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기리 "한국어 랩 멋없었다..엇박 플로우 홀로 연구"(인터뷰②)

[이 가수, 만나고 싶었습니다]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08.18 09:40 / 조회 : 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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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①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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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디기리 /사진=임성균 기자, 장소 협찬=삼청동 그린냅


- '쇼미더머니6' 출연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힙합 트렌드에 대한 남다른 생각도 있으실 것 같아요.

▶ 정말 많이 변했어요. 그리고 정말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힙합의 장르를 구분하고 나누는 것이 웃긴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음악적 형태와 스타일이 다를 순 있지만 붐뱁, 트랩 등 장르로 규정짓고 나누는 현재 모습을 보면서 이전의 힙합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어요. 사실 요즘 대세 장르라고 하는 트랩도 예전에 이미 많이 활용됐던 장르였어요. 제가 허니패밀리 멤버로 활동할 당시에도 썼었고요. 힙합은 솔직함과 자유로움을 담은 하나의 정신이고 문화인데 이를 장르로 규정해서 스타일의 틀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제가 좋아하면 장르에 상관없이 뭐든지 다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쇼미더머니6'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 얻은 것은 인지도죠. 예전만 하더라도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었어요. 그런데 10년 정도 활동을 쉬고 나니 저를 모르는 힙합 팬들이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그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느끼게 됐죠. 이후 '쇼미더머니6'를 출연하면서 어린 팬들도 저를 알게 되고 제 노래를 찾아 듣게 되고, 그럼으로써 재평가를 해주는 것 등이 제가 '쇼미더머니6'를 통해 얻게 된 부분이었어요. 잃은 건 제 이미지가 희화화됐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뭔가 개그 캐릭터로 변한 느낌이어서 좀 아쉽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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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찬, 영비(양홍원) 등 10대 래퍼들을 보면서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 뭔가 아빠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웃음) 뭔가 선배 래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우리나라가 예전만 하더라도 힙합의 불모지였었는데 그때 전 씨를 뿌릴 때 활동했고, 지금 세대 래퍼들은 그 씨앗의 열매가 열리고 있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활동할 때만 해도 힙합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가 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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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디기리 /사진=임성균 기자, 장소 협찬=삼청동 그린냅


- '쇼미더머니6'에 출연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후배 래퍼가 있었나요?

▶ 사실 다들 너무 잘해서 누구를 꼽기가 쉽지 않아요. 전체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기억을 해보자면 저는 페노메코와 우원재를 꼽고 싶어요. 둘 다 개성이 매우 뚜렷한 친구들이었어요. 우원재는 음악 스타일이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어두운 기운을 랩으로 표출하는 것이 멋졌어요. 페노메코는 멜로디를 타면서 랩을 활용하는 것이 굉장했고 비트도 탄력 있게 타는 스타일이었어요. 톤도 정말 매력적이고요.

- 리듬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이 별명을 갖기까지 남다른 행보가 있었을 것 같아요.

▶ 제가 스무 살 때 클럽에서 아는 형과 프리스타일 랩으로 무대에 섰던 기억이 나요. 그때 한국어 랩은 뭔가 원시적이었어요. 아무리 멋지게 하려 해도 영어 랩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플로우가 안 나왔어요. 정말 한국어 랩의 한계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아쉬웠고 한국어 랩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없었죠. 멋이 없었던 거예요. 이후 일본 출신 래퍼의 랩을 들으며 정말 충격을 먹었어요. 일본어로도 이렇게 멋진 랩을 할 수 있는데 한국어라고 안 될 게 없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정말 많이 연구했죠. 리듬의 위치와 강약 조절 등에 초점을 맞춰 랩을 완성했어요.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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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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