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품위 있는 그녀' 정상훈, 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굳히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8.18 17:23 / 조회 : 2606
  • 글자크기조절
image
JTBC '품위 있는 그녀' 정상훈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거의 10%에 달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는 탄탄한 극본과 세련된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막장 드라마 논란도 살짝 일었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자극적인 불륜 소재가 중심이 아니라 인간의 내밀한 곳에 숨겨진 치졸한 욕망을 풍자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재미’와 ‘긴장감’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대본과 연출이 좋으니 일단 차치하고, 배우들만 얘기해 보자. 품위 있는 그녀인 김희선과 품위 있는 그녀를 닮고 싶은 김선아가 주인공인 건 누가 봐도 당연하다. 그리고 김희선, 김선아, 두 배우의 연기력을 논하자니 이 또한 두말하면 입 아플 만큼 훌륭했다. 작가가 설정한 캐릭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말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선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우아진 역할은 김희선이었기에 가능했고, 치밀어 오르는 욕심과 인간적인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복자 역할 역시 김선아였기에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이 두 배우 역시 또 차치하자. 주인공 둘을 빼면? 이 드라마에선 조연들도 누구 한 명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연기력이 탁월했다.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그렇다면, 누가 남나? 그래, 딱 한 명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정상훈이다. 회장 아버지를 둔 살짝 못난 아들이면서, 자신보다 훨씬 더 영특하고 바른 아내를 둔 남편, 심지어 어린 딸보다도 생각이 짧은 아빠, 거기에 아내가 소개시켜 준 화가와 불륜 관계로 이혼남으로 전락하는 신세다. 단 몇 줄만의 설명으로도 얼마나 밉상 캐릭터인지 확연하게 느껴진다. 정상훈이 종영 소감에서 스스로 말했던 ‘찌질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찌질한 역할인데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못난이 밉상 캐릭터임에도 사랑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서 정상훈의 연기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아내와 상간녀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뻔뻔함에도 미워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건 그의 코믹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 그 코믹함은 여기서만 빛을 발하는 게 아니다. ‘품위 있는 그녀’는 김선아(박복자 역)를 죽인 범인을 찾는 추리적 코드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또한 상류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여러 인간상에서 드러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런 복합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가운데에서 정상훈의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시 말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너무 무겁거나 너무 처지지 않게 완급조절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역할에 정상훈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익히 알려졌듯 그는 데뷔한 지 20년차다. 수많은 작품들을 했으나 무명생활이 길었고, 그를 세상에 다시 알리게 한 것은 tvN ‘SNL’의 ‘양꼬치엔 칭따오’다. 이것이 유행어로 히트 치면서 그를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꽤 많았다. 이런 이미지가 그에겐 행운이면서도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러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하는 배우에겐 특히 그렇다. 강렬한 한 가지 이미지로 인해, 그 외 역할들에서 각인된 이미지가 희석되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훈 역시 개그맨으로 느껴질 만큼의 장난스럽고 코믹한 이미지로 인해서 배우로서 손해 보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번 ‘품위 있는 그녀’에서 그는 이런 우려를 확실히 털어버렸다. 물론 코믹한 캐릭터여서 그 부담이 덜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연기내공이 아니었다면, 드라마 전체에서 혼자서만 동동 뜨며 가벼워 보였을 수 있다. 그런데 정상훈의 코믹 연기는 혼자서만 어색하게 튀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부분마다 조화를 이루며 나타났다. 때문에 밉상이지만 밉지 않게 보일 수 있었다.

자, ‘품위 있는 그녀’는 앞서 말한 대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다. 그와 동시에 정상훈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그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많지만, 정상훈이 특히 더 반가운 건 오랜 무명을 벗고 드디어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품위 있는 여자’, 극의 내용뿐 아니라 배우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