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택시운전사'에 류준열 태운 송강호의 한마디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8.20 10:58 / 조회 : 1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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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태웠다.

20일 오전8시 기준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1000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2일 개봉해 19일만에 세운 기록이다. 이로써 '택시운전사'는 한국영화로는 15번째, 통산 19번째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그린 영화. 송강호가 택시운전사를, 토마스 크레취만이 독일 기자 역을 맡았다. 유해진이 광주 택시운전사를, 류준열이 대학 가요제를 꿈꾸는 광주 대학생 역으로 출연했다. 쉽지 않은 작품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주요 배우들을 비롯해 참여한 모든 배우들, 모든 스태프, 제작진, 투자사의 공이다.

'택시운전사'에 가장 먼저 탑승한 배우는 송강호다. '의형제'로 장훈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송강호는 처음 '택시운전사' 제안을 받았을 때 고사했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하겠다고 연락했다. 송강호는 "막상 거절은 했는데 '택시운전사'가 전하려는 핵심과 여운이 마음에서 점점 커지더라"라며 "준비가 됐을 때 같이 하자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충무로 섭외 1순위인 송강호가 출연 결정을 하면서 '택시운전사'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물론 그렇다고 일사천리로 캐스팅이 되지는 않았다. 쉽지 않은 영화였기에 배우들의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의의에 공감해 출연을 선뜻 결심한 경우도 있다. 유해진이 그렇다.

장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유해진은)배우의 크기에 비해 비중이 많지 않은데도 영화의 의미를 생각해 참여했다. 광주 시민의 모습을 어떤 배우가 연기해야 관객에 오래 남을까 생각했다. 유해진이 바로 그랬다."

유해진은 '럭키'의 흥행으로 원톱 주연 반열에 올랐다. 그랬지만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택시운전사'에 공감해 흔쾌히 참여했다.

송강호, 유해진과 함께 류준열은 '택시운전사' 흥행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선택을, 관객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사실 류준열 캐스팅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류준열이 그 역할에 정확하다고 생각해 캐스팅을 고려했다. 하지만 캐스팅을 할 즈음, 류준열 일베 논란이 일었다. 류준열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류준열은 일베에 가입한 적도 없지만, 악플러들이 그의 아이디로 일베에 가입하려는 시도들마저 있었다. 결국 류준열에게 일베 오명을 씌우려 했던 악플러들은 줄줄이 고소당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선, 그런 의혹이 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였기에 그런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자칫 악플러들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어떤 중상모략을 할지도 염려할 수 밖에 없었다.

고민이 한창일 때, 송강호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 말들을 들은 송강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만일 류준열이 일베가 아니라면 그런 논란 때문에 영화에 적합한 좋은 배우를 출연시키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또 송강호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류준열이 일베라면 '택시운전사'는 그런 사람들까지도 아우르는 게 취지 아니냐"고 했다.

'택시운전사' 제작자 더램프 박은경 대표는 "송강호의 그 말에 모든 고민이 단번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실제 류준열과 같이 작업해보니 그런 고민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게 됐다. 그런 논란은 어이가 없었고, 정말 순수하고 착했다. 귀중한 배우"라고 말했다.

장훈 감독도 비슷했던 듯하다. 장훈 감독은 "정말 좋았던 게 (류준열은)굉장히 이성적이다. 바르고 순수하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소화하고 바로 표현한다"고 했다.

이런 우려와 고민, 그리고 배려가 있었지만 송강호도 '택시운전사' 제작진도 그간 류준열 캐스팅 비화에 대한 말은 아꼈다. 말이 말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준열에게도 이런 뒷이야기는 하지 않은 듯하다. 그릇이 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배려다.

'택시운전사'를 본 천만 관객은, 류준열의 연기를 본 천만 관객은, 송강호의 한마디가 고마울 것 같다. 류준열은 '택시운전사'에 순수함을 불어넣었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에 대해 "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사투리가 익숙했다"며 "어머니가 영화를 본다면 '야 너 징하게 혔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정말 징하게 잘 혔다.

'택시운전사' 천만은 용감한 선택의 결과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하던 시절, 투자가 됐고 제작을 준비해 촬영에 돌입했다. 촛불로 시작된 탄핵과 정권교체를 예상할 수 없던 시절, '택시운전사'는 만들어졌다. 원래는 박근혜 정권 시절 개봉할 계획이었다.

용기와 배려에 천만 관객이 화답했다. 징하게 잘 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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