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만든 이유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조정래 감독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9.13 08:00 / 조회 : 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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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조정래 감독 / 사진=이기범 기자


2015년 2월 개봉했던 '귀향'은 기적의 영화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바탕으로 삼은 이 영화는 7만5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기획 14년 만에 완성됐다. 개봉 불과 몇 주 전까지 스크린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던 이 영화는 그러나 뜨거운 관심과 지지에 힘입어 2월 극장에 걸렸다. 그리고 358만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전세계 10개국 61개 도시에서 1300회 넘는 상영회가 이어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와 존재를 알리고 그 넋을 위로하려 했던 진심이 통한 셈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반. '귀향'의 연출자 조정래 감독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고 다시 관객을 찾았다. 영문도 모른 채 타지로 끌려갔던 소녀들의 고초를 고스란히 담아내 뜨거운 반응 속에서도 아쉬움을 샀던 화면과 이야기를 다듬고,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을 더했다. 할머니들에게 '아리랑'을 전하는 지금의 소녀 이야기도 추가됐다. 이 영화에 조정래 감독은 '귀향2'가 아닌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란 제목을 달았다. 궁금했다. 그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귀향'에 이어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왜 두번째 '귀향'을 만들게 됐나.

▶그간 10개 나라 61개 도시 돌면서 '귀향'을 상영했다. 너무나 많은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교민들이었고 시민사회단체, 인권운동단체 등도 있었다. 배급사에서 허락해 주셨고, 감독이 가면 상영이 가능하다 해서 영사기를 들고 간 적도 있다. 그러다 대학에서도 하고, 1주일에 한 번 꼴로 상영회를 하게 됐다. 이후 문답을 받는데 분위기가 뜨겁다. 나는 영화감독이 아닌가. 2~3시간씩 질문을 받기에 그에 답하려고 나눔의 집을 오가면서 공부하곤 했다. 그 중에도 공통된 질문이 있다. 아예 답변 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통역을 통하면 시간이 2배 넘게 걸리기도 해서다. 그게 3가지다. 이것이 사실이냐, 내가 뭘 하면 되겠냐, 그리고 후속은 무엇이냐. 그걸 보면서 '귀향,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본이란 나라의 이미지는 나이스하고 친절하고 돈 많은 친구들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전혀 다른 걸 보여주니까. 일본계 미국인들도 영화로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았다고 하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펑펑 울기도 했다. 계속해서 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나는 영화감독이 아닌가.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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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포스터


-시사회에서 영화를 선보이며 '귀향'이 반향을 일으킨 뒤에도 현실이 달라진 게 없다고 짚으며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재차 요구했는데.

▶그 사이에 할머니들이 정말 많이 돌아가셨다. '귀향' 영화를 시작할 때 46분이 계셨는데 지금 35분이 생존해 계신다. 포스터를 만들 때만 해도 37명이셨다. 그 중에도 거동이 불편한 분이 많다. 일본은 그럼에도 아직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인식은 있지만 움직임은 없다. 화해치유재단도 그대로 있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함께 아파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귀향'을 통해 이 문제를 알리게 됐지만, 이것이 잘못된 합의안을 깨고 할머니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끌어내는 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더욱이 지금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1순위가 됐다. 전쟁이 코앞인데 이게 문제냐는 식이 되면서, 조심스럽지만 전쟁위기란 한 방으로 넘어가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봐도 '귀향' 개봉 당시 바람이 대단했다. 신드롬과도 같았다.

▶그 극장을 열게 해주시고 영화를 봐주신 분이 국민들이고, 이렇게 해주신 분들의 명령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한 번 해봐' 허락해주시니 모든 과정이 기적이었다. 다 국민들이 개입을 하신 것이다. 여러가지 비판과 비난도 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것도 정말 감사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청소년들 대상 강연을 다녔는데 손편지도 많이 받았다. 나눔의 집 후원금도 2배 이상 느는 나비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다. 다시 한 번은 이 문제를 환기시키고 제대로 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동력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최고조라 하지 않나. 이 영화가 전쟁을 막는 바이러스라고 저는 말한다. 과격할 수 있지만, 진짜 전쟁이 나면 모든 게 끝나지 않나. 할머니들께서 말씀하시는 게 사죄와 배상 요구 그리고 전쟁이 결코 일어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반전 인권운동가들이시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또한 전세계를 돌면서 보여드리려 한다.

-'귀향'은 놀라운 히트영화이기도 했다. 수익도 꽤 됐을텐데.

