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빅게임 투수' 류현진, 그의 PS는 과연?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8.29 08:19 / 조회 : 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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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과연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LA 다저스)의 자리는 어디일까.

이번 주말이면 달력이 9월로 넘어가고 메이저리그의 페넌트레이스도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게 된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다저스의 경우는 이미 모든 시선이 9월을 건너뛰고 10월에 맞춰져 있다. 현재 91승(38패)을 올린 다저스는 플레이오프 티켓은 물론 사실상 리그 승률 1위 자리도 예약을 마쳤기에 페넌트레이스는 더 이상 우선 관심대상이 아니다.

아직 116승이라는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다저스 구단이나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최다승 기록은 시즌의 성공에 따른 ‘보너스’ 상급이 될지는 몰라도 노력해서 쟁취할 목표는 절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정규시즌 기록에 연연하기 보다는 플레이오프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근 다르빗슈 유와 알렉스 우드 등 팀의 주전선발들을 잇달아 경미한 부상을 이유로 부상자명단(DL)에 올리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오래전에 이미 복귀할 준비가 됐었다”는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 지난 주말 마이너 재활등판을 거치게 한 뒤 이번 주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르게 하는 등 다저스가 간판 선발투수들에 대해 극도로 보호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도 기록도전보다는 포스트시즌 준비를 우선하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모든 초점은 모든 선수들이 최상의 건강상태와 컨디션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쪽에 맞춰져 있는 상태다.

물론 선수들 입장은 구단과 조금 차이가 있다. 최상의 건강상태와 컨디션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문제는 포스트시즌 로스터 경쟁이다. 모든 포지션에서 치열한 경쟁구도가 확립된 다저스에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진입하려면 남은 시즌동안의 성적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류현진을 포함한 선발투수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미 다르빗슈가 지난 주말 돌아온 가운데 커쇼와 우드, 브랜든 맥카시 등 DL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돌아올 경우 선발투수는 다시 7명으로 늘어난다. 포스트시즌엔 선발진이 3~4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 선발진 경쟁률은 거의 2대1에 해당하는 셈이다. 포스트시즌 선발자리를 놓고 자리싸움이 치열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내 팬들 입장에선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선발진 진입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저스가 다르빗슈를 전격 영입했을 때만 해도 류현진의 PO 선발진 진입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커쇼와 다르빗슈, 그리고 올해 첫 올스타로 뽑힌 우드가 첫 3개의 PO 선발자리를 맡을 것이 확정적인 가운데 류현진은 리치 힐, 마에다 겐타 등과 마지막 선발자리를 다투는 후보로 분류됐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은 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류현진이 바로 그 시점을 전후해 등판한 5경기에서 3차례나 무실점 투구를 하는 등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20의 빼어난 투구를 이어가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류현진이 마지막 등판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로 시즌 5승(6패)째를 따내며 후반기 평균자책점을 1.54로 끌어내린 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인터뷰에서 류현진에 대해 ‘빅게임 투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로버츠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류현진은 ‘빅게임 투수’다”면서 “그는 계속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건강했던 지난 2013, 2014년 시즌 시절 샌디에이고 코치로 재직했던 로버츠 감독은 “(그때) 우리가 봤던 투수가 바로 지금의 류현진이다. 어쩌면 구속은 그때보다 약간 떨어질지 몰라도 제구력과 투구감, 모든 코너를 공략하는 피칭에선 그때와 똑같은 투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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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저스의 당면과제인 포스트시즌 선발진 결정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로버츠 감독의 이 발언은 선수에 대한 의례적인 칭찬 이상의 의미로 봐야한다. 특히 ‘빅게임 투수’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도 좋은 투수지만 특히 큰 경기에서 팀이 의지할 만한 투수라는 뜻이고 큰 경기라면 당연히 플레이오프를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빅게임 투수’라면 플레이오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투수라는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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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사실 한 팀의 에이스라면 자동적으로 ‘빅게임 투수’가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오히려 특급에이스일수록 플레이오프에서는 조금만 부진해도 ‘빅게임 투수’라는 말을 듣기 힘든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꼽히는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의 경우는 팬들의 기대 수준이 워낙 높아 플레이오프에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의 나올 때마다 완봉-완투급 투구를 해야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웬만큼 잘해선 본전도 못 찾는 처지인데다 팀과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잘 알기에 심리적 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고 제 기량 발휘가 힘든 것이 당연하다. 커쇼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무너진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런 심리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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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대적으로 특급 에이스급 투수로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포스트시즌 빅게임에선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현역선수가운데 대표적인 빅게임 투수로는 시카고 컵스의 베테랑 존 랙키가 머리에 떠오른다. 이번 10월이면 만 39세가 되는 백전노장 랙키는 루키였던 지난 2002년 당시 애나하임 에인절스 멤버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뒤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배리 본즈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결승전’ 승리투수가 됐다. 루키투수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랙키가 단 두 번째였다. 이후 랙키는 에인절스, 보스턴,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컵스를 거치며 커리어 14시즌동안 9차례나 포스트시즌에 나갔고 올해도 디펜딩 챔피언 컵스 멤버로 생애 통산 10번째 포스트시즌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 완봉이나 완투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항상 팀의 기대는 충족시키는 빅게임 투수로 명성을 날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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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저스 선발투수 후보들의 포스트시즌 성적들을 살펴보면 커쇼를 위시해 모든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직 류현진만 예외다. 류현진의 경우 포스트시즌 성적이 정규시즌보다 좋다. 커쇼를 제외하면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포스트시즌 등판 경기 수가 2~4경기에 불과해 이 성적을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류현진이 유일한 평균자책점 2점대 선수이고 그 외엔 4점대 초반 투수도 없다는 점에서 로버츠 감독의 ‘빅게임 투수’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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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상승세로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선발진 진입 가능성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경쟁구도에서 도전자 입장이다. 현재 포스트시즌 선발진으로는 커쇼-다르빗슈-우드-힐이 가장 유력하다. 불펜투수로 포스트시즌에 나갈 가능성도 있지만 류현진이 웜업 루틴이 길고 복잡해 1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하기엔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선발진에 들지 못할 경우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장담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이미 마에다와 맥카시는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의 경우는 후반기의 위력적인 투구내용을 끝까지 이어가며 ‘빅게임 투수’라는 명성을 굳혀간다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다저스 내에선 토니 왓슨과 토니 싱그라니 등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영입한 왼손 불펜요원들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과 관련, 왼손 불펜요원으로 이미 검증을 마친 우드를 불펜으로 돌리고 류현진을 선발로 쓰는 방안도 옵션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낙 우드가 선발로도 뛰어났기에 현재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왼손 불펜요원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류현진은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빅게임 투수’라는 이미지를 계속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오는 3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 선발등판이 매우 중요하다. 애리조나는 현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 팀으로 다저스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팀이다. 그런 애리조나를 상대로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는 피칭을 한다면 선발경쟁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그 경기 뿐 아니라 이후 류현진의 선발 스케줄을 살펴보면 9월초 애리조나와 홈경기로 다시 만난 뒤 콜로라도 로키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들과 계속 대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이 연속 3~4번의 등판에서 ‘빅게임 투수’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다져 놓는다면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는 어떻게 해서든 류현진을 포스트시즌 선발진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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