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는 한국양궁?..'선발'이 더 힘들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8.08 07:56 / 조회 : 6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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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전에 선발로 나서 호투를 선보인 류현진.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요즘 기세가 말 그대로 ‘어마무시’하다. 거의 백전백승 급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괴물팀’이 나왔나 싶을 정도다.

다저스는 지난 7일(한국시간)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8-0 압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경기 내내 승부에 대한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저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1회초에 3점을 뽑아 일찌감치 3-0 리드를 잡았고 그때부터 경기는 이미 다저스의 승리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흘러갔다. 류현진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기 했지만 사실 이날 승부 자체만큼은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 같았다. 그만큼 다저스는 견고하고 강했고 메츠는 그 앞에서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류현진은 7회까지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며 단타 1개만을 내주는 무실점 쾌투를 했는데 3회초 선두타자에 맞은 유일한 안타가 아니었다면 퍼펙트게임을 생각했을 정도의 눈부신 역투였다. 메츠는 8회까지 단 한 명만이 1루를 밟았을 뿐이었다. 다저스가 메츠와는 체급이 다른 팀이라는 느낌을 안겨준 경기였다.

메츠는 올해 다저스를 상대로 사상 처음으로 시즌 시리즈 싹쓸이를 당했다. 총 7경기에서 다저스는 메츠를 합계 57-15로 압도했다. 평균 8-2로 승리한 셈이다.

사실 요즘 다저스의 파죽지세 진군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다저스는 마지막 51경기에서 44승7패, 승률 0.863이라는 거의 ‘미친’ 성적을 올리고 있다. 162게임 시즌으로 환산하면 140승(22패)을 거두는 페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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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선발진의 뎁스를 더 부추긴 다르빗슈의 합류.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역사상 연속 50경기에서 이런 성적이 나온 것은 지난 1912년 뉴욕 자이언츠 이후 무려 10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마이클 조단의 전성기 때 시카고 불스나 가능했던 승률을 다저스가 올리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승률 60%에 해당하는 시즌 97승을 올리는 팀이 1년에 많아야 한 두 팀 나오는 정도다. 그런데 다저스는 전체 시즌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장기간에 걸친 승률이 무려 86%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첫 60게임에서 35승25패를 기록했던 다저스는 이후 51게임에서 44승7패를 기록했다. 현재 성적은 79승32패, 승률 0.712로 시즌 115승을 올리는 페이스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6승(1906년 시카고 컵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을 뛰어넘을 기세다. 만약 다저스가 올 시즌 남은 51게임에서도 직전 51게임과 같은 성적을 올린다면 올 시즌 성적은 123승39패가 돼 역대 최고기록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지금 다저스의 모습을 보면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가 않는다. 다저스는 지상 최고의 투수라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부상자명단에 올린 이후 치른 12경기에서 11승을 거두고 있다. 이 기간 중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1.82(69.1이닝 14자책점)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투수를 잃고도 오히려 더 잘 나가고 있다. 커쇼같은 투수가 빠져도 전력에 타격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커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빠져도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줄을 서 있는 팀이 올해 다저스다. 벤치에는 물론 마이너리그에도 기존 선수들이 삐끗할 경우의 빈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이 줄을 서 있다. 그렇기에 다저스 선수들은 지금처럼 잘 나가는 상황에서도 결코 여유를 부릴 여지가 없다. 팀내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에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경쟁자들에게 밀려 경기에 못나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팀의 핵심선수들도 매 경기마다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기에 팀 전체가 자체경쟁을 통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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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을 따냈지만 여전히 선발자리가 불안한 마에다 겐타. /AFPBBNews=뉴스1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저스의 선발진이다. 다르빗슈가 가세한 뒤 다저스의 선발진은 한마디로 ‘누가 더 잘하나’라는 무한도전 콘테스트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다르빗슈의 트레이드가 확정된 다음 날 마운드에 오른 마에다 겐타는 7이닝동안 2안타 무실점의 역투로 시즌 10승째를 올린 뒤 “선발진에 살아남기 위해서 더 잘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르빗슈가 다저스 데뷔전에서 7이닝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3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한 뒤 류현진이 7이닝 1안타 무실점 8탈삼진 역투로 7이닝 무실점 퍼레이드에 합류했다. 류현진은 다르빗슈 트레이드 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7이닝 5안타 무실점 호투를 하는 등 한국과 일본에서 온 3명의 투수는 현재 4연속 선발등판에서 계속 7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이닝 3자책점’의 퀄리티 스타트 정도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무시무시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코디 벨린저, 체이스 어틀리, 로건 포사이드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상당수이기에 그 어느 포지션 선수도 주전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올 시즌 허리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던 베테랑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도 조만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곤잘레스가 돌아와 1루에 복귀한다면 코디 벨린저가 외야로 빠지게 되면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벨린저가 좌익수로 가고 테일러가 2루수로 들어오면 포사이드의 자리가 위험해지는 식이다. 이런 경쟁구도에선 그 누구라도 꾸준하게 성적을 내지 못하면 경기에 나서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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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상관없었던 극강의 에이스 커쇼조차 허리 부상으로부터 돌아온다. /AFPBBNews=뉴스1


불펜의 경우도 경쟁이 치열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토니 왓슨과 토니 싱그라니가 가세한 불펜진은 더 이상 보강이 필요없을 만큼 탄탄해졌지만 플레이오프가 되면 선발진에서 최소한 한 두 명이 불펜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여 여기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살벌하다. 한두 번만 삐끗해도 포스트시즌 출장기회가 날아갈 수도 있으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저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남은 시즌을 설렁설렁 보낼 분위기가 아니다. 역대 최다승 기록이 아니라 당장 주전경쟁, 나아가서는 플레이오프 선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류현진과 마에다는 이제부터 남은 선발등판 경기 하나하나가 포스트시즌 선발진 진입을 향한 오디션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팀에 가면 2, 3선발을 맡을 선수들이 다저스에선 사실상 6, 7선발로 등판 기회를 위해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커쇼와 브랜든 맥카시가 곧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매번의 선발 등판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오디션 기회들이다.

결국 다저스 선수들은 하나같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계속해야 하고 그런 경쟁을 통해 팀은 갈수록 더 강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자리 잡았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적일지 몰라도 다저스 선수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매 경기마다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저스가 남은 시즌동안 도대체 어떤 역사를 더 만들어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저스는 지금 정말 역사에 남을 역대 최고의 팀을 향해 계속 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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