▶3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보셨다. 당시 큰 영화들과 함께 걸렸던 걸 생각하면 더 엄청난 스코어다. 그 힘 때문에 교민들이 다 알게 되셨고, 관심이 관심을 낳으면서 요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교민에서 외국인으로 퍼졌다. 자비를 들여가며 상영하시는 분도 있다. 저희 또한 비용을 들였다. 후원자들에게 돌려드렸고, 스태프 배우들에게 돌아갔고, 영화 상영회와 이번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 제작사에는 얼마 안 남았다. 올해 말까지 버틸 만큼은 안된다. 저는 영화 수익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소녀들의 핏값'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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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조정래 감독 / 사진=이기범 기자


-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가. 영화는 '귀향'의 본편에 증언과 몇몇 다른 이야기, 아리랑을 함께 노래하는 부분 등이 추가됐다.

▶후원해주신 분들 시사를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5~6번 봤다는 분도 있지만 후원을 해놓고도 힘들어서 이 영화를 못 보겠다 하신 분들도 있었다. 1년에 걸쳐 조금씩 보셨다는 분도 있더라. 이번 영화는 본편을 보지 않고 이것만 봐도 이해가 갈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재개봉이냐 감독판이냐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귀향2'라고 하지 않고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한 게 그 이유다. 1편이 위로를 보내며 희생자들을 영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셔온다는 뜻을 담았다면, 이번 영화는 그 마음과 함께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을 관객분들과 나누려 했다. 그래서 영화로 보는 증언집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군 성노예 고발하는 다큐 영화가 많다. 수많은 그런 영하들과 함께. 증언집도 있지만 찾아 읽기가 힘들고 너무 고통스러워 진도도 잘 안 나간다. 영화에 담긴 증언들은 그 중에서도 약한 것들이지만 보시고 할머니들 당신이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한국말은 잊어도 아리랑은 기억하는 것, 그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할머니들에게 바친다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소녀들의 고초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등은 많이 덜어냈다. '귀향' 개봉 이후 있었던 지적을 수용해 반영했다는 느낌도 든다.

▶할머니들을 증언 자체가 들어감으로써 영화를 더 무겁게 보시는 분들도 많다. 본편 만들 때는 저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지만 최소한의 표현에 대해 고민했다. '귀향'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나지만 정말 만들기 싫은 사람도 나라고 했었다. 이게 사실일까 의문을 품는 분들에게 할머니들의 음성으로 진짜 사실임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렇기에 고통스런 장면을 굳이 리바이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사회를 보신 분 중에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보니 본편을 볼 용기가 생겼다는 분이 계셨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고민이 있긴 했지만 보시는 분들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공부가 된다.

사실 '귀향'에 나오는 장면들이라 하지만 80% 정도는 다른 컷으로 갈아 끼웠다. 편집감독님이 여성이신데, 그런 점 또한 결과물에 반영됐을 것이다.

-'귀향' 영화에 등장했던 장면 등 새롭게 촬영한 극영화를 컬러로 두고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이나 소녀들이 할머니들을 위해 아리랑을 부르는 현재 이야기를 흑백으로 처리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의도는 명확했다. 과거에 있었던 끔찍했던 것을 일어났던 일이니까 칼라로 뒀다. 현실을 흑백으로 처리한 건 그런 현실이 없었으면 하니까. 그래서 흑백의 환상이다. 현재가 환상이라 믿고 싶다. '귀향' 때도 말씀드렸지만, 영화로나마 타지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모셔오고 싶다. 마지막에 정민이가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에서 아기가 등장하는데, 돌아간 정민이의 기억을 지운 것이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 일이 없었어야 했다는, 그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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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조정래 감독 / 사진=이기범 기자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장면은 재촬영을 해서 추가했다.

▶소녀들이 환생한 것으로 보이는 그 장면이 저도 애틋했다. 할머니들은 자책을 많이 하신다. 아동성폭행 문제와도 비슷한데 치해자이면서도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라고 하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용납이 안 되는 일을 겪으신 것이다. 할머니들은 죄가 없다. 지금이라면 엄마 만나고 아르바이트 하고 학교 가는 평범한 여성이었을 것이다. 그들 역시 똑같은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 자체에 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는 느낌이다. 감독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귀향'이 잘 된 뒤에 '이제 좀 그만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모든 게 감사하고, 제가 겸손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가 찾은 길이 이거다. 우리 영화는 영화지만 '무브먼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저는 다른 바람이 없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을 때 저 끄트머리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차기작은 고민하고 있는지.

▶작가로서 영화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왜 없겟나. '광대'라는 기획이 있다. 조선시대 사극인데 천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연기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다들 '멘붕'에 빠지셨는데, 제 진심이기도 하다. 그러겨로 한 건 아니지만 '귀향' 영화를 들고 많이 다니면 '다른 영화 안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저는 아내와 이 문제를 계속해 알리자고 결론을 내렸다. 저는 북도 치고 국악도 하고 요리도 잘 한다. 입에 풀칠은 가능 할거다. 열심히 하면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그럼 다음에 제가 '광대'를 하든 다른 영화를 하든 응원해주시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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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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