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썰물이 빠져도 남는 조개처럼 나를 성장시킨 시간

[PAS 청년 해외봉사단 21기 하계 봉사활동 보고서]

박준범 한국항공대학교 소프트웨어공학과 / 입력 : 2017.07.30 06:15 / 조회 :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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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6월 29일부터 7월23일까지 8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몽골(2팀), 우간다, 탄자니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네팔)에 9개팀의 제 21기 하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하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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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을 배워 따라하는 캄보디아 초등학생들.


사람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그 속에서 가치관을 성립시켜 나간다. 한 사람은 자신만의 경험과 주관으로 다른 가치를 판단하기에 어쩔 수 없이 편협한 시야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함께 하면서 다름을 이해하며 성장해 나간다. 봉사는 또한 그 과정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개인에게 가져온다.

자신이 만든 요리가 생각보다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춤을 춘 친구가 고기보다는 생선을 좋아하고, 동생은 3명이고 본인은 첫째라는 것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 나라에는 독재가 일어나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내 이름이 신기해 학생들에게는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어떤 친구는 실연을 당해 시련을 겪고 있음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봉사를 통한 새로운 경험은 마치 썰물이 빠지고 나간 자리의 조개껍질처럼 남아있다.

넌지시 사진첩을 열어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던 사진을 보며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과 기억을 통해 한 개인은 조금 더 다양해지고, 덜 편협한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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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만들어붙이고 한글로 안녕이라고 인삿말을 적어 환영해주는 아이.
나 또한 역시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어리다는 핑계로 , 힘들다는 핑계로 , 위기를 외면하고 현실을 회피하며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그렇게 나 또한 역시나 편협한 사람이었다. 나의 모습을 알게 되고, 나는 변화하고 싶었다. 4학년을 마무리 하는 시기에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렇게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변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시하는 것이 성격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두루뭉술하고 확실하지 않은 일처리 능력에 팀장은 적합하지 않다 생각했다.

이런 태도를 바깥사람들 또한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많은 지적을 받았다. 나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포기하려 생각했다. 하지만 편협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해보고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게 2차 연수회 준비를 하였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적은 칭찬이 되었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올바른 선택이었구나, 더 해볼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단장님, 부단장님,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정보를 모아 철저히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많은 위기가 있었고, 시련이 있었다.

해결을 하기 위해 남몰래 잠을 설쳤고, 속이 타고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었다. 웃을 때는 같이 웃어야 했고, 울 때는 혼자 울어야 했다. 또한 노력에 비해 부족한 능력은 지적과 꾸지람을 불러 나를 지치게 하였고, 단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나를 힘들게 하였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고, 부족한 리더십 탓인 것 같았다.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팀장이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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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되는 댄스타임.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 라는 원초적 고민에 나는 그저 묵묵하게 일하는 길을 선택했다. 팀장이라, 남자라,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편협하고 이기적인 나는 나를 위해서 일을 하였다. 달라지기 위해, 그리고 변화된 팀을 만들어 내가 편해지기 위해 일을 하였다. 이는 생각보다 큰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아이들은 천천히 나를 따라왔고 , 단장님과 부단장님은 나에게 신뢰를 보냈다. 결국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력이었다. 나는 노력하지 않았었다. 봉사의 밀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역시나 조개껍질이 남았고, 이 흔적은 역시나 나를 더 다양하고, 덜 편협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봉사는 나에게 흔적을 남겼고, 시간이 흘러 또 다시 밀물이 흐르고 썰물이 빠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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