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 LG, 9회 왜 마무리 임정우를 쓰지 않았을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8.13 06:30 / 조회 :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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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복귀전을 치르는 임정우. /사진=뉴스1



3시간 57분을 앞섰다. 마지막 10초를 버티지 못했다. 8:2까지 앞섰던 경기가 결국 10:11로 뒤집어졌다. KIA와 LG의 구성 차이가 느껴졌던 경기. 특히 벤치의 능력이 가장 힘을 발휘하는 7~9회에 경기가 뒤집어져 LG 팬들로서는 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12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KIA전.

LG는 1회초부터 6점을 뽑았다. KIA 선발 정용운을 ⅓이닝 만에 강판시켰다.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6자책). KIA가 1회말 2점을 만회하자, LG는 3회초 2점을 달아났다. 5회 KIA가 4점을 올리자 LG는 6회 다시 2점을 더하며 10-6을 만들었다.

LG는 선발 김대현(4⅓이닝)에 이어 최성훈(⅓이닝)-여건욱(⅓이닝)-진해수(1⅔이닝)가 차례로 나왔다. 7회 2사 후에는 이동현이 등장했다. 그는 8회 2사 3루서 최원준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이후 정찬헌이 올랐다. 정찬헌은 이명기에게 내야 안타, 버나디나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LG는 8-10까지 쫓겼다. 하지만 후속 최형우를 7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 종료.

여전히 2점 차. 8회말 KIA는 임창용을 투입했다. 그리고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가 나왔다. 챔피언스필드가 뜨거워졌다. 묘하게 분위기가 흘러갔다.

9회말. 앞서 8회 공 9개만 던진 정찬헌이 또 마운드에 올랐다. KIA 타순은 안치홍-나지완-이범호. 5,6,7번 타순이지만 클린업 타순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탄탄한 진용이었다.

이 타석 전까지 0.321의 타율을 올린 안치홍.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전 안타를 쳐냈다. 대역전극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후속 나지완이 좌익선상을 타고 빠져나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무사 2,3루 상황. 계속해서 정찬헌은 초구에 이범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인사가 오가며 어쨌든 1루가 채워졌다. 만루. 이때 KIA는 1루주자 이범호마저 대주자 백용환으로 교체, 동점을 넘어 경기를 아예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서 LG의 다음 투수는 신정락이었다. 올 시즌 LG의 전반기 뒷문을 책임졌던 신정락. 이 경기 전까지 신정락의 KIA전 성적은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06이었다. 카드는 실패였다. 신정락은 김민식에게 초구 좌익수 방면 안타를 내준 뒤 후속 김선빈에게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계속되는 무사 만루. 결국 최원준에게 중견수 방면 끝내기 희생플라이 타점을 내줬다. 10-11. 역전패. 경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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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패배 후 아쉬워하는 LG 선수단.


야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지난해 LG의 수호신이었던 임정우가 올라왔다면 어땠을까.

통상 언더핸드 투수는 좌타자에게 쥐약이다. KIA는 8번 김민식(좌)-9번 김선빈(우)에 이어 1~4번 타순(최원준-이명기-버나디나-최형우) 모두 좌타자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LG의 선택지는 선발 5명 및 앞서 나온 계투진을 제외하면 '고우석, 신정락, 임정우'뿐이었다. 고우석은 추격조. 그렇다면 신정락과 임정우밖에 없는 상황.

앞서 임정우는 11일 SK를 상대로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준수한 복귀전이었다.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투구. 최고 구속은 142km까지 나왔다. 커브의 위력도 여전했다.

LG로서는 사실 정찬헌으로 끝내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아니면 그전에 이동현이 8회말까지 혹은 앞서 계투진들이 더 길게 이닝을 끌어주는 가운데, 9회부터 정찬헌이 올라오는 게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미 나지완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승부의 추는 서서히 KIA 쪽으로 기울어갔다. 이어 이범호의 사구까지.

그래도 2점 차로 여전히 앞서고 있는 상황. 병살 혹은 한 점, 아니면 연장까지 생각해 동점까지 주겠다는 각오로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좌타자 일색인 KIA의 후속 타순을 고려했을 때 신정락이 아닌 임정우였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LG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서 끝내 임정우를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LG는 그의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임정우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좋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임정우가 100%는 아니다. 더 던져야 한다. 지금 정도로는 부족하다. 만만한 타자가 없다. 자기 공을 못 던지면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정우 역시 지난 11일 291일 만의 복귀전을 마친 뒤 "냉정하게 말해 100%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은 것에 초점을 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전날(11일) 18개의 공을 던진 임정우로서는 아직 연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더욱이 LG는 부상서 갓 복귀한 선수를 투입, 두들겨 맞으며 패했을 경우에 맞을 더 큰 역풍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결국 패했다. 54승1무49패. 4위를 유지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40경기. 3위 두산과의 승차는 6경기. 5위 넥센과의 승차는 반 경기 차. 공동 6위인 SK,롯데와의 승차도 2.5경기에 불과하다.

이제 LG의 목표는 3위인가. 아니면 4위 수성인가. 일단 허프 복귀로 LG는 허프-소사-차우찬-류제국-김대현으로 이어지는 5선발 로테이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일이 5강 사수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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