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알을 깨고 마주한 나 .."반가워!, 잠보!"

[PAS 청년 해외봉사단 21기 하계 봉사활동 보고서]

이영은 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 입력 : 2017.08.01 06:09 / 조회 : 920
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6월 29일부터 7월 23일까지 8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몽골(2팀), 우간다, 탄자니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네팔)에 9개팀의 제 21기 하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하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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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그림같은 하늘.

또다시 돌아온 새 학기, 어느새 3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는 나. 쳇바퀴 속 햄스터처럼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너무 싫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도,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도, 매일과 같이 반복되는 이 하루를 비롯한 모든 일들이 지겨웠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나를 가로 막았고 내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하기만 했다. 이 캄캄한 어둠을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고 싶었다. 그래서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어느 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탄자니아로 향하는 PAS 봉사단에 신청을 했다.

그리고 도착한 탄자니아의 키감보니.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잠보(jambo·스와힐리어 인삿말)!" 하고 인사를 한다. 그냥 지나치기 바빴던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그들은 늘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덕분에 나도 자연스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기분이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일과는 매일아침 6시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8시 20분에 출발하여 UAUT(탄자니아 연합대) 학생을 만난다. 그곳에서 우리는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1시부터 과학, 보건, 미술, 체육 등 분반하여 각종 교육을 한다. 4시에 일과는 끝이 나며, 미처 다 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하고 9시에 평가회를 통해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6시에 일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찍 시작하는 하루 일과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뜨고 일어나는 아침이 상쾌하다. 잠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덜 자지만 하루하루 뿌듯함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낸다. 피곤하지만 피곤하지가 않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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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연합대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

나는 과학교육을 담당한다. 교육의 주제는 비누 만들기이다. 과정은 비누 베이스를 녹여 에센셜 오일을 통해 향만 첨가하고 굳히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다. 탄자니아 친구들은 제대로 된 과학실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과학시간에 어떤 원리에 대해 배우면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겼는데 탄자니아 친구들은 지나치리만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심을 보였다. 이런 간단한 실험조차 그들에게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행복해 하지 않고, 언젠가 나에게 올 행복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그냥 보냈다. 키감보니에서의 하루하루,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 주 주말, 키감보니에서 열리는 '빵 퍼!' 행사에 갔다. 말 그대로 한국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빈곤한 어린이에게 빵을 나눠주는 행사이다. 대학생들 말고 현지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아이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개 중에 6살도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 몇몇이 아기를 등에 업고 앉아 있었다. 이들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거나 또는 버렸던 많은 것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나는 이토록 부족함 없이 풍족히 살면서도 항상 더 좋은 것을 원하며 왜 이렇게 현실을 만족하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7월 14일 금요일 2주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푸드 페스티벌과 클로징 세레머니가 열렸다. 푸드 페스티벌은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사진과 각종 물품들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열며 서로가 만든 각국의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사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을 부치고 찜닭도 만들고 호떡도 만들고 매실차도 만들었다. 특히 현지 친구들은 매실차를 좋아했다. 몇 잔씩 연거푸 마시기도 하고 나중에는 어떻게 만드는지 따로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도 친구들이 만든 현지 음식을 먹었는데 필리필리 소스와 미트 로스트라는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따로 레시피를 받았는데 꼭 한국에서도 만들어 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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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아시아는 영원한 이웃.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 클로징 세레머니를 했다. 클로징 세레머니는 오프닝 때와는 다르게 현지 친구들과 함께 무대를 만든다. 그리고 서로가 오프닝 때 했던 공연을 바꾼다. 우리의 태권무와 아리랑 무대는 UAUT 친구들이, 탄자니아 노래와 요즘 유행하는 아프리카 춤은 우리가 췄다. 처음에는 다들 어설펐지만 이날의 무대는 정말 완벽했다. UAUT 학생들과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연습하고 학과 일정이 끝난 후에도 다 같이 강의실에 모여 해가 질 때까지 연습했다. 그 노력 덕에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사이족의 특별 무대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빨간 담요를 두르고 긴 창을 손에 들며, 한 명씩 나와 높게 점프를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높이 점프하며 소리를 지르는 그들은 용맹하기 그지없었으며 전사의 후예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였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를 불렀다. 한 구절씩 서로 오가며 가사를 부르고 마지막 후렴구에는 반복되는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라는 구절을 합창했다.

한 명씩 바꿔가며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마지막에 다 함께 불렀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뜨거운 울림과 함께 우리가 짧은 시간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2주 동안 함께 했음을 느꼈다.

그 기간 중 어느 날, PAS의 정동구 회장님께서 탄자니아로 파견된 봉사단 임원들과 UAUT 총장님을 직접 만나러 오셨다. 사실 총장님께서는 PAS 단장님으로서 수 년 동안 연임하셨고 모든 활동을 끝내고 은퇴하신 후, 이곳 키감보니에 있는 UAUT 대학교에서 총장직을 맡게 되셨다고 한다. 그렇기에 정동구 회장님과 UAUT 총장님과의 인연은 깊으시다. 회장님은 80세를 내다보시는 연세이시지만 정말로 정정하셨다. 이국 만리에서 펼쳐지는 노익장들의 아름다운 재회와 그들의 의리가 지켜보는 젊은 가슴들을 데워주었다.

대한민국은 탄자니아와 1992년에 수교하여 2017년 현재 수교를 맺은 지 약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PAS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자니아와 우간다에 단원들을 파견했다. 탄자니아는 3회째, 우간다는 2회째 파견이었다. 세 번째 국가로 에티오피아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에 도달하기까지 비행기로 평균 약 20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먼 타국에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대한민국을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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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탄자니아의 밤하늘.

UAUT 학생 중에 에스더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꿈은 은행에서 일하는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멋있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되물어 보았다. 너는 꿈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말문이 턱 막혀서 아무 대답도 못했다.

학교일정 이후에 대부분의 이곳 친구들은 일을 한다. 그리고 새벽에 돌아와 단 몇 시간만 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한다. 매일 매일 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살지만 꿈이 있는 그들은 빛나 보인다. 무채색 세상을 보던 내 눈에 이 친구들은 생동적이고 역동적이며 다채로운 빛깔로 다가왔다. 그럴때면 엉뚱하게도 생명의 시작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말이 이해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지치지 않는 무한한 삶의 열정을 가진 듯하다.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살았던 나는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꿈 하나 없다. 그런 주제에 나는 지금까지 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정말로 오만한 생각이었다.

PAS는 매일 아침 선서를 한다. 그 첫 번째 구절은 “봉사는...”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나는 지금까지 단순하게 기부하고 어려운 그들을 풍족하게 살게 해주고 편안하게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봉사란 결국 눈이 먼 나같은 사람들(봉사)에게 새로운 시야를 일깨워주는 의미가 있음을 알게됐다 .

4월부터 시작해서 약 3개월 동안 우리는 짜여지지 않은 그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수정했다. 그 과정 동안 힘든 일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기 있는 동안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마음이 즐거워서 몸이 힘든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나 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와 보니, 그동안 얼마나 내 삶을 돌아볼 여유 없이 무작정 걸어왔었나 어이없어진다.

여기에서 나는 한국에서 마주했던 캄캄한 터널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이곳에서의 삶은 매우 편안하고 매일 매일이 알차고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기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프리카라는 먼 대륙에 와서야 지금까지 21년 동안 생각했던 고정관념들을 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눈을 뜬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조금 더 나다운 내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나를 가로막는 내 안의 작은 세상을 깨트리고 나올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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