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귀향'의 그 소녀 강하나, 이제야 털어놓는 이야기

영화 '귀향' 이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배우 강하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9.15 19:00 / 조회 : 7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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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배우 강하나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강하나. 그녀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도 '귀향'의 소녀 정민이라면 많은 이들이 그녀를 기억해낼 것이다. 지난해 358만의 관객을 모은 영화 '귀향'에서 그녀는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얼굴로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의 고통을 그려냈다. 이 다부진 재일교포 4세 배우는 영화 '귀향'에 이어 개봉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고 다시 관객과 만났다.


'귀향'에 나온 여러 소녀들 중에서도 막내인 강하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뜻에 공감해 중학교 2학년의 나이로 기꺼이 '귀향'에 동참했다. 하지만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당시엔 신변의 위협 때문에 인터뷰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됐다는 강하나는 '귀향'을 잇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고서 홀로 한국에 왔다. 험악했던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알리고 더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그녀는 듬직하고도 기특했다. 이제야 털어놓는, 강하나의 '귀향' 그리고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난해 초 '귀향' 개봉 당시엔 신변 위협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이번엔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사실 긴장된 분위기는 그 사이 더 나아진 게 없다.

▶그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황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결심이 바뀐 것이다. 좀 무섭기는 했다. 그래도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됐고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러며 이 자리에 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당시 신상이 공개되는 등 어린 배우로서 겪어내기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당시에 인터넷 상에 이름과 나이, 주소 등이 모두 공개되는 등 위협이 있었다. 두렵기도 했고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대외적인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일은 없었다. 하지만 경찰에 신변 보호를 문의하고 변호사를 찾기도 했다.

-'귀향'은 개봉 당시 흥행 면에서 성공했고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나서지 못하고 뒤에 있었던 셈인데.

▶개봉하고 그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영화관에서 보여주실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 실감이 안 났을 정도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배우들 모두 그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감독님 영화나 강하나 서미지의 영화가 아니라 할머니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가장 주목받아야 할 것은 배우가 아니라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귀향'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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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 / 사진='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스틸컷


-새롭게 선보이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봤나.

▶할머니의 증언이 교차돼 첫번째 '귀향'보다 무겁고 슬펐다. 할머니들이 아마 그 아픈 소녀 시절을 생각만 해도 힘드실 것인데 증언을 해주신 것이 감사하고 조심스러웠다. 할머니들이 증언하실 때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평범한 여고생이 되어 교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추가됐다. 인상적이었다.

▶저도 고등학생이 됐다. 해당 장면은 지난해 5월에 한국에 와서 촬영했다. 우리 학교 교복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 속처럼 딱 붙는 스타일은 아니고 플레어 스타일이랄까.(웃음)

-배우 강하나가 궁금하다. '귀향'이 첫 영화라 들었는데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어머니(강하나의 어머니 김민수는 재일교포 극단 달오름을 이끄는 배우 겸 연극인이다)와 같이 4살 때부터 연극을 했다. '귀향'에 참여하면서 제가 왜 연기를 해야 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연기를 함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귀향'이란 너무 뜻깊은 영화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 '귀향' 식구들과 만나고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됐다. 그와 함께한 3년의 시간이 제게는 의미깊고 행복했다.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3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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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배우 강하나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귀향' 시나리오는 어머니가 전해주셨다고 들었다.

▶그렇다. 감독님께서 정민 역을 연기하지 않겠냐 제안해 주셔서 너무 영광이었는데, 실은 쉬운 영화가 아니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머니랑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시나리오를 읽고 저도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았다. 이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일들이 과거에 실제로 있었구나 하는 충격이 컸다. 어렸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어머니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정민 역을 제가 연기하면서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부모님도 걱정은 하셨지만 의미있는 영화라며 하는 게 옳다고 응원해 주셨다.

-일본에 살면서 영화를 찍었으니 두 배로 힘들었을 텐데.

▶중학교 2학년 말 겨울이었을 거다. 3개월 정도 학교를 쉬고 왔다갔다 하면서 찍었다. 그 전에도 연기 워크숍을 다녔다.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해야 해서 경상도 출신인 스태프에게 배우거나 고창 출신인 채리 언니에게 배우고 녹음해서 들으며 익혔다. 촬영 자체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계속 곁에 계셔주셨고, 제가 제일 어리다 보니 스태프도 많이 신경 써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특히 영화 촬영이 처음인 데다 저는 일본에서 살고 있으니 감독님과 자주 만나지 못해 불안했는데 어머니가 많이 지도해 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민이의 신 모두를 연습하고 자세히 분석했다. 안심이 됐고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께 정말 감사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위안부 소녀들의 끔찍한 경험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 소리가 너무 싫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고.

▶비명 소리를 듣고 위안소 세트를 경험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할까. 듣기 싫고 너무 싫었는데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른 소녀 역할 하신 배우들도 배려해 주셨다. 힘든 게 있으면 꼭 말하라고 해주셔서 어머니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소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같은 어려움, 아픔을 아는 사람들끼리가 더 위로가 됐다. 영화 속 소녀들처럼 우리끼리 위로하고 힘을 내는 분위기가 현장에도 있었다. 촬영을 안 할 때는 수다도 떨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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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배우 강하나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실제 강하나는 어떤가. 영화 속 정민이처럼 당차고 심지가 굳은 것 같다.

▶그런가.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감정에 기복이 있는 편인데 사실 그런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상담하는 걸 최근까지도 못했다. '귀향'을 통해 어머니와 학교 생활까지도 이야기하게 됐고 상담도 하게 됐다. 저라면 동창생들을 끌어가는 것이면 모를까 언니들까지 '나를 따라와' 이렇게 리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정민이가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 또 힘든 상황에서도 밝고 천진한 면이 부럽기도 했다.

-'귀향'은 강하나 자신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일본에도 '중2병'이란 말이 있다. 사춘기 예민한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다. 성장기라고 하는 시기에 참여를 할 수 있었던 게 제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제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 만약 이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저도 이 문제를 수업에서 배운 것만 알고 '아 슬프구나' 생각하는 정도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 참여하며 더 알게 됐고 다른 일본 교포 친구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었다. 오사카에 있는 민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친구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일본에서 '귀향'이 상영했을 때 같은 학년 친구들이 50명 넘게 와줘서 고마웠다.

또 그 전에는 배우를 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영화를 하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더 명확해졌다. 교포로서 일본에 살면서 배우를 하는 게 또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귀향'에 이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첫번째 영화가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가져달라,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고 말하는 영화라면 2번째는 이 영화를 잊지 말아달라, 계속 관심을 갖고 문제가 해결되게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자신이 겪은 지난 고통은 둘째 치고 후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하신다. 이 영화가 힘이 돼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귀향' 1편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아직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평화의 도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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