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WS 우승 정조준' HOU, 벌랜더 영입 승부수 던질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8.22 09:09 / 조회 : 4848
  • 글자크기조절
image
저스틴 벌랜더. /AFPBBNews=뉴스1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베테랑 에이스 우완투수 저스틴 벌랜더에 대한 트레이드 루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벌랜더 트레이드 루머는 이미 하루이틀짜리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가 21일(한국시간) LA 다저스를 상대로 8이닝동안 2안타 1실점 9탈삼진의 위력적인 투구를 보인 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벌랜더는 이날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6이닝 2사후 커티스 그랜더슨에게 솔로 홈런을 맞을 때 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고 결국 8이닝 2안타 1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내며 다저스의 6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아메리칸리그 최강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과연 벌랜더 트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별다른 전력 보강에 실패해 팀 에이스 달라스 카이클이 공개적으로 팀 프론트 오피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상황에서 휴스턴이 지금 뒤늦게나마 벌랜더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이미 현지에서 흘러나온 여러 보도들은 최소한 휴스턴이 밸런더 트레이드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소한 디트로이트와 일정 수준의 논의는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벌랜더 트레이드 성사 여부를 점치려면 그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일각에선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달 말로 지났는데 어떻게 또 트레이드가 가능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7월31일은 당사자 간 자유 트레이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의 논-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고 웨이버(방출자 명단)를 거친다면 트레이드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뉴욕 메츠에서 다저스로 전격 이적한 그랜더슨을 비롯, 닐 워커, 제이 브루스 타일러 클리파드 등 8월에 들어 트레이드된 여러 선수들은 모두 웨이버를 통과한 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웨이버를 거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8월이 되면 트레이드시킬 생각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팀 내 주요 선수들을 MLB 웨이버에 올린다.

이 웨이버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데다 언제든지 공시 철회가 가능하다. 따라서 심지어는 다저스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웨이버에 올릴 수도 있다. 만약 어느 팀이 커쇼에 클레임을 걸 경우 커쇼를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다면 그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철회하면 그만이다.

팀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과연 어느 팀이 어떤 선수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은 물론 만약의 경우 트레이드의 여지를 남겨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웨이버에 올린 뒤 어느 팀도 클레임을 하지 않으면 그 선수는 웨이버를 통과한 상태가 돼 이후 언제라도 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벌랜더와 잔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은 이미 이 웨이버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다른 팀들이 괜찮은 선수가 웨이버에 올라오면 무조건 클레임을 걸어 클레임을 철회하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만에 하나 원 소속팀이 클레임이 걸린 선수의 웨이버 공시를 취소하지 않으면 클레임을 건 팀은 그 선수를 받아들이며 잔여계약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벌랜더와 스탠튼의 경우 남아있는 잔여계약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에 그 누구도 클레임을 걸지 않은 것이다.

또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트레이드는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8월 31일 전에 트레이드가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8월31일은 포스트시즌 경쟁팀들에겐 두 번째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셈이다. 벌랜더의 휴스턴행 트레이드가 지금 시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아메리칸리그(AL) 최고성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휴스턴이 벌랜더가 꼭 필요하냐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적이라면 벌랜더는 전혀 필요 없는 선수다. 휴스턴은 지금 벌랜더 없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아무런 지장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휴스턴의 목표가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벌랜더의 존재 유무는 바로 그 성패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주말 월드시리즈 상대로 가장 유력한 다저스를 상대로 벌랜더가 보여준 눈부신 역투는 휴스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휴스턴은 지금 76승48패로 AL 최고성적을 달리고 있지만 다저스와 달리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후반기 성적이 16승19패로 승률 5할이 안되고 8월중 성적은 7승12패로 더 나쁘다.

팀 전력의 핵심인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가 엄지손가락 인대파열로 7월 중반부터 결장하고 있다. 또 포수들인 브라이언 맥캔과 에반 개티스도 DL에 올라있다.

더 큰 문제는 선발진이다. 목 부상으로 장기간 DL에 있던 카이클이 돌아왔지만 랜스 맥컬러스는 허리통증으로 DL에 올랐다. 현재 휴스턴의 선발진은 카이클, 콜린 맥휴, 브래드 피콕, 찰리 모튼, 마이크 파이어스로 짜여진 상황. 여기에 맥컬러스서 합류한다고 해도 플레이오프에서 상대로 압도할 만한 선발진과는 거리가 멀다. 선발층을 두텁게 하고 ‘가을야구’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벌랜더 같은 투수에게 시선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과연 올해 만 34세인 벌랜더가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특급 슈퍼 에이스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2011년 AL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이영상과 MVP를 휩쓸었던 그지만 나이와 올해 성적(26선발 9승8패, 평균자책점 3.96)만 놓고 보면 그렇게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image
저스틴 벌랜드의 투구 모습. /AFPBBNews=뉴스1


하지만 벌랜더의 최근 5경기 투구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7월31일 이후 5경기에서 벌랜더는 4승1패, 평균자책점 1.95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휴스턴을 상대로 한 6이닝 5안타 무실점과 다저스를 상대로 한 8이닝 2안타 1실점 등 메이저리그 톱2 팀을 압도한 기록이 포함돼 있다.

더구나 벌랜더는 바로 지난해 16승9패, 3.04의 성적으로 AL 사이영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성적들은 벌랜더가 지금 기록상으론 리그 최고 에이스자리에서 내려왔을지 몰라도 아직도 큰 경기에서 에이스급 피칭을 할 능력을 갖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구단 역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벌랜더는 쉽게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옵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벌랜더의 계약이다. 벌랜더는 아직도 약 6000만달러 규모의 잔여계약이 남아있고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갖고 있다. 2019년 사이영상 투표에서 톱5에 들면 2020년의 2200만달러 옵션 계약이 개런티 되는 조항도 있는데 그를 트레이드를 하려면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2020년 시즌 옵션계약을 개런티계약으로 전환시켜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최소한 8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벌랜더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 37세 시즌까지 이런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휴스턴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휴스턴은 유망주를 앞세운 팀 재건 작업을 진행하면서 최근 수 년 간 상대적으로 연봉 부담이 저렴한 상태를 이어왔고 최근의 성공으로 수입은 급증하면서 충분히 벌랜더의 계약을 흡수할 능력이 있다.

더구나 디트로이트는 그동안 벌랜더 트레이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잔여 연봉의 일부를 떠맡는 조건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휴스턴의 제프 루나우 단장은 얼마 전 8월에 선발투수 영입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낮다”고 답했지만 8월31일이 다가올수록 벌랜더 트레이드에 대한 압박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트로이트는 웨이버를 통과한 벌랜더를 시장에 내놓고 협상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과연 휴스턴은 앞으로 남은 10여일 동안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