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입 "'쇼미더머니', 힙합신 독과점 비판 받아야"(인터뷰③)

[이 가수, 만나고 싶었습니다]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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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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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피타입 /사진=홍봉진 기자, 장소 협찬=삼청동 그린냅



-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을 한 적이 있으시던데요.

▶ 네, 그렇습니다. 힙합 신을 일궈낸 입장에서 '쇼미더머니'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쇼미더머니'가 생기고 나서 힙합 신의 판도가 바뀌는 것에 대한 부분을 비판하고 싶고, 특히 독과점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 싶어요. 이는 '쇼미더머니'가 방송 매체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봐요. 한 예로 '쇼미더머니'가 방송되고 있는 시점에는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고 있는 래퍼와의 협업이 불가능해요. 이 기간이 녹화 시작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4~5개월 정도 돼요. '쇼미더머니'는 이후 공연 등 여러 콘텐츠를 통해 힙합 신에서 독과점을 더욱 넓혀가고 있죠. 힙합 문화가 '쇼미더머니' 관련 콘텐츠로 쏠리게 되는 것이 문제인 셈이에요. 물론 이게 모두 '쇼미더머니'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순 없어도 서브 컬처로서 힙합이라는 것에 대한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는 안배를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요. '쇼미더머니'로 인해 자연 발생적으로 군소 언더 힙합 공연들이 없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게 '쇼미더머니'가 대놓고 없앤 건 아니지만 '쇼미더머니'가 방송된 이후 생겨난 현상인 건 사실이니까요.

- 그럼에도 '쇼미더머니'를 보고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당연히 이렇게 '쇼미더머니'를 비판하는데 왜 '쇼미더머니'에 출연을 하냐고 물어보죠. 이에 대한 제 답은 '쇼미더머니'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콧이 아니라 출연자의 압도적인 무대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저만의 무대를 통해 '쇼미더머니'의 판도를 바꾸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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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피타입 /사진=홍봉진 기자, 장소 협찬=삼청동 그린냅


-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신 적이 있네요.

▶ 그렇다고 제가 교수는 아닙니다.(웃음) 교단에 한 학기 정도 섰던 건 사실인데요. 물론 제게 랩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순 있겠지만 학교라는 틀 안에서 랩을 가르치는 건 제 신념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힙합이라는 문화와 랩이라는 하나의 음악 스타일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거죠. 힙합은 워십(worship)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뭔가 종교적인 신념이 돼야 하고 삶의 태도와도 같은 개념이라고 봐요.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라는 곳이 고급 교육 기관이고 학생의 직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데 '힙합으로 어떤 직업을 얻고 힙합으로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힙합이 누군가를 먹고 살게끔 해줄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전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요. 아직 힙합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학교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전 그 학교에 가는 학생을 향해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 실제로 대학교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는데, 힙합과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제 아버지가 김창완밴드의 드러머 강윤기입니다. 어렸을 때 저희 집안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았지만 음악가의 자제로 태어나 분명 음악에 있어서는 정말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자연스럽게 팝송과 해외 음악에 친숙해질 수 있었고 AFKN 라디오 역시 자주 들었죠. 그때만 해도 뮤지션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께서도 당신의 일터로 저희를 부르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하셨고요. 이후 고등학교 때 만났던, 비보이와 백댄서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듣게 된 것이 랩이었고 이른바 '힙합 카페', '힙합 바'라는 곳에서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랩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작하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서울 4년제 대학교에 붙어서 힙합 동아리 생활과 미식축구 동아리에만 대학 생활을 올인했죠.

- 1세대 래퍼로서 남다른 자부심이 있을 것 같은데요.

▶ 사실 전 1세대 래퍼라는 말이 오글거려요. 우리나라에서 힙합 문화가 그래봤자 15년 정도밖에 안됐을 텐데 그럼에도 이 1세대라는 말을 저 역시 프라이드를 갖고 한국 힙합 문화를 이끈 선구자로서 저처럼 활동하고 있는 1세대 래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인정받고 싶다면 1세대라는 말을 스스로 머릿속에 지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1세대 래퍼라는 타이틀로 인정받고 싶다면 그 래퍼의 음악이 당시 활동을 통해 정말 깊은 내공과 연륜으로 완성됐다 하더라도 현 시대에서도 먹혀야 하거든요. 그래야 지금 힙합을 좋아하는 대중도 존경을 하는 거고요. 이제는 퇴색된 것일 수도 있는 과거의 경력만을 가지고 '나 예전에 이랬다'고만 말하면 그건 못된 꼰대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현 시대에서 저만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죠. 못된 꼰대가 아니라 멋진 꼰대가 돼야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세대 래퍼들에게 하고 싶은 건 제 과거를 인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저 역시 현 시대에서 활동하는 래퍼로서 동료로 저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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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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