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대신 마음으로 나눈 서로의 진심.."라오스, 폽 깐 마이!"

[PAS 청년 해외봉사단 21기 하계 봉사활동 보고서]

유지우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과 / 입력 : 2017.08.0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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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6월 29일부터 7월 23일까지 8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몽골(2팀), 우간다, 탄자니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네팔)에 9개팀의 제 21기 하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하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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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준 라오스의 어린 친구들.



“폽 깐 마이, 또 만나요.”

봉사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는 지금까지 눈싸왓 초등학교 친구들이 서툰 한국말로 건네준 마지막 인사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봉사를 하러 간 내게 아이들의 순수하고도 맑은 눈과 그들의 몸짓은 마치 아이들이 나를 위해 봉사를 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라오스에서 보낸 삼 주간의 봉사활동과 생활은 나에게 있어서 봉사라는 것의 의미, 또 현재 나의 삶에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6월 30일 늦은 오후 우리는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항에 도착했다. 다섯 시간의 비행, 여섯 시간의 경유 대기는 우리를 체력적으로 지치게 만들었지만 봉사 활동의 목적지인 라오스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들뜬 채 3주간 지낼 보금자리로 이동했다.


라오스에 도착한 후 봉사를 시작하기 전 주말동안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왔던 오프닝 무대와 교육을 준비했다. 현지에 도착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다들 진지한 자세로 오프닝 무대와 교육 시연을 준비해 나갔다. 그런 준비 끝에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봉사 첫 날 눈싸왓 초등학교로 향했다. 실제로 마주하게 된 초등학교는 한국에서 예측한 것과 많이 달랐다. 아이들의 연령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우리가 준비한 교육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첫 날 오프닝 무대는 야외 무대로 계획되었으나 비가왔다. 설상가상으로 통역사 분도 계시지 않았다. 오프닝 무대를 포기한채 바로 한국어 교육에 들어간 단원들을 맞이한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라오스 학생들이었다. 예상과 너무 다른 환경에 모든 단원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원들이 수업에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들려온 한국 동요. 초등학생들이 우리를 위해 한국어로 동요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 아이들은 당황한 채인 우리들을 향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먼저 다가왔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해도 열심히 말을 걸고, 따뜻한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렇게 진행된 첫 한국어 수업. 우리가 준비한 커리큘럼과는 무관하게 라오스 초등학생들과의 교감이 선행됐다. 학생들과 서로 이름과 나이를 묻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열심히 서로를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배우고 소개시켜 주었다. 교육보다 우선되는 서로 간의 감정을 나누었다. 언어가 맞지 않아도 눈으로, 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아이들과 만남 후, 대대적인 교육계획의 수정이 필요했다. 나이에 따라 반을 나누고 반마다 각각 난이도를 조정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자체적인 저녁 회의를 진행하며 많은 반성이 오고 갔다. 아이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인사하게 되니, 교육을 더 열심히 준비하지 않은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에서 내가 하려는 봉사활동의 중요성과 걸맞는 책임감을 깨달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벌어졌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봉사를 실시하기로 다짐했다. 기상 악화로 인해 하지 못했던 오프닝 무대를 다시 준비하고, 라오어를 익혀가며 밤늦게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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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왓 초등학교 외벽을 페인트로 단장하는 단원들.


본격적인 초등학교 봉사가 시작되었다. 첫 날 하지 못했던 오프닝 무대를 진행했다. k-pop과 태권무 그리고 합창을 공연했는데 학생들이 신나는 노래로 진행되는 k-pop과 태권도 복을 차려입고 진행한 태권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쉬는 시간학생들은 한국 노래에 관심을 가지며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오프닝 무대를 준비했던 시간들이 흐뭇하게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교육, 체육교육, 미술교육, 음악교육, 과학교육, 보건교육을 진행했다. 모든 단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과 성을 다했다. 그 중 내가 맡은 교과는 한국어 교육과 체육교육, 음악교육이었다. 한국어 수업에 있어서 아이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은 맞추려고 했지만 모든 학생을 이해시키기는 힘들었다. 단원들이 학생들을 맡아 옆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단원들의 노력이 라오스 학생들의 눈에도 보였는지, 처음에는 딴짓을 하던 학생도 수업이 마칠 때쯤에는 열심히 한국어 수업을 따라오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은 그 날 한국어 시간에 배운 단어들을 열심히 설명하며 자랑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체육 교육은 주로 k-pop과 태권무로 진행되었다. 춤과 거리가 멀던 내가 누군가에게 춤을 가르치는 것은 라오스로 떠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르쳐준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가슴이 벅차오르게 했다. 내 변변찮은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따라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점점 더 교육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외에도 다른 단원들이 준비한 교과 역시 아이들은 즐겁게 참여해주었다. 미술 교육 중 부채 만들기가 진행되었는데, 더운 여름에 만들게 된 부채에 아이들은 큰 흥미를 느꼈다. 예쁘게 물감으로 칠한 부채를 부치는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얼굴에 미소를 불러왔다.

