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日전범기 찢기, 우리라고 못할쏘냐"(인터뷰)

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8.02 08:00 / 조회 : 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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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영화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 '천만 감독'의 타이틀을 거머쥔 류승완(44) 감독. 그가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군함도'로 관객들 앞에 섰다.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악단장, 깡패, 광복군 소속 OSS 요원, 일본인 위안부을 비롯해 이유도 모르고 그저 돈 벌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군함도에 끌려온 조선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영화는 지난달 26일 개봉,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수 450만을 돌파하며 관객 몰이 중이다. '베테랑'(2015년) 이후 류승완 감독이 다시 한 번 천만 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천만? 천만의 말씀"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천만 욕심은 없다고 했다.

"천만, 이런 거는 저한테 중요한 것도 아니에요. 저는 오롯이 완성된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느냐, 정확하게 이 영화를 순수하게 보고 느끼실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천만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죠. 안 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냈고,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천만 관객 동원보다 더 뜨거운 관심사인 스크린 독과점(개봉일 2027개 스크린에서 1만174회 상영)과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먼저 자신의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서 관객들에게 송구, 민망하다고 밝혔다.

"왜곡은 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 왜곡이죠. 영화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요. 저는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것이라고 했고, 만들어진 인물이나 사건도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죠. 탈출 장면도 역사, 군함도 전문가들로부터 고증을 받았어요. 왜곡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한 것 같아요. 또 독과점 문제는 10년도 더 된 문제에요. 정책적으로 제한선을 정해서 이 논쟁을 끝냈으면 좋겠어요. 영화 책임자로 이런 논란에 대해 말씀드리는데,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위해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것은 관객들과 다르지 않아요."

영화는 이뿐만 아니라 친일 행각을 한 나쁜 조선인들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감독이 친일이 아니냐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 이에 류 감독은 "누가 봐도 그게 아닌 것은 다 아는데"라고 했다.

"그런 인물들이 영화 안에서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나와요. 심지어 이강옥까지 모두 죽게 되죠. 분명 친일에 대한 청산, 척결이 명백하게 있어요. 이 부분을 확대해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그렇게 해석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마치 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것처럼 하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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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이래저래 논란이 가득한 '군함도'. 또 하나를 꺼내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찢어 탈출에 이용하는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연출 방식이었죠. 물론 제 안에서 전범기를 찢고자 하는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에요. 욕망을 실현한 거죠. 세계 2차 대전 소재 영화를 보면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을 짓밟거나 불태우는데 '우리는 왜 못 해?'라는 생각이 있었죠. 항구에 보면, 욱일기를 걸어놓은 일본 배들이 있잖아요. 아니, 사과도 제대로 안 하고 들어와 있고, 거기게 대해 열 받고 짜증이 났었어요. 그래서 '내가 왜 내 영화를 찍으면서 눈치를 봐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죠."

류승완 감독은 일본 정부의 거듭되는 군함도의 강제 징용 부정 문제는 그 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삶을 부정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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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여러 논란 외에도 '군함도'는 관심을 받아야 할 게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부당거래', '베테랑' 그리고 이번까지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춘 류 감독과 황정민의 관계다. 감독이 밝히는 둘의 관계는 끈끈했다.

"아마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배우와 감독의 관계가 아니었죠. 대본 나오기 전 황 선배한테 군함도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영화를 할 거라고 했는데, 얼굴 빨개지면서 열 받아 하더라고요. 본인이 역사적 사실을 몰랐던 것이 분하고, 부끄러웠던 것이었죠. 그래서 '이건 당연히 해야지' '미친 거 아냐?'라면서 영화를 하자고 했죠. 그러면서 하나 우려를 했던 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더 준비하고, 숙성시킬 필요가 있어서 '베테랑'을 먼저 하게 됐어요. 또 실제 촬영에서 많은 부분에 참여를 해서 크레딧에 이강옥=황정민'이 아닌 '제작간섭=황정민'이라고 해도 됐어요. 그는 단순히 시나리오 나와서 계약하고, 관객들이 좋아하니까 캐스팅 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 외에도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은 좋은 인격을 가지고 있었어요. 6개월 간 강제 징용된 캐릭터를 재현해야 해서 제육볶음 하나 마음 놓고 못 먹었죠. 또 한류스타들이 민감한 역사 이야기인데 출연까지 해서 대단했죠. 그들을 만났다는 것은 큰 행운이죠. 그리고 수안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단했죠."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다룬 군함도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랐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 있었던 군함도라는 것이다.

"2013년 즈음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저조차도 군함도에 대해 잘 몰랐어요. 2015년 즈음 '무한도전'을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그 때 저한테 패널 출연 연락이 왔었어요. '군함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말이죠. 공부할 때였는데, 시청자들께 군함도를 설명할 때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국민적 지지를 받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영화를 통해 군함도 관심이 확산 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더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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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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