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영화 결산] 애국배우? 페미니즘? 조리돌림? 남긴 숙제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8.29 11:00 / 조회 : 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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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 극장가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여름 극장가는 7월 박스오피스가 크게 줄고, 극심한 논란이 일 정도로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천만은 기본이라던 '군함도'는 660만명으로 막을 내렸다. 흥행이 갸우뚱했던 '택시운전사'는 1100만명을 넘어섰다. 약하다고 평가됐던 '청년경찰'은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고 , '장산범'은 100만명을 넘어서는 데 그쳤다. 여름 마지막 한국영화 주자인 '브이아이피'는 100만명을 돌파했지만 뒷심이 클 것 같진 않다.

할리우드 영화 성적도 두드러지진 않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덕에 725만명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덩케르크'는 276만명에 불과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도 200만명을 넘는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민족주의를 상업영화에 사용할 때의 위험성과 조리돌림의 유행, 페미니즘 비평의 부각이다.

'군함도'는 당초 올 여름 가장 주목받는 영화였다. 130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신작에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이란 소재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관심을 기울였다.

한류스타인 송중기와 소지섭이 항일 소재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애국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민족주의를 잔뜩 자극하면서 '군함도'는 올여름 꼭 봐야 할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오죽하면 류승완 감독이 "꼭 봐야 할 영화가 어디있겠냐"며 "다만 군함도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박수가 비난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를 단순히 착한 조선인, 나쁜 일본인으로 그리지 않았다. 조선인 중에도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이 사람들을 응징하는 서사를 넣었다. 류승완 감독은 지나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장치를 영화 곳곳에 넣었다.

이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분노했다. 왜 나쁜 조선인을 악역으로 만들었냐며 분통을 터뜨리다가 아예 류승완 감독을 친일감독으로 매도했다. 애국배우로 칭송했던 배우들도 인터뷰 내용에서 꼬투리를 잡아 역사인식이 부족한 배우들로 조리돌림 했다. 민족주의를 강하게 자극하는 내용을 기대했다가 기대와 맞지 않자 돌을 던졌다.

영화 내적인 비판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꼬투리 잡기와 조리돌림이 횡횡했다. 스크린독과점에 대한 비난과 친일 영화라는 덧씌우기, 촛불영화라는 프레임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군함도'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비이성적이며 집단적인 광기마저 엿보였다.

영화를 보지 않고, 혹은 봤더라도 앞서 남이 규정한 프레임으로 매도하며 조리돌림 하는 움직임은 6월 말 개봉한 '리얼'부터 본격화됐다. '리얼' 만듦새의 부족함을 지적하면서 일기 시작한 비판은 어느샌가 '리얼' 조리돌림이 단순히 재미로만 남았다. 여성 배우 혹은 여성 캐릭터를 도구화했다는 페미니즘적인 지적은 그 과정에서 휘발됐다.

이런 집단적인 조리돌림은 '군함도'에 그대로 이어졌다. 영화 내적인 비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난 등은 희석되고 친일영화라는 프레임만 남았다. '군함도'를 둘러싼 비이성적인 비난은 앞으로 민족주의에 기댄 상업영화를 만들 때 하나의 잣대로 남을지 우려된다. 착한 조선인 혹은 희생된 조선인과 나쁜 일본인 혹은 그나마 착한 일본인, 이 잣대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돌팔매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집단적인 광기가 다양성을 죽이는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페미니즘 비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경찰'에 담긴 여혐적인 정서에 대한 지적, '브이아이피' 여성 캐릭터 묘사 방법 등에 대한 비난은, 페미니즘 비평이 앞으로도 영화 비평에 큰 축이 될 것이란 걸 시사한다. 문제는 이런 페미니즘 비평이 조리돌림 현상과 맞물려 '묻지마 비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평과 토론으로 합리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안 보고 이미 규정된 프레임으로 돌부터 던지고 보는 매도로 여겨지고 있다. 합리적인 페미니즘 비평조차 묻지마 비난으로 규정되는 일이 빈번하다.

조리돌림이 심해질수록 '리얼'부터 '청년경찰' '브이아이피'까지 합리적인 페미니즘 비평이 오히려 희석되고 있다. 분명 뜨겁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벽을 부수는 첫소리인 것 분명하다. 그렇지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로 페미니즘 비평이 이어지지 않는 한, 조리돌림으로만 남는 한, 이런 목소리들은 집단적인 광기로 치부될 가능성이 적잖다. 올여름 극장가가 남긴 현상이며, 두고두고 살펴야 할 현상이다.

올여름 극장가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민족주의를 상업적으로 접근할 때 경계해야 할 지점부터 스크린 상한제, 페미니즘 비평, 집단주의적인 조리돌림 등등. 생각할 거리들에서 얻은 숙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논란들은 계속 반복될 것 같다.

뜨거웠던 여름 극장가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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