아이들은 매 순간 우리를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우리를 태운 차가 교문을 들어서면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나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달려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쉬는 시간에는 산으로 달려가 꽃을 꺾어 꽃다발과 화관을 만들어주고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길 항상 우리 손은 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아뿔사,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인해 초등학교 교육이 급하게 마무리 되었다. 아이들과 짧은 시간 든 정은 단시간에 떼어 내기 힘들었다.

초등학교 교육 마지막 날, 학생들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와 같이 밝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했다. 그동안 배운 한국어를 복습하고, 동요를 함께 불렀다. 과학시간 만든 비눗방울이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결국 대청소를 하게 됐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전해 들은 아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덤덤했다. 헤어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더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깊은 포옹을 나누고 차량에 올라탔을 때 아이들은 달려오며 “폽 깐 마이”이라고 소리쳤다. 짧았던 교육 기간, 낯선 우리에게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온 아이들의 넘치는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 것 같다.

초등학교 교육봉사가 마무리된 후에 노력봉사를 위해 다시 초등학교를 찾았다. 초등학교 페인트칠을 위해 다시 눈싸왓 초등학교를 찾은 단원들은 아이들의 사랑을 떠올리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붓을 집어 들었다. 모두가 처음 해보는 페인트칠이었지만 즐겁게 임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온몸에 페인트가 튀고, 다들 짜증날 법 했지만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했다. 깨끗이 재단장한 초등학교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받은 사랑의 조그만 부분이라도 아이들에게 전달되기를 소망했다.

초등학교 교육 후 우리는 수파르봉 대학교 봉사를 시작했다. 예상치 못하게 진행된 대학교 일정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재료와 계획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루어졌으며, 자료 준비에 열과 성을 다했다. 대학교에서 우리는 한국어 교육과, 페이스 페인팅, 네일아트, 풍선아트와 문화 교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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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임에도 등교해 풍선아트에 동참해준 수파르봉 대학 친구들.


자발적으로 방학에 모인 학생들답게 한국에 대한 관심은 최고였다. 한국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라오스와 한국의 차이점을 찾아 우리에게 먼저 설명해주었다. 풍선아트를 교육할 때는 마치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워하며 풍선을 만들었다. 풍선아트를 통해 만든 작품을 선물해 주기도 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한국드라마를 같이 시청하며 대본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한 라오스 학생이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며 송중기와 송혜교의 실제 결혼 소식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보도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기사였음에도. 그렇게 한류열풍은 대단했다. 드라마를 보고 직접 윤윤제가 되어 보고, 유시진 대위, 강모연이 되어 보며 쑥쓰러워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서로들 재미있어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단원들과 하는 모든 활동에 즐겁게 참여했다. 먼저 축구를 하자고 제안하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축구를 하기로 약속한 날, 비가 와서 하지 못하자 “내일은 비가 와도 축구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행히 날이 맑은 그 다음날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자, 라오 학생들은 시간 맞춰 축구복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 라오스로 진행한 축구 경기는 승패를 가릴 것 없이 모두를 즐겁게했다. 최선을 다해 뛰었고, 최선을 다해 응원했다. 골을 누가 넣었든 같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국적 없이 한 마음이 된 것 같았다.

대학교 학생들과 마지막 날에는 체육대회, 푸드 페스티벌, 클로징 무대, 바실 행사를 진행했다. 비가 와서 준비했던 티 볼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한국 전통놀이인 윷놀이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윷놀이 상황을 중계하며 학교에 오지 않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한국을 알렸다. 한라 음식대잔치라는 이름을 가진 푸드 페스티벌에서는 한국과 라오스 음식을 각자 준비해와 서로에게 소개했다. 떡볶이, 잡채, 김치전, 김밥을 준비한 한국과 라오스 밥, 김부각, 과자, 샐러드를 준비한 라오스 학생들이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각자 음식에 대해 감상평을 나누었다. 매운 것을 잘 먹는 라오스 학생들의 입에 한국의 매콤한 떡볶이는 인기가 최고였다.

즐겁게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클로징 무대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그동안 같이 준비했던 K-POP과 태권무를 공연했다. 처음에는 한국 학생들만 했던 교육을 마지막 날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뿌듯하게 했다. 같은 노래를 들으며, 같은 춤을 추는 라오스 학생들과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는 바실 행사가 진행되었다. 마을의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우리 팔목에 실을 묶어주며 진심을 다해 행복을 빌어주었다. 실이 하나하나 묶일 때마다 그들은 따뜻한 눈길로 앞날의 평안과 행복을 빌어주었고, 나 또한 그 분들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빌어드렸다. 각자의 언어로 말했지만 그 분들의 소중한 마음은 내 마음으로 곧장 전해졌다. 그렇게 라오스에서의 모든 공식적인 일정이 끝이 났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어떠한 교류가 가능할까 라고 생각했던 내 모든 생각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던 3주 동안의 라오스 생활은 앞으로 살면서 마주칠 힘든 시기에도 위로가 되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감정 교류를 나누고 헤어진 지금 학생들의 따뜻한 인사말이 그립다. '또 만나요'란 의미의 '폽 깐 마이!' 라는 말이 다시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눈망울을 마음 깊이 간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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