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제작자, '군함도' 논란을 말하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8.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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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다음 기사에는 영화 '군함도'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군함도'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다.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서 강제 징용으로 고통받던 조선인들의 대탈주를 그린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지난 26일 개봉 이후 폭발적인 관객을 모으며 그에 못잖은 폭발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개봉 첫 날 2026개에 이르는 역대 최다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역시 역대 최고인 96만 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이래 현재 450만 명 넘는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역사왜곡''국뽕'을 동시에 운운하는 논란도 벌어졌다. '촛불영화'이자 '적폐청산'을 외치는 영화라는 비아냥도 있다. 극과 극의 논쟁과 해석이 한 편의 영화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에 없던 뜨거운 논란과 논쟁이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47) 대표 또한 그 중심에 있다. 연출자 류승완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인터뷰에서 "여러 논란 중에서도 '조선인 비하'라는 대목에서는 크게 낙심했다"며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꺼냈다.

-'군함도' 개봉 첫 주말이 지났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여러 생각을 했다.

-흥행 중이지만 스크린 쏠림현상으로 시작된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스크린 2000개가 넘어설 줄은 몰랐다. 영화로 그런 일이 있을 줄이야 설마 했던 일이다. 개봉일이 되어서 통합전산망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기에 확인해 보면서야 상황을 실감했다.

-류승완 감독이 공식 입장도 내고 방송에 출연해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사과도 했다.

▶그 내용을 담은 기사 댓글이 6000개가 넘었더라. 이 논란은 역대급 정도가 아니라 전무후무하지 않나 싶다.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는 뒷모습이 기억난다. 혼자 짊어진 것이 마음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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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스크린 쏠림현상이야 제작자가 손을 쓸 수 없었다 해도, 이후 이어진 논란은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감독은 영화에 담긴 이야기만을 가지고 가지만 저는 많이 확대 해석을 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자로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쟁점이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무관심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지만 악의적인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서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영화와 관련한 비상식적인 논쟁을 벌이거나 타깃을 정해 공격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영화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고,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지 않을텐데도 이럴 수 있겠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그 중에서 신경이 쓰였던 대목은.

▶사실 여러 논란 중에서도 '조선인 비하'라는 대목에서는 크게 낙심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보고 곰곰이 따져보면서 그리 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인 비하 영화로 돈을 벌겠다고 220억을 들여 상업영화를 찍고 당대의 배우들이 그에 출연할 수가 있겠나.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뉴라이트'니 '식민사관'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왜 이렇게 이야기하지 싶었다. 이해가 안 됐다.

'군함도'는 어떤 확신이 없다면 내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가 친일의 문제, 역사관에 대해서 얼마나 예민한지, 일본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수위에 있는지를 알았다.

-영화계, 한국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폭발한다는 느낌도 든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못 만들었다, 맘에 안든다는 이야기를 당연히 할 수 있다. 유쾌상쾌 하다고 했던 '베테랑' 때도 '쌈마이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역사관이 잘못됐다는 이야기에선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무엇을 건드렸을까, 무엇을 잘못했을까, 왜 이렇게 논쟁이 발화되었고, 스크린 독점에 대한 문제에 더 기름을 부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슬펐다.

개봉 이후의 소회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때는 내가 더 준비해야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맞을 준비가 덜 된 채로 영화를 만들었구나. 스코어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는 건 억울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강제 징용 조선인 노동자, 친일 청산과 관련해서 정확하게 했다는 건 자부심이 있다. 배우들 스태프 감독 누구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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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군함도' 스틸컷


-묘사에 있어 특히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이 있다면.

▶나는 우리 영화에서 조선 사람은 그저 항상 맞고 또 죽고, 위안부는 벗겨진 채로 강간당하고 하는 신을 잔혹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감독에게 요구한 것은 하나였다. 여성이 수탈을 당하는 장면을 직접 그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일본은 군 위안부가 됐든 민간인 위안부가 됐든 돈 받고 몸 판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시대 분위기를 보면 그런 해석이 나올 수가 없다.

-'군함도'에는 일제의 만행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대목이 꽤 있다. 친일파 또한 가차없이 처단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대목은 송중기가 친일파의 목을 베어버릴 때다. 처단해 버린다. 그 장면을 너무 사랑한다. 어쩌면 대리만족을 한다고 생각했다. 일부에서 지적한 대로 일본인들이 그래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 쪽에 남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일본인이 지른 불에 타 죽는다. 영화 속 일제에 부역했던 사람들이 스스로에 의해서건 외부에 의해서건 어떻게 되는지를 보신다면 (역사왜곡 같은) 그런 소리가 안 나올 텐데.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에 대한 책임을 지닌 입장에서 고민하는 지점이 생겼다. 이런 영화를 할 때는 친일을 처단하는 것 이상으로 더 세게 나가야 하는 것인가.

-다른 한 편에서는 '촛불영화'를 운운하는 비아냥도 인다.

