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완봉승' 신재영, 그가 던진 '108구' = '108번뇌'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14 06:05 / 조회 :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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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완봉승을 따낸 뒤 신재영이 9회 27개의 아웃을 잡은 뒤 '끝났다'라는 말을 생각한 순간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108번 꿰매 만든 야구공을 108번 던졌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좀 힘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괴로움을 훌훌 털어낸 완벽투였다.

넥센 히어로즈는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kt위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서 8-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신재영이었다. 9이닝 동안 5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NC 다이노스(8라운드 69순위)에 입단한 뒤 6년 만에 따낸 값진 프로 무대 첫 완봉승이었다.

그것도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올 시즌 2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127번째였다. 넥센 구단으로는 2012년 8월 11일 목동 한화전에서 나이트(현 넥센 코치)가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낸 뒤 두 번째로 나온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신재영은 지난해 중고 신인으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당연히 올 시즌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6월까지 점점 안 좋은 모습만 보였다. 평균자책점이 3.06(4월), 5.09(5월), 7.40(6월)으로 높아졌다.

결국 코칭스태프는 불펜으로 그의 보직을 변경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6월 27일 NC전 이후 78일 만의 선발 복귀전이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6월 3일 두산전 이후 102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경기 후 그를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이 다가갔다. 실로 오랜만의 수훈 선수 인터뷰였다. 신재영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 채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여러 차례 '간절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가 온 힘을 다해 던지면서 날려버린 건 '백팔번뇌(百八煩惱·불교에서 말하는 108가지 번뇌의 종류로, 인간이 겪게 되는 온갖 괴로움)'가 아니었을까.

다음은 경기 후 신재영과의 일문일답.

- 완봉승을 거둔 소감은

▶ 완봉승까지는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투구 수가 많지 않아 제가 감독님과 코치님께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그래서 완봉승까지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 원하는 곳으로 제구가 잘 됐나

▶ 그건 아니고, 운이 좋게 범타로 이어진 게 많았다. kt 선수들이 주로 몸 쪽 공을 노리는데, 그게 잘 된 것 같다.

-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든 생각은

▶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이후 완봉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타자를 꼭 잡은 뒤 내려가고 싶었다. 간절했었는데, 땅볼로 유도하면서 잘 됐던 것 같다.

- 9회 올라갈 때 완봉 욕심이 나던가

▶ 8회 이후 9회 욕심이 났다. 간절하게 던졌는데, 잘 풀린 것 같다. 야수들도 많이 도와줬다.

- 선발 복귀전이라 부담은 없었나

▶ 선발로 던지고 싶었지만 그건 욕심이었던 것 같다. 제가 공이 안 좋았다. 중간에서 공을 던지면서 좋아졌다. 선발 기회가 오면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잘 던지고 싶었다.

- 포스트시즌에 대한 생각은

▶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형들이 '너무 잘 하려고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난다'며 편안하게 하라고 하신다. 더 잘해야 한다.

- 원정 9경기가 남았다. 선발 욕심은

▶ 아니, 욕심은 없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중간에서라도 나가고 싶다. 이제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감독님이 원하는 자리에서 나가고 싶다.

- 나이트 코치가 10월 3일 최종전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크게 욕심은 없다. 저보다 잘 던지는 투수들이 앞에 있다. 정해주시면 나가서 열심히 던지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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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상대로 5승 무패인데

▶ kt를 만나면 제구가 좀 잘 되는 것 같다. 또 (윤)석민이 형이 많이 도와준 것 같다. 오늘 못 쳤기 때문이다(웃으며 농담조로). 그래서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 오늘 경기 하나로 많이 치유가 될까

▶ 이거 하나로 갚기엔 그동안 너무 못했다.

- 포스트시즌에서 생각하는 역할은

▶ 중간이나 선발이나 상관이 없다. 나가라고 하는 대로 나가고 싶다.

- 불펜으로 뛰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 그런데 지나다 보니 중간에 좋아진 것 같다. 마음 편하게 먹고 던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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