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 on Air] 히딩크 재부임설, 신태용 감독을 향한 예우는 어디에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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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왼쪽)를 격려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사진=뉴스1<br><br>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 대표팀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기가 아쉽다. 특히 신태용 감독이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내고도 이런 이야기가 나와 더욱 안타깝다.

지난 6일 오후 한 매체는 히딩크 측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지난 6월 슈틸리케 전 감독이 물러난 뒤 "히딩크가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세계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명장이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영웅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일궈냈다. 15년이 지났지만 히딩크 향수는 아직 한국 축구에 강하게 남아있다.

히딩크는 최근 잉글랜드 및 러시아 대표팀 감독 제의를 거절했으며, 올해 초에는 중국 프로축구 구단의 제의도 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고 싶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알렸다.

그런데 보도가 나온 시기가 아쉽다.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 보도가 나올 즈음, 신태용 감독은 타슈켄트 현지서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간담회에서 히딩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약 1시간 후 신 감독은 다른 행사 참석을 위해 간담회 자리를 떴다.


비록 축제의 장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분명 축하 받아 마땅한 자리였다. 한국 축구는 물론, 소방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신태용 감독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싸운 대표팀 선수들이 마땅히 격려와 축하를 받아야 할 날이었다.

물론 과정이야 험난했다. 때로는 졸전도 넘쳐 흘렀다. 따끔하게 혼나야 마땅한 대표 선수들도 있었다. 신 감독이 이끈 이란전과 최종 우즈벡전에서도 100%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히고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값진 결과를 획득했다. 신 감독이 팀을 이끈 최종 2연전에서 모두가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게 '결과'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결과를 따낸 게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스태프들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9회 이상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는 브라질(21회)과 독일, 이탈리아(이상 18회), 아르헨티나(16회), 스페인(14회)까지 5개국뿐이다. 한국이 세계 축구계의 변방으로 불리는 아시아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결과가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슈틸리케 전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와 작별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신 감독이 떠안았다. 자신에게 조국이 부여한 세 번째 '소방수' 임무였다. 그리고 과정이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겠지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U-20, U-23 대표팀 감독 및 A대표팀 코치를 역임하면서 쌓은 역량을 이번 2연전에 모두 다 쏟아 부었다.

그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이번 2연전에 임했다고 했다. 2연전 기간 동안 가족들은 물론 지인과도 일체 연락을 안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 감독은 가족에 대한 질문에 "일체 아내와 가족들과도 연락을 안 했다. 지인과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엄청나게 연락이 왔지만, 한 통도 안 받았다.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연락을 안 받을 생각이다.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신 감독은 오로지 이번 2연전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아무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행 역사가 이어지느냐, 끊기느냐에 대한 최종 책임에서 신 감독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만약 시리아가 경기 막판 이란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한국이 탈락했다면. 과연 신 감독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이미 슈틸리케 감독의 과오는 사실상 잊혀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마땅히 왔어야 했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직후 대한축구협회가 나서 영입해야 했다. 온갖 고생과 비난 속에서 팀을 본선으로 이끈 신 감독과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는 월드컵 본선이라는 '달콤한 열매'만 히딩크 감독이 차지하려 드는 모양새다. 히딩크 재부임설이 나오면서 신 감독의 피나는 노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래서 히딩크 재부임설이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히딩크 재부임설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날 전망이다. 물론 팬들의 한국 축구를 향한 열망과 사랑은 누구보다 신태용 감독이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번 히딩크 재부임설을 '본선에서 정말 제대로 된 한국 축구를 보고 싶다는 기대와 열망'의 표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을 굳건하게 믿고 있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타슈켄트에서 히딩크 재부임설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조차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일축했다. 신 감독은 부임 당시 대표팀을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 경우, 계약기간은 본선 대회까지로 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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