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셀러' 대신 '바이어' 선택한 볼티모어는 과연?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9.05 09:05 / 조회 : 3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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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오리올스 댄 듀켓(58) 단장. /AFPBBNews=뉴스1


지난 7월3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메이저리그의 논-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스타 클로저 잭 브리튼이 어느 팀으로 트레이드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브리튼이 LA 다저스로 갈 것이라는 루머가 유력하게 돌았다. 브리튼이 켄리 잰슨과 합류해 메이저리그 최강의 불펜을 구축하는 흥분되는 시나리오가 다저스 팬들의 뇌리에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브리튼은 끝내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대신 7월28일 볼티모어가 단행한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볼티모어는 이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외야수 김현수와 더블A 좌완투수 개럿 클리빈저, 인터내셔널 보너스 자금을 내주고 우완 선발투수 제레미 헬릭슨(30)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가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 것은 이 트레이드 당시 볼티모어가 48승53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에 7게임, 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6게임차나 떨어져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와일드카드 순위에서만 볼티모어보다 승률이 앞서 있는 팀이 무려 7팀였다. 더구나 당시 볼티모어는 마지막 69경기에서 26승43패로 승률 0.377에 그칠 정도로 성적이 추락 중이었다. 모든 조짐은 볼티모어의 올해 시즌이 희망이 없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볼티모어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다음 시즌에 계약이 만료되는 브리튼을 비롯해 브래드 브락, 세스 스미스 등 트레이드 미끼로 쓸 선수들을 내다 파는 ‘셀러’로 나설 것을 점쳤다. 이번 기회에 유망주들을 끌어 모아 미래를 준비할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내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매니 마차도와 애덤 존스 등 슈퍼스타들까지 트레이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볼티모어는 모두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기존 선수들을 파는 대신 오히려 전력을 보강해 올해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쪽으로 간 것이다. 헬릭슨을 영입한 뒤 사흘 뒤인 7월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데이에 볼티모어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유격수 팀 베컴까지 영입해 손목 골절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J.J. 하디의 공백을 메우며 ‘셀러’가 아닌 ‘바이어’로 나섰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볼티모어의 움직임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포스트시즌 희망도 보이지 없이는 상황에서 셀러가 아니라 바이어로 나선 것도 놀라왔는데 데려온 선수들도 사실 그렇게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당시 헬릭슨(30)은 평균자책점 4.73에 올해 112⅓이닝동안 홈런을 22개나 헌납한 평범한(?) 투수였고 베컴(27) 역시 지난 2008년 전체 1번으로 지명됐던 최고 유망주 출신이지만 이제는 이미 27살이 된 평균 정도의 메이저리거였다. 트레이드 당시 베컴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59, 12홈런, 36타점이었고 317타수에 삼진이 110개에 달했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셀러 대신 전망이 불투명한 바이어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 결과는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7월31일 팬그래프는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4%로 평가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금 볼티모어는 70승68패의 성적으로 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2위팀인 미네소타 트윈스(71승65패)에 2게임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팬그래프가 전망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13%로 올라갔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하기엔 힘들지만 전혀 희망이 없었던 데드라인 때에 비하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볼티모어의 추격세의 중심에는 베컴이 있다. 베컴은 8월 중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타율 0.394(127타수 50안타)와 함께 6홈런, 19타점, 27득점을 올리며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도전을 이끌고 있다. 한 달간 50안타는 볼티모어 역사상 칼 립켄 주니어 이후 최고의 기록이다. 베컴이 너무 잘하고 있어 이번 주말 복귀할 예정인 전 주전 유격수 하디는 당분간 벤치에 머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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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마차도./AFPBBNews=뉴스1


볼티모어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수는 베컴만이 아니다. 시즌 전반기에 타율 0.230으로 전혀 그답지 않은 부진을 보였던 슈퍼스타 마차도는 후반기들어 타율 0.337에 12홈런, 41타점을 기록하며 제 모습을 되찾았고 2루수 조나단 스쿱은 올해 타율 0.301, 30홈런, 101타점으로 팀내 1위를 달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헬릭슨은 볼티모어에 온 뒤 6차례 선발 등판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6.55로 성적은 신통치 못하지만 그의 가세 이후 볼티모어가 6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를 가동하면서 다른 선발투수들의 성적이 좋아지는 부수효과가 나오고 있다. 전반기에 5승7패, 평균자책점 5.85였던 케빈 카우스만이 후반기엔 5승2패, 3.12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고 딜란 번디도 전반기 8승8패, 4.33에서 후반기엔 5승 무패, 3.04로 눈부신 모습을 보이며 6선발 체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볼티모어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놀라운 결정 이후 확실히 팀이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시즌 종료 때까지 포스트시즌 레이스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댄 듀켓 단장은 “우리는 우리 팀을 믿었다.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볼티모어의 성적이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데드라인에 셀러가 아니라 바이어로 나섰던 구단의 결정이 옳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볼티모어는 지난 5년 중 3번이나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팀이기에 단순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할 처지가 아니다. 설사 플레이오프에 나가더라도 초반에 탈락한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셀러로 나서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한 것을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결정이 구단 전체의 미래에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팀의 결정으로 다저스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우승후보들로 이적이 불발된 클로저 브리튼은 “내년에 수많은 우리 팀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게 되고 이들 중 누구와 재계약할 지는 몰라도 구단이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바이어로 나섰던 결정이 옳았는지)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ALCS까지 가 본 팀이다. 만약 우리가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가지 못한다면 이번 결정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듀켓 단장은 브리튼과는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빅리그에서 기본적인 자세는 오늘 경기를 이기고 내일 경기는 내일 걱정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팀 구단주는 매년 최고의 팀을 필드에 내보내길 원하고 있다. 팬들은 우리가 페넌트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을 보기 원하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그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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