2구째 1루 땅볼로 유도했다. 이때 삼성 1루수 러프가 공을 잡은 뒤 1루를 직접 밟았다. 이 사이 3루주자 에반스가 홈을 밟았다. 충분히 홈 승부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1점과 아웃카운트 하나를 맞바꾼 격이었다.

만약 접전 상황이었다면 러프가 안전하게 1루를 밟았을까. 그러나 러프는 점수 차가 크게 나자 그냥 안전하게 1루를 밟는 쪽을 택했다. 어떻게 보면 사실상 수건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비였다.

야구에서 불문율은 예의를 중시하고 서로 간 존중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불문율은 한국과 미국이 다르고, 미국과 일본이 다르다. 그 나라 고유의 야구 문화를 바탕으로 불문율도 자연스럽게 정립된다.

특히 도루와 관련해 불문율이 많다. 야구에서 다칠 가능성이 가장 큰 게 도루다. 이에 승부가 거의 기운 경기 후반 큰 점수 차에서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도루를 자제하자는 암묵적인 합의를 한다. 그러나 이번 두산-삼성전은 초반이었다. 불문율을 생각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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