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박열' 그리고 '군함도'..시대극의 얼굴, 배우 김인우(인터뷰)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8.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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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인우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어느덧 시대극의 얼굴.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48)는 최근 더욱 주목받는 배우다. 어느덧 한국으로 온 지 10년째를 맞이한 그는 암살''동주''아가씨''덕혜옹주''박열''군함도' 등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에 거푸 출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20여편의 영화, 40여편의 연극에 출연했던 그는 영화 '파이란'(2001), '집으로'(2002)를 보며 한국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결국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9년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출연하며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려 35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김인우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에서 독립군 암살조를 돕는 일본인 바텐더로 등장했던 그는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6)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를 취조하는 일본 고등형사로 분했다. 그 인연으로 '박열'(2016)에서는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을 맡았다. 한창 상영 중인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서는 탄광을 관리하는 일본인 소장으로 분했다. 완벽한 일본어 실력은 물론이요, 캐릭터에 쏙 녹아든 열연을 선보이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히 '시대극의 얼굴', '섭외 1순위'라 할 만하다. 하지만 김인우는 거듭 손사래를 쳤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고, 이렇게 주목받았을 뿐 한국에서 활동하는 재일교포 배우들이 상당히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겸손한 답변이었지만 김인우의 적극적인 역사물 출연에는 그의 의지도 분명 크게 작용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던 한국으로 건너와 배우 활동을 하게 된 데도 배우로서 역사물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국어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만큼 유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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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우 / 사진=영화 '군함도' 스틸컷


"한국에 온 목표라면, 역사문제에 대해 제가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같은 역할이라도 한국 배우가 하는 것, 일본 배우가 하는 것, 재일 교포가 하는 것이 감정의 느낌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일교포로서 이 민감한 문제를 연기를 통해 전달해야겠다는 사명이 있었어요. 그런 역사를 알리는 작품에 더더욱 출연하고 싶었죠. 최근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더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반가워요. 역사를 영화화해 전달하려고 감독들이 계획을 하고, 저를 거기에 이용해주고, 제가 거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로서 영화 속 일본어가 보다 완벽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열망도 크다. 그는 "일본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언어도 한 이유"라며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언어가 어눌하면 그걸 이유로 이러쿵 저러쿵 할 수가 있다"고 털어놨다. 김인우의 역할은 연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열'의 경우엔 후미코 역 최희서가 일본어로 번역한 대본 전체를 감수했고, '군함도'에도 일본어 자문 역할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밖에 여러 작품에서 일본어 자문, 지도를 맡았던 것도 같은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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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우(사진 왼쪽에서 3번째) / 사진=영화 '박열' 스틸컷


언어에 대한 접근 만큼이나 캐릭터 분석 또한 꼼꼼하다. 실존 인물인 일본 내무대신 미즈로 렌타로 역할을 맡은 '박열'의 경우 그의 실제 이력을 바탕에 두고 사진을 보며 받은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동주'의 고등형사처럼 가상의 인물인 '군함도'의 탄광 소장 경우는 어머니가 누구고 어떻게 태어나 자라난 사람인지 하나하나 전사를 작성했고, 류승완 감독과 함께 수정을 거쳐 인물을 완성했다. 그는 "감독님이 디테일하셨다. 여태까지 연기해 본 적 없는 소장의 김인우를 끌어내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입에 넣어 맛을 본 단무지를 옆 부하에게 넘기는 장면이 있었어요. '너는 나의 개야' 이런 느낌인데, 감독님이 그런 장면을 생각해 냈다는 데 소름이 돋았어요. 소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 한 장면에 다 드러나죠. 결국 잘렸는데 너무 아쉬워요."

개봉 후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군함도'에 대해 그는 특히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재일동포 3세인 그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노동자였다. "외할아버지가 살기 좋은 데 가서 돈 많이 벌게 해준다는 데 속아서, 그 때 일본으로 오셨어요. '군함도' 같은 상황이죠."

김인우는 "'군함도'에 등장하는 탄광은 아니지만 (조선인 징용자들이 당시) 여러 군데 탄광에서 일을 했고, 그 중 하나에서 외할아버지께서도 일을 하셨다고 했다"며 "고통스러웠다는 이야기, 열악한 상황이었고 죽는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들었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출연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그러나 개봉 이후 이어진 논란에 대해서는 "조금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개인적 감상이야 어쩔 수 없지만, 솔직히 속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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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우(사진 왼쪽)와 강하늘 / 사진=영화 '동주' 스틸컷


일본인 악역을 연달아 맡고 있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이전부터 개성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아 "깔끔하고 착한 역할은 밋밋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일본 활동 시절 출연작의 3분의1 가량에서 야쿠자를 연기했던 김인우는 "한국서 깡패 역할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오디션도 못 본 일도 있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던 중 배우 김정태의 추천으로 '깡철이'(2013)에서 처음으로 재일교포 야쿠자 2인자 역할을 맡았고, 그것이 인연이 돼 '암살', '동주' 등으로 인연이 이어져 지금에 왔단다. 김인우는 "그러고보니 다 거기서 시작됐다. 김정태씨에게 감사드린다"며 감사를 전했다.

"저는 악역을 좋아해요. 어떤 역할이든 다 그렇지만 게 그 사람을 무너뜨릴까, 머리를 쓰고 작전을 다 세워야 해요. 악역이라는 게 두드러지니 소화하는 데 남다른 맛이 있어 재미있어요. 고충은 없냐고요? 길 가다가 맞은 적도 진짜 있어요. '박열' 나온 다음에도, '군함도' 나온 다음에도 '이 XX야' 하고 진짜로 때리세요. 욕 하는 분도 있었고. 충격은 아니지만 당황이야 했죠. 하지만 그게 다 저를 칭찬하시는 거잖아요. 서운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감사한 건 아니지만(웃음) 내가 잘 못하지는 않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인우는 앞으로도 강렬한 성격파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격자'의 하정우가 했던 강렬한 악당, '오 브라더스'의 이범수가 선보였던 페이소스 있는 캐릭터도 욕심이 난다고. 그간 출연한 35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 한 편(신연식 감독의 '시선 사이' 중 '과대망상자들') 빼고는 모두 일본인 역할을 맡았다는 그는 영역을 넓혀 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시대극의 얼굴'이란 이야기를 듣지만 언젠가는 바뀔 거예요. 저는 100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일본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전문 배우로서 모습도 계속 보여드리고 싶지만 시대극의 이런 역할이 자주 오는 건 아니니까요. 제한을 두고 현대극도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한국어를 더 열심히 해서 한국어 연기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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