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 on Air] '역시 소방수' 신태용 감독, 韓축구 침몰 위기서 구해내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06 01:57 / 조회 : 7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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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3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보조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그는 역시 한국 축구의 소방수였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 축구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며 침몰 직전에 빠진 대한민국 축구를 구해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49위)은 6일 0시(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64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4승3무3패(승점 15점)를 기록, 이미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이란(승점 21점)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아울러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전 세계에서도 9회 이상으로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는 브라질과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까지 5개국에 불과하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던 경기였다. 위기에 빠졌던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압도적인 우즈벡 국민들의 응원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또 버텼다.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값진 승점 1점을 따내며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 중심에는 신태용 감독이 있다.

지난 7월 4일이었다.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다. 6월 벌어진 이른바 도하 참사 이후 한국 축구가 표류했다. 결국 최종예선을 이대로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그리고 독이 든 성배를 든 사람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그의 운명은 늘 소방수였다. 신 감독은 지난 2014 브라질 리우 올림픽 당시 故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본선 무대에서 2승 1무의 좋은 성적으로 8강으로 팀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비록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신 감독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두 번째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순간,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또 소방수였다. 지난해 11월, 당시 '2017 FIFA U-20 월드컵'을 불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협회는 안익수 감독과 결별했다. 그리고 그의 후임으로 신 감독을 선택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당시 19세 이하) 감독직에 오른 그는 짧은 시간 동안 팀 조직력 다지기에 나섰다. 이어 지난 5월 안방서 열린 '20세 이하 FIFA 월드컵' 본선에 임했다.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실력 차를 드러내며 1-3으로 패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마침내 모든 축구인들이 꿈에 그리는 자리 A대표팀 감독에 부임했다. 흔히 A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하지만 신 감독은 스스로를 '난 놈'이라고 자처하며 한국 축구를 재건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선수들 간의 활발한 소통 능력과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전술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대표팀 선수단을 이끌었다.

언변도 시원시원했다. 부임 기자회견서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를 것"이라면서 필사즉생의 각오를 보였다. 이전 슈틸리케호에서 보였던 나쁜 점들을 하나둘씩 없애나갔다. 특정 선수만 고집하지 않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실력이 되는 선수라면 누구라도 뽑겠다고 했다. 최종 명단 발표 하루 전까지 K리그 현장을 찾았다. 턱에 수염이 가득한 채로였다. 그래서 이동국과 염기훈, 이근호 등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들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비록 지난달 31일 안방서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에서는 소극적인 운영을 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경기 후에는 주장 김영권이 실언을 하면서 팬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래도 신 감독은 구부러졌으나 부러지지 않았다. 소신을 밀고 나갔고, 김영권에 대해서는 끝까지 믿음을 보이며 이날 경기서도 주장직을 맡겼다. 경기 전 "승리하기 위해 왔다"고 자신있게 말한 신 감독은 결국 한국 축구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며 다시 한 번 훌륭한 소방수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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