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고 1000만" '택시운전사'의 힘 #현실감동 #송강호 #타이밍①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8.17 09:47 / 조회 : 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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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택시운전사' 포스터


"레츠고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가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뒀다.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하루 57만 관객을 모으는 등 9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택시운전사'는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금주 중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최초의 1000만 영화이자, 19번째 1000만 영화의 탄생이다. 한국영화로선 15번째 기록이 된다.

◆ 아픔의 기억, 실화의 감동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밀린 사글세를 한 번에 낼 수 있는 거금을 준다는 말에 아무 것도 모른 채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서울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영화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참상을 전세계에 전한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가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으며 밝힌 택시기사 '김사복 씨'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아픈 현대사, 가슴 찡한 실화의 힘이 더해진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그리고 공개된 '택시운전사'는 그 시절을 살던 평범한 소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광주의 이야기, 전혀 다른 목적으로 만나 마음을 나눈 두 남자의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택시운전사'는 힘 있고도 사려 깊은 연출로 광주를 잘 몰랐던 2000년대의 10대 20대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한편, 그 시절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세대들에게도 아픔과 울림을 동시에 전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힌츠페터 기자가 촬영한 1980년 광주의 모습을 처음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공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송강호와 함께 '택시운전사'를 관람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고 위르겐 힌츠페터가 '꼭 만나고 싶다'고 바라마지 않던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아들이라는 한 네티즌이 SNS에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확인 요청이 빗발치자 해당 네티즌이 아버지의 사진을 제작사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모두 고인이 된 상황에서 확인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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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택시운전사' 스틸컷


◆ 3번째 1000만 태운 송강호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되어 관객들의 광주로 데려간 송강호는 두말할 필요 없는 일등공신이다. 이미 '괴물', '변호인'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이끌었으며 '택시운전사'로 3번째 1000만을 눈앞에 둔 그는 '설국열차' '관상' '설국열차' '밀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살인의 추억' '박쥐' '밀양' 등 수많은 흥행작과 명작들을 이끈 한국 최고의 배우로 꼽힌다. 지난해 '밀정' 개봉 당시 출연작 누적 관객이 이미 1억 명을 넘겼다.

그러나 송강호가 특별한 것은 그런 숫자 때문이 아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현대극과 사극, 시대극을 자유로이 오가는 그는 '송강호가 곧 장르'라 여겨질 만큼 한국의 관객이 가장 신뢰하는 배우다. 섬세하고도 풍성한 표정과 몸짓으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고야 만다. 그의 푸근한 인간미는 특히 강력하다. 송강호가 평범한 사람의 선량한 상식을 그려낼 때 설득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택시운전사' 역시 마찬가지. 광주를 빠져나오며 '제3한강교'를 흥얼거리다 끝내 눈물을 쏟은 그가 사랑하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며 다시 광주로 향하기까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전환이 오롯이 그의 몫이다. 그리고 그 순간 송강호는 스크린 앞 관객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광주행 택시에 함께 태운다.

◆ 그리고 타이밍

1000만을 목전에 둔 '택시운전사'의 절묘한 타이밍도 흥행에 한 몫을 했다.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투톱으로 꼽혔던 '군함도'와의 경쟁에서 한 주 뒤로 개봉시점을 잡은 것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덩케르크'의 부진 속에 갑작스럽게 스크린이 몰린 '군함도'가 개봉 첫 날 스크린 2000개를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집중 포화를 받은 반면, '택시운전사'는 비교적 호의적인 시선 속에 박스오피스에 안착했다. 1400여 개로 시작한 스크린이 크게 늘어나 첫 주말 1900개를 넘겼음에도 비교적 덜 눈총을 받았다.

물론 '택시운전사'의 절묘한 타이밍은 개봉일 뿐이 아니다. '택시운전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모티프인 '변호인'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송강호를 기용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문화계 불랙리스트가 공공연하게 회자되던 시기 제작준비와 촬영이 이뤄졌다. 촛불로 시작된 탄핵과 정권교체를 예상할 수 없던 그 때, '택시운전사'는 전 정권 하에서 개봉할 기획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고, '택시운전사'는 촬영 당시엔 그저 서울의 한 지명이었을 광화문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2017년의 여름에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대통령이 함께 보며 눈물짓는 영화가 됐다. 아픔의 역사, 가슴을 울린 실화에 진심으로 다가간 배짱 두둑한 기획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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