▶정말 실망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촛불'은 전세계 어느 민주항쟁과 견주어서도 유례가 없는 시대정신이 됐다. 어떤 유혈도 없이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을 압박했고 결정하는 사람들도 그에 영향을 받았고 결국 시대의 정신이 됐다.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촛불'이 왜곡된 의미로 거론된다. 몇십년간 제국주의에게 침탈당한 당시를 그린 영화를 응원해 달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과도한 이분법과 민족주의를 경계했는데 보는 이들의 기대와 다소 달랐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제가 가장 크게 부딪친 건 일제시대에 가진 사람들의 프레임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게 된 거다. 일제가 최악인 건 맞다. 더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남 탓만을 하면 우리 안에 독이 있다는 걸 모른다. 일본에 부역한 친일파 또한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일의 뿌리로 시작해 그들은 더 큰 기득권을 갖게 되지 않았나. 논의가 확장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왜곡이란 없는 사실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친일 부역자는 있었다. 사람들을 팔아먹은 조선인들이 있었다. 대규모 탈출이 성공하는 장르적인 쾌감이 문제라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봐야 하지 않을까.

-강제징용에 대해 알리는 한편 친일파의 악행, 처단 부분에도 힘을 줬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내가 제작하며 생각한 이상으로 할 것을 다 한 것 같다. 강제 징용의 이야기를 하자, 친일의 이야기를 하고 척결을 이야기하자, 죽일 놈은 제대로 죽여보자, 라고 했으니까. '암살'에서 이정재 배우가 연기한 친일파는 '몰랐으니까, 독립할 줄 몰랐으니까'라고 하지 않나.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화끈하게 한 방 먹이고 싶었다. 그게 포커스라고 생각했다. 이경영 선배는 '내가 친일파 전문 배우고 아니고' 그러시긴 했다. 그것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에 대해서 기대했던 바가 충족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실망과 울화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논란을 지켜보며 주요 인물 중에 탄광 제일 밑바닥에서 일하며 고통받았던 인물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고 있다. '군함도'에는 다양한 이야기들, 인물이 깔려 있다. 이런 저런 설정에 문제가 있고 주인공이 많아서 누굴 따라가야 하나 싶을 수 있다. 영화 만듦새로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도 있다. 멀티캐스팅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은 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길 원했다. 심지어 칠성과 말년에 관계 부분에 있어서 그 안에서도 애틋한 감정이 있고 부녀간의 감정도 있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도 사랑의 감정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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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김민재 / 사진='군함도' 스틸컷


-배우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논란이 불붙으니 악역을 연기한 김민재에게도 주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건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사랑받는 소지섭 송중기 같은 배우들이, 소위 밥그릇이 댕강댕강하는 걸 각오하고 한국인으로서 해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참여해줬다는 사실이다. 일본 노무계원으로 등장해서 악역 연기를 펼친 배우 김민재는 정말 괴로워했다. 연기하고 울고 그랬다. 촬영이 힘들어서라기보다도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조선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아닌가. 김민재가 악랄하게 연기를 해줘야 했다. 김민재에게 더 미안하고 고마운 건, 당시가 신혼이었다. 그게 미안했다. 그런데 연기도 엄청나게 잘해야 했고 그 역할을 믿고 맡길 배우가 없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로 한다고 했고, 그걸 잘 소화해줬다.

사실 극악한 친일파가 있고, 김민재가 연기한 노무계원 같은 인물은 살아남기 위해 빌붙은 것이나 다름없다. 뭔가 엄청난 걸 누리려 하는 게 아니다. 결국 폭격이 있을 때 방공호에도 못 들어가고, 일본은 '노무계원이고 나발이고 다 죽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메타포들이 있다.

-외유내강은 '환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는데.

▶'환향'의 경우 아직 말씀드릴 것이 없다.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다.

-비난과 논란 속에서 통감했던 대목이 있었다면.

▶사실 조선인들을 비하했다고 하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통감까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건강하고 살아있다고 생각이 든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나와서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내 영화에 돌을 던져서가 아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그렇게 표현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어떤 대사, 지엽적 대목에 꽂혀 서운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영화 자체가 달랐을까 생각도 한다. 소위 국뽕 영화로 갔을 거다. 이 소재로 일본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그러려면 광고도 있고 다른 방법들이 있는데 왜 굳이 영화로 만들겠나. 다양한 결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은 좋고 나쁜 것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뭐라고 하고 더 격하게, 더 통쾌한 한방을 원했던 게 아닐까, 그것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개봉 첫 주다. 논란 속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많은 관객이 봐 주셨다. 그걸 우리가 좋아하면 또 안 될 것 같아서. 어쨌든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영화를 보신 분들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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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논란을 겪으며 제작자로서 마음을 다진 부분이 있다면.

▶이런 논란의 핵심에 서게 되면서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가 친일과 관련해 어떤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경험했다. 은유나 메타포가 아니라 어떤 최대치. 이 정도로 끝나면 안되는 분노를 확인했다.

하지만 관객이 그걸 원한다고 해서 영화를 그렇게 맞춰서 만들 수는 없다. 모든 예술작품은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느냐에 따라 간다. 이번 영화를 곱씹으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회가 얼마나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일이 많다고. 그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뭇매를 맞으면서 버틸 수 있는 기회가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버텨서 다음 영화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군함도'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해진 건 없다. 다음엔 신나는 걸로 가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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