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전성우, 10년 만에 스크린에 온 연극계 아이돌

영화 '더 테이블'의 전성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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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의 전성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의 오후 2시30분. 카페의 창쪽 테이블에서 한 여자와 마주앉은 한 남자는 훌쩍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말과 말이 별다른 의미 없이 흩어지고 엇갈린 시선이 교차된다. 두 사람도, 관객도 맥이 풀리려는 찰나, 표현이 서툴기만 한 둘의 진심이 서서히 드러난다. 먼저 여자를 붙잡는 그 남자 민호. 햇빛에 잔뜩 그을린 듯한 얼굴, 반짝이는 눈으로 민호를 그리며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이는 배우 전성우(30)다.

'더 테이블'은 계절이 바뀌는 어느 하루, 같은 카페 같은 자리에서 펼쳐지는 네 개의 이야기를 담은 감성 가득한 영화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으로 이어지는 4명의 여배우로 먼저 알려졌지만, 전성우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은채와 함께 2번째 에피소드를 책임진 그는 낯선 얼굴, 나직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목할만한 배우의 등장을 알린다. 사실 스크린이 첫 진출일 뿐 대학로에선 이미 '연극계 아이돌'로 통한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한 그는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로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미', '블랙 메리 포핀스', '엘리펀트 송'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하며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셈. 데뷔 10년 만에야 첫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왜 이제야 영화를 했냐고 하시면, 따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나는 공연만 할 거야'라는 의지가 강했던 건 아니지만, 커리어를 쌓고 단계를 밟는 과정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에만 충실했던 것 같아요. 예전엔 소속사가 있지도 않았고요. 하던 일을 하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며 작품을 해오다 조금씩 영화도 드라마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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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의 전성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첫 영화인 '더 테이블'은 그에게도 남다른 작품이다. 신선한 남자 배우를 찾다 전성우를 추천받은 김종관 감독은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출연을 제안했다.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식상할 정도인데, 사실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는 전성우지만, 그의 미성 또한 권 감독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는 후문. 제안을 받은 전성우는 기쁘게 이를 받아들이고 감독과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촬영 환경과 스크린은 여전히 낯설단다.

"카메라가 훅 들어오더라고요. 많이 낯설었어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처음 영화를 처음 보고, 개봉을 앞두고 2번째 봤는데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차리니까 끝났더라고요. 영화의 4분의 1이니 20분도 안 되는 시간인데, 내 얼굴 20분 보는 게 이렇게 힘든가 싶더라고요."

사실 전성우의 에피소드는 과감하게 카메라를 당겨 포착해낸 엇갈리는 눈빛이 매력적이다. 단단하게 중심을 지킨 전성우가 그래서 더 돋보인다. 정작 본인은 클로즈업이 많아 더더욱 적응이 안 됐단다. 그는 "내비게이션 만한 모니터로 볼 때는 이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올 줄 몰랐다"며 "제가 나오는 신 전반이 클로즈업이라 더 부담되더라. 그냥 첫 영화부터 발가벗은 느낌"이라고 푹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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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 테이블' 스틸컷


촬영 당시엔 인물에 공감하는 게 숙제였다. 스스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맴도는 듯한 민호가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했단다.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게 민호와 자신과 비슷한 점이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많아 아예 말을 못 하는 편이라고. "민호가 서툴게라도 뭔가 표현하려 한다면,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혼자 정리를 다 해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전성우는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갔다"며 "저와의 동질성을 찾아가면서 접근해갔기에 제가 생각한 민호가 감독님이 생각한 민호와 다를 수 있는데 감독님이 그걸 받아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민호란 친구는 경계선 위에 서 있는데 조금만 가면 미워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상대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상황일 수도 있는데 그 선에 서 있을 수 있게 잡아주셨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는 스펙터클하고 세고 자극적이고 이런 걸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이런 일상적인 소재, 작품이 제게는 힐링이나 다름없더라고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이런 소소한 소재로 만든 작은 작품의 매력을 느꼈어요. 또 해보고 싶고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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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의 전성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자신을 "100% 노력형 배우"라고 설명한 전성우는 어떤 배우이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 "단순한 게 싫다. 중의적인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제가 외적으로 특출나고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의 색깔, 분위기나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욕심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이성과 감성을 같이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어요. 한 편으로는 굉장히 날것의 느낌이 들면서도 계산적인 부분을 담을 수 있는. 배우 양조위를 좋아하는데 저는 특히 그 분의 눈이 좋아요. 눈이 매력적인 배우가 멋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런 마음과 깊이와 이런 것들이 눈만으로도 표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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