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히딩크와 직접 만나라.. 단 신태용은 지켜야 한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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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AFPBBNews=뉴스1





혼란스럽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말 바꾸기로 상황은 더욱 혼탁해졌다. 김 위원장은 15일 "당시 (히딩크 재단 측 노제호 총장) 메시지 내용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감독 제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기에 이 문자 메시지를 그 후로는 잊고 있었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카톡 메시지 한 통으로 제안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어 "기술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노 총장이 만나자는 내용으로 두 차례 더 문자를 보내왔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만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카톡을 통한 문자 메시지 수신 이외에 본인이 노 총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김호곤 위원장은 히딩크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직접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자신이 한 말을 번복했다. 과정과 방법이 적절하든지 않았든지 간에, 그가 지난 6월 히딩크 측의 의사를 전해들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히딩크 측과 만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히딩크 측과 만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김 위원장은 "기술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본인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선수 파악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려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위원회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르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면 본선까지 해당 감독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 위원장은 당시 히딩크 측과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을까. 먼저 연락을 해온 이는 거스 히딩크 쪽이었다. 거스 히딩크가 누구인가. 전 세계 축구계의 거물이자,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영웅이다. 한국 축구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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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AFPBBNews=뉴스1


그런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대리인 측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렇다면 꼭 감독 선임이 아니더라도 일단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봤다면 어땠을까. 또 만약 당시 진짜로 감독직을 원했다고 한다면, 협회는 협회대로 내부 논의를 거친 뒤 결론을 내려 통보를 해줬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저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고, 결국 이 사달이 났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 축구를 위해, 한국 국민들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단 꼭 감독직을 원한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은 "현재 한국 측에서 언급되고 있는 기술위원장이나 감독 등은 꼭 아니더라도 조언을 전하는 자리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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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히딩크와 만나야 한다. 그래야 신태용호가 추진력을 받고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신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는 자신의 축구 커리어를 다 걸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 임했다. 자칫 그의 모든 커리어가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는 위험부담을 안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결국 소방수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 열 번 양보해 금의환향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수 받아 마땅한 그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직접 언론에 등장하면서, '비록 러시아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히딩크 축구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의견과 '대체 언제 시절의 히딩크냐. 그는 한국 축구의 신화적인 존재로 남겨두자'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양 측의 논쟁이 격화되는 사이, 아무 잘못 없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만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정말 죽을 각오를 다해 결과를 냈는데, 돌아오는 건 화살이다. 당장 신태용호는 내달 러시아 및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자칫 결과가 나쁠 경우, 신 감독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상태로 계속 간다면 더욱 그렇다. 신태용호에 실망할 수록 히딩크의 재부임설이 계속해서 재생산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본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그가 결코 '제2의 홍명보'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는 아직 1970년생, 50세도 안 된 젊은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인데 말이다.

신태용 감독을 내치고 히딩크 전 감독을 다시 선임하자는데 동의하는 게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와 히딩크 감독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 결론을 짓고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히딩크 감독도 'Advisor' 즉,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 그래도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데 감사하고 환영할 일 아닌가. 이제 곧 그가 사령탑을 지냈던 러시아와 만난다. 그전에 히딩크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만나 결론을 낸 뒤 모스크바 현장에서 서로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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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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