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열전] '데어데블', '디펜더스'의 출중한 시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8.23 11:56 / 조회 : 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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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와 마블이 손잡고 선보인 '디펜더스'가 화제다. '디펜더스'는 어벤져스에 이은 또 다른 마블의 슈퍼히어로 군단.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가 팀을 이룬다. 넷플릭스의 마블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2014년 넷플릭스와 마블은 '디펜더스' 합작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넷플릭스에서 '데어데블'을 시작으로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등을 차례로 미드로 선보인 다음 4명의 슈퍼히어로가 활약하는 '디펜더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마블 팬들로선 반색할 내용이었다.

'데어데블'은 마블의 오랜 팬들이라면 익숙한 비운의 슈퍼히어로. 2003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가 흥행과 비평에서 엄청난 실패를 거뒀다. 주인공 벤 애플렉에겐 흑역사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그런 '데어데블'이 미드의 명가로 떠오른 넷플릭스에서 재탄생한다니 기대가 컸다.

2015년 '데어데블' 시즌1이 성공하면서 '디펜더스' 시리즈는 탄력을 받았다. '데어데블'은 시즌2까지 제작됐으며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등도 모두 호평을 받았다. 비록 '아이언 피스트'는 혹평 세례에 제작진이 바뀌는 수모를 겪었지만 '디펜더스'로 넘어가는 발판이 됐다.

'데어데블'은 낮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 매트 머독이 밤에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악당들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내용이다. 눈이 안 보이는 대신 아주 멀리서 들리는 소리부터 상대 심장 소리까지 파악한다. 또 데어데블은 뉴욕의 헬스키친이란 곳을 지키는 슈퍼히어로다. 지구를 지키는 어벤져스 영웅들과는 다르다. 이 모든 게 데어데블의 정체성이다.

'데어데블' 인서트는 그런 정체성과 드라마 내용을 함축한다. '데어데블' 인서트는 피가 흘러내려 사물의 윤곽을 드러내는 식으로 그려진다. 처음에는 데어데블인가 싶었는데 눈을 감은 정의의 여신이 흘러내리는 피로 모습을 드러낸다. 뉴욕의 마천루가 피로 윤곽을 드러내는 장면이 뒤를 잇는다. 이어 가톨릭 성당 앞에서 괴로워하는 듯한 천사가 등장하고 그 뒤에 데어데블이 나타난다. 마치 천사가 해결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핏빛 문제를 악마가 해결한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데어데블'은 마블의 영화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어벤져스'에서 뉴욕이 큰 피해를 본 설정으로 시작된다. 도시가 부서졌으니 재개발이 필요하다. 이 부서진 지역을 마블 코믹스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헬스키친이라고 설정한 게 기발한 아이디어다.

재개발을 하면 큰돈이 움직이기 마련. 그걸 노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데어데블'에선 윌슨 피스크(킹핀)이라는 부동산 재벌이 재개발을 놓고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서 헬스키친을 장악한 여러 폭력조직들과 연계해 많은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데어데블이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다.

'데어데블'은 맨몸이 맞붙는 화려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데어데블'의 진정한 매력은 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 사랑스런 조연들,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악당(빌런)들이다.

시즌1에선 윌슨 피스크가, 시즌2 초반에는 퍼니셔가 주요 빌런으로 등장한다. '데어데블'은 단순한 선과 악의 싸움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각자의 정의가 충돌한다.

시즌1에서 데어데블과 윌슨 피스크, 둘 다 헬스키친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두 남자가 맞붙는다. 데어데블에게 헬스키친은 치안도 불안하고 악당도 많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고향이다. 윌슨 피스크는 그렇기에 헬스키친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통상 영화나 드라마에선 악이 강해야 재미가 커지는 법이다. 그래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 더 흥미진진해지는 법이다. 시즌1의 윌슨 피스크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유의 교활함을 모두 갖춘 캐릭터다. 헬스키친을 노리는 차이나 마피아, 일본 야쿠자 등을 조율하고, 마약 상인과 인신매매범까지 통제한다. 공포와 힘을 적절하게 이용한다. 한편으로는 예술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인한테는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하다. 이런 섬세하면서 강렬한 악당과 끊임없는 대결이야말로 '데어데블' 시즌1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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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2는 퍼니셔와 일렉트라가 빌런으로 등장한다. 퍼니셔는 마블 코믹스 안에서도 독특한 슈퍼히어로다.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 전직 해병대 출신으로 무기에 능통한 인물이다. 악당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라 마블 코믹스 안에서도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갈등을 많이 빚는다.

'데어데블' 시즌2도 퍼니셔와 데어데블, 두 사람의 정의 대 정의의 충돌을 그린다. 아무리 악당이라고 해도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데어데블과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서면서 악당은 모조리 죽이는 퍼니셔와의 갈등이 초반 테마다. 거기에 데어데블과 과거의 연인이었던 일렉트라가 가세한다.

일렉트라가 등장하면서 '데어데블' 시즌2는 두 갈래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퍼니셔와의 이야기, 또 하나는 헬스키친에서 뭔가 음습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닌자군단 핸드와의 대결이다. 일렉트라가 핸드와 싸우는 인물이자 연관이 깊은 캐릭터이기 때문. 두 이야기가 한 데 뭉치지 않고 엇박자를 내는 건 '디펜더스'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 같다.

'데어데블' 정서는 익숙한 마블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오히려 '다크나이트' 같은 DC코믹스에 가깝다. 허가받지 않은 폭력으로 사람을 구하는 게 정당한가라는 질문이 깊게 들어가 있다.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라 그런 고뇌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런 고민에 몸과 몸, 살과 살이 부딪히는 아날로그식 액션이 재미를 더한다. '어벤져스' 슈퍼히어로들 같은 별세계 영웅들과 또 다르다.

데어데블 역할을 맡은 찰리 콕스는 이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다. 찰리 콕스는 영화 '스타더스트'로 얼굴을 알렸지만 주목 받은 건 미드 '보드위크 엠파이어'였다. '데어데블'은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데어데블'에서 맹인 연기를 하기 위해 맹인 컨설턴트에 부탁해 맹인들의 행동 방식을 계속 관찰했다고 한다. 너무 맹인 연기에 빠져서 '스타워즈' 새 시리즈에 한 솔로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가 아이 콘텍트를 안 해서 떨어졌다는 비화도 있다. 영국 귀족의 후손이라는 그는 '데어데블'에서 섹시한 몸매를 쉬지 않고 과시한다. 부상을 당해서 윗옷을 벗는 장면이 워낙 자주 나오니 근육질 몸매가 매화 빠지지 않고 나온다.

'데어데블' 성공은 '제시카 존스'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디펜더스' 시리즈를 연착륙시켰다. '어벤져스'에 '아이언맨'이 있었다면 '디펜더스'에는 '데어데블'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펜더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데어데블'은 놓칠 수 없는 드라마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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