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대호' 이후 영화 그만할까 고민"(인터뷰)

영화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8.18 10:18 / 조회 : 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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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신세계', '대호' 등을 연출한 감독 박훈정 감독이 새 영화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뒀다.

박훈정 감독은 2015년 개봉한 '대호' 이후 2년 만에 신작 '브이아이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오는 24일 개봉할 이 작품은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브이아이피)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후 이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가 맞서기 되는 범죄 영화다.

박 감독의 '브이아이피'는 2013년 화제작 '신세계'에 이은 느와르다. 전작에서 사람 중심의 끈끈한 감정들을 앞세웠던 그다. 이번에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과 만든 영화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 냈다. ''신세계' 감독 작품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훈정 감독은 이런 생각들에 대해 장르가 같아도 다른 구성으로 영화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느와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잘 된 장르 영화를 잇는 감독이 아닌 새 것에 도전해 보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제자리에서 엉덩이 뭉개고 싶지 않았다는 박 감독에게 '브이아이피'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이아이피'는 어떤 영화인가요.

▶ 기존 한국 영화의 느와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에요. 서늘하고, 건조해요. 인물들끼리 감정의 동화나 이해관계 그리고 감정적인 스킨십도 없어요.

-'기획 귀순'을 소재로 했는데, 모티브가 된 예가 있나요.

▶ 어느 한 사건, 인물에서 영화를 기획한 것은 아니에요. 수지 김 사건, 이한영 피살 사건, 황장엽 귀순 등 북한과 관련한 굵직한 일들이 대부분 영화의 모티브가 됐죠. 이런 일들을 통해 '기획 귀순한 사람이 보기와 다른,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데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도전도 좋지만 '신세계'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이번 영화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제가 생각해도 전작의 그늘이 커요. 그래서 배우들에게 농담 삼아서 '하던대로 해야되지 않겠나'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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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작에 대한 부담감도 없잖아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 한국 영화의 느와르를 보면 사람 중심으로 굉장히 끈끈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이와 반대되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전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요.

-시나리오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음. 사실 '대호' 이후 방황과 고민의 시기가 있었죠. '대호'가 개봉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정말 '이걸 계속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방황 끝자락이었던 2016년 4월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사실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은 아니었고, 책으로 낼까 했었죠. 처음 구상은 9개의 챕터였어요. 영화에도 챕터로 나뉘어 나오는데, 사실 챕터 2까지 하다가 영화로 완전히 전환했어요.

-'브이아이피'의 등급이 청불인데, 올해 이 등급 영화들이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걱정되지는 않나요.

▶ 기획, 소재가 청불이 아닌 등급으로 하기에는 힘든 이야기였어요. 처음부터 청불로 생각하고, 각오했어요. 등급에 따른 흥행은 의미를 두지 않아요. 제가 했던 작품들 중에 15세 관람 이상 등급의 작품은 성적이 안 좋았거든요.

-장동건부터 이종석까지 출연자들이 화려한데 캐스팅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 어렵지는 않았어요. 박희순 씨는 친분도 있었고, 극중 캐릭터도 딱 그만 떠올랐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김명민 배우는 예전부터 같이 하고 싶었었는데, 그간 스케줄 때문에 같이 못했어요. 이번엔 스케줄 된다고 해서 하게 됐죠. 장동건 씨는 극중 국정원 요원 박재혁에 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따로 뭔가 하지 않아도 그로 보일 것 같아서 급하게 연락을 했고, 같이 하게 됐어요. 종석 씨의 경우엔 다른 배우들과 달리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 시나리오도 안 보냈었는데, 먼저 하고 싶다고 해서 되게 의외였죠.

-북한의 브이아이피 김광일은 밑도 끝도 없는 사이코패스였는데, 기존 선한 이미지를 가진 이종석이 잘 소화 했다고 생각하나요.

▶ 먼저 김광일은 환경이나 태어났을 때 성향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예요. 북한이 왕조국가나 마찬가지인데, 가진 자들은 자신보다 없는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 하죠. 김광일 역시 그런 캐릭터였어요. 종석 씨가 이런 역할을 잘 표현해 줬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역할만 사이코패스였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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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동건의 욕설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예의 바른 그가 촬영이 힘들다고 하지는 않았나요.

▶ 욕을 안 하시는 분이죠. 평소에도 점잖고 바른 생활을 하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욕이 되게 어색했어요. 욕 처음 하는 티가 났어요. 그런데 하면 할 수록 입에 짝짝 붙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연습하고 오는 것 같았고, 날이 갈 수록 욕이 잘 붙더라고요. 나중에는 NG 없이 갔어요. 늘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처럼요.

-총격전부터 육탄전, 차량 전복 등 다양하고 거친 액션이 많이 담겼는데 배우들의 부상이나 사고는 없었나요.

▶ 특별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액션, 특히 총기가 나오는 장면들은 공들여서 찍었죠. 동건 씨는 전작에서 총을 많이 잡아봐서 그런지 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언론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영화를 본 소감으로 "시나리오보다 재밌다"고 했는데, 시나리오와 달라진 게 많았나요.

▶ 많이 바뀐 부분은 없어요. 오히려 편집하면서 덜어낸 부분들은 있어요. 시나리오대로 나온 것 같아요. 덜어낸 부분은 잘 했는지 모르겠네요. 관객들에 따라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거든요.

-'브이아이피'가 감독의 연출작 '신세계', 각본을 맡았던 '부당거래'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간 연출했던 영화에 이어지는 시리즈가 있을까요.

▶ 글쎄요. 생각을 안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세계관(시리즈)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죠. '브이아이피' 경우 잘 되면 이어지는 영화를 할 수도 있죠. 사건 중심의 영화였는데, 극중 등장했던 인물을 활용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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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신세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2탄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요. 지난해에도 계속 제작, 투자사 쪽과 협의하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게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은 계속해서 구상하고 있어요.

-차기작 '마녀'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 기존 제가 했던 작품과는 또 다른 이야기에요. 이번엔 인물 중심 이야기라서 관객들이 '브이아이피'와 달리 이질적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 같아요.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에요.

-베니스영화제 초청을 받았음에도 불구, 한국 개봉 일정으로 거절했다고 하는데 미련이 남지는 않았나요.

▶ 베니스 쪽에서 개봉일을 일주일만 미루면, 현지 상영과 관련해 용인해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사실 고민 좀 했어요. 못 가게 되어서 아쉽긴 하더라고요. 이번 일 겪고 보니까, 진짜 자기 팔자가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 관객들이 즐겨보시는 것으로 풀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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