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6분' 우천 취소 논란, 얼마큼 기다려야 합당할까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8.07 06:05 / 조회 :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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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우천취소를 알림이 뜬 이글스파크 전광판.



# 1.

7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토요일이었다. 홈팀 삼성과 방문 팀 LG가 맞붙을 예정이었다. 당초 이날 비 예보는 없었다. 경기 개시 시간은 6시. 경기 시작 약 30분을 앞두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국지성 호우였다. 방수포가 덮였고, 외야 워닝 트랙에도 흥건하게 물이 고였다. 결국 6시 4분, 심판진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취소 결정을 내린 지 10여 분 만에 빗줄기가 다시 가늘어졌다. 비는 6시 30분께 그쳤다. 삼성 팬들은 물론 서울서 원정 응원을 온 LG 팬들까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 2.

전날(8월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일요일이었다. 홈팀 한화와 방문 팀 KIA가 격돌할 예정이었다. 이날 역시 비 예보는 없었다. 오히려 오전과 오후 내내 폭염 경보가 대전 지역에 발효됐다. 말 그대로 찜통 더위였다. 그런데 오후 5시 40분을 기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국지성 호우였다. 천둥 번개가 이글스파크를 휘감았다. 대형 방수포가 내야를 모두 덮었다. 더그아웃 앞쪽과 외야 워닝 트랙에 물이 찼다. 결국 6시 6분, 심판진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취소 결정 이후 6시 30분께 비는 완전히 멈췄다. 한화 홈 팬들을 비롯해 광주서 원정을 온 KIA 팬들은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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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 취소 결정 후, 아쉬움에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야구 팬들.


# KBO와 심판진의 입장

7월 22일 대구 우천 취소에 대해, 당시 KBO 관계자는 "그때 현장에서 경기 취소 결정을 내린 심판진은 그 비가 경기를 개시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라고 봤다. 또 만약 배수 작업을 하더라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홈 팀 측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형 방수포를 걷어내고 고인 물을 빼내는 등의 작업에 최소 1시간 이상, 1시간 3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전날(6일) 대전 KIA-한화전 심판진은 우천 취소의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선수 부상 방지 차원', '기상청 레이더 영상', '긴 정비 작업 시간'. 김병주 심판조장은 "기상청 레이더 영상을 보니 빨갛게 비구름이 집중돼 있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데, 그쳐서 정리를 한다면 7시 15분에서 7시 30분 정도가 돼야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심판조장은 "양 팀 감독님들 역시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면서 현장의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김 심판조장은 "팬들한테는 죄송한 마음이 있다. 현재로서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멀리서 오신 분들도 계신다"면서 "하지만 이제 시즌이 약 40경기 정도 남아 있다.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이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팬들의 입장

야구를 정말 보고 싶어 하고 사랑하기에, 팬들은 경기장을 직접 찾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보러 교통비와 식비는 물론, 때로는 숙박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평소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경기장을 찾는다. 특히 주말에는 평일에 직장 때문에 오지 못하는 가족 단위의 팬들이 대단히 많다. 이렇게 마음 단단히 먹고 많은 비용을 투자해 먼 타지까지 응원을 온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다면 아쉬운 마음, 때로는 치미는 화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것도 이런 뜨겁고 열정적인 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 기다림의 시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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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우천 취소 전, 팬들에게 친절히 사인을 다 해주고 있는 KIA 김기태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최근 국지성 호우로 인한 우천 취소 결정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일단, 비가 계속 내리면 야구 경기는 하기 어렵다. 문제가 되는 건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퍼붓는 폭우다. 비가 내리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내리는 양은 많다.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적셔 버린다. 배수가 되기 전까지는 물이 첨벙첨벙 튈 정도다. 이에 선수단과 심판진은 선수들의 부상을 염려한다.

그런데 이내 곧 비가 그친다. 따라서 방수포를 걷어내고 배수 작업을 마치면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그라운드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문제가 부각된다. 바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그라운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정비 작업 소요 시간이다. 과연 배수 작업에 시간은 어느 정도가 걸리는가. 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직관(직접 관람)' 팬들은 얼마큼의 시간을 감내할 수 있을까. 30분, 1시간? 아니면 1시간 30분? 2시간까지? 또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 경기 개시 약 30분~1시간 전부터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린다면 최소한 얼마만큼 기다려봐야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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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55분. 비가 다 그쳤다. 방수포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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