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일본인인 줄..'군함도'의 야마다, 배우 김중희(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8.22 12:32 / 조회 : 1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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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배우 김중희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당연히 일본인인 줄 알았다. 영화 '군함도'에서 탄광의 2인자인 노무계장 야마다를 연기한 이가 한국인 배우임을 알아챈 건 마지막 엔드 크레디트를 본 뒤다. 김중희(33). 그의 이름이었다. 아직 생소한 얼굴이었지만 인상만은 강렬했다. 나쁜 놈들이 득시글거리는 '군함도'에서도 동정이라곤 안 가는 악역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조심스럽고 예민한 인상을 풍겼다.

지난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인천의 켈로부대원 중 한 명으로 잠시 얼굴을 비쳤던 그는 '군함도'가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내이티브를 연상시키는 일본어 실력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3까지를 일본에서 보낸 덕분이다. 그렇다고 지금껏 일본어 연기를 해본 적도 없었는데, '군함도'와 인연이 닿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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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 / 사진='군함도' 스틸컷


"배우라는 게 기회가 찾아오는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에이전트에 연기 강사 면접을 보러 갔다가 '일본어 가능하니까 '군함도' 오디션에 넣어봐' 해서 지원했던 거예요. 사실 오디션 자체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수십통이 뭐예요. 지금껏 오디션 볼 수 있는 곳이 있을 때마다 지원서를 몇백통 넣었죠. 그런데도 이제껏 상업영화 오디션을 볼 수 있었던 게 10번 정도예요. 그런데 '군함도'에서 야마다 역할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거예요.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설마 되겠어 그랬어요. 그런데 덜컥 합격을 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할지 결정해달라고 하는데 거짓말 같더라고요. 워낙 감독님의 팬이기도 했고, 캐스팅이 됐다니 꿈만 같아서. 신인이 이 큰 역할을 해도 되나, 나를 믿으실 수는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군함도'란 작품의 무게감도 상당했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 자체도 더없이 컸다. 김중희는 다시는 안 올 기회라 생각해 "죽기살기로" 했다.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이 일단의 목표였다. '군함도'엔 한국어와 일본어 대본이 따로 있었고, "툭 하면 나올 수 있게" 김중희는 둘 모두를 달달 외웠다. 그는 '군함도' 촬영이 끝난지 1년이 된 지금도 그 대사를 모두 외운다. 인터뷰 중에도 툭 하면 영화 속 일본어 대사가 술술 흘러나왔다. 대사 뿐이랴, '경망스럽게 웃어라'는 디렉션이 있으면 그 웃음을 대여섯개 패턴으로 준비해 갈 만큼 열의를 다했다. 톤과 스타일도 달리했다. 그는 야마다를 전쟁에 참전 못한 전쟁광으로 해석했다. 소장의 하수인이면서 조선인을 비웃고 기회가 생기자 거침없이 욕망을 분출하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촬영 초반 감독님께서 표정에 힘주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요. '꾸며내는 연기처럼 보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있다가 한 순간 보여주고 끝내라'는 말씀이 야마다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사실 해답을 찾기까지 감독님은 물론이고 황정민 선배님, 이경영 선배님 모두 다 도와주셨어요. 제가 카메라 연기가 익숙지 않다보니까 첫 신을 카메라 밖에서 연기한 거예요. 정말 큰 실수죠. 그 동선이며 시선을 하나하나 황정민 선배님이 짚어주셨어요. 긴장 안 하게 풀어주시고 본인 신이 없을 때도 나와서 봐 주시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선배가 돈 내고보 못 배우는 가르침을 주신거죠.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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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배우 김중희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군함도'로 발견한 그를 앞으로도 여러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까. 김중희는 최근 촬영을 마무리한 영화 '물괴'에서 불같은 성격의 백정으로 출연했다. '군함도'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민초다. 그는 늘 새롭게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포부나 각오를 여쭤보신다면,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항상 관객들이 봤을 때 신선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요. 하지만 매사 신선하고 매사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신선한 얼굴이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를 다시 보고 싶지 않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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