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00번째 지명' 두산 권민석을 아시나요①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13 06:05 / 조회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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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권민석. /사진=본인 제공






"아, 거기요. 가려면 가는데, 혹시 안 뽑히면 좀 그래 가지고…" - 두산 권민석

서울고 강백호, 덕수고 양창섭, 마산용마고 이승헌…. 1라운드가 한 바퀴 돌았다. 선택 받은 10명이었다. 그리고 20명. 30명. 50명. 80명을 넘어서 순번은 90번대로 향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2018 KBO 신인 드래프트(2차 지명)'가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754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7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3명까지 총 964명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름이 불리지 않은 선수 870여명이 남아 있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선수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도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냉혹하고도 잔인한 현장이었다.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그곳은 인생의 갈림길이나 다름없었다.


92번째. 삼성이 배명고 투수 맹성주를 선택했다. 94번째. 한화가 유신고 투수 김진욱을 뽑았고, 96번째로 KIA가 동의대 투수 박희주를 선택했다.

이 시각, 강릉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3학년이었다. 이들은 말없이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강릉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었다.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3학년 13명. 공교롭게도 이번 드래프트는 TV 중계가 없었다. 그들은 어디선가 노트북을 구해와 KBO의 자체 중계방송을 숨죽여 지켜봤다. 이제 4명만 호명되면 모든 게 끝난다.

97번째, 98번째, 99번째. 현황판이 선수들의 학교와 이름으로 가득 찼다. 남은 선수는 단, 한 명. 곧이어 두산 베어스 관계자들이 일어났다. 한 선수의 이름이 불려졌다. 마지막 100번째. "강릉고 내야수 권.민.석." 2018 신인 드래프트가 끝났다.

전체 1순위는 늘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는 법. 올해는 강릉고 내야수 권민석이 그 주인공이 됐다. 꼴찌라고 해도 경쟁률 9.64:1을 뚫은 자랑스러운 100번째 마지막 지명이다. 12일 스타뉴스가 예비 두산 선수인 강릉고 권민석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일단 좋다. 너무"라고 입을 연 그는 "하위 라운드에서 뽑히지 않을까 조금 기대를 했다. 그런데 마지막 10라운드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팀들이 다른 선수들을 지명하더라. 그래서 마음속으로 포기한 채로 '대학을 가야 하나. 아니면 신고 선수로 들어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런데 100번째에…"라고 말했다.

극적이었다. 100번째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이 그를 붙잡았다. 호명되는 순간, 그는 이미 친구들한테 두들겨 맞고 있었다. 기쁨의 세리머니이자 축하 인사였다. 권민석은 "당시 애들한테 정말 많이 맞아서 기억이 잘 안난다. 코치님도 때리러 오셨다. 그래서 당시 기분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떠올렸다. 말하는 순간에도 아직 모든 상황이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

권민석은 '야구 변방'으로 불리는 강원도의 강릉고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184cm, 76kg의 다부진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그는 장점을 묻자 "강한 어깨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보다 야구장에서 잘 놀아요"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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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권민석.


꿈의 무대인 프로의 세계. 그 중에서도 가고 싶은 곳이 세 팀 있었다. "두산과 LG, kt였다"고 밝힌 그는 두산에 대해 "팬 분들이 정말 열정적이다. 또 두산 베어스를 원래부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서울로 가봐야 알겠지만, 좀 무서울 것 같다(웃음). 선배님들도 많고, 코치님들도 많이 계신다. 또 경쟁을 해야 한다. 두산은 내야진에 강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며 각오를 다졌다.

'두산이 왜 본인을 뽑았을까'라는 물음에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두산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권민석은 주저 없이 "허경민 선배님이다. 그냥 야구를 하는 게 멋있다"고 했다. 롤모델은 또 다르다. 그와 같은 포지션인 유격수. 바로 LG의 오지환이다. "롤모델은 오지환 선배님이다. 오지환 선배님도 되게 어깨가 강하다. 또 하는 플레이들이 멋있다"며 동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민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도 강릉고를 졸업한 야구 선수 출신이다. 4살까지 권민석은 강릉에 산 뒤 용인과 수원을 거쳐 강릉에서 야구를 했다고 한다.

이날은 그와 친구들만 기쁜 날이 아니었다. 감독과 코치는 물론 그의 부모님에게도 기쁨과 영광이 가득한 날이었다. 권민석은 "최재호 감독님께서 '가서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또 '무서운 사람'이 많다고 하셨다(웃음). 두산은 방망이 말고 수비 하나로 먹고 사는 팀이라 수비에 집중하라고 하셨다"면서 "곽정훈 코치님께서는 가서 잘하라고 하셨다. 또 '네가 잘할 수 있겠냐'고 농담을 하셨다. 다 좋으시고 감사한 분들이다. 감독님과 코치님으로부터 수비를 정말 많이 배웠다. 방망이도 다 잘 가르쳐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부모님들도 신인 드래프트 중계 내내 애가 탔다. 권민석은 "100번째 지명 후 부모님께서 저에게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번 주는 설렁설렁 하더라도 다음 주부터는 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미리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드래프트가 열린 당일 현장에 없었던 이유를 묻자 "아, 거기(드래프트 현장)요. 가려고 하면 가는데, 혹시 안 뽑히면 좀 그래 가지고"라고 말했다.

끝으로 권민석은 꿈에 대해 묻자 "훌륭한 야구 선수"라면서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룬 것인데, 더 나아가 빨리 1군 무대 주전 자리를 꿰차고 싶다. 저의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야구장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힘 있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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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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