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망울, 안겨오던 따스한 온기가 전해준 평생의 힐링

[PAS 청년 해외봉사단 21기 하계 봉사활동 보고서]

김가은 서울여자간호대학교 2학년 / 입력 : 2017.07.28 10:59 / 조회 :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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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6월 29일부터 7월23일까지 8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몽골(2팀), 우간다, 탄자니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네팔)에 9개팀의 제 21기 하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하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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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포즈는 온세상 어린이들의 공통된 몸 언어.


“썸낭 러어!(សំណាងល្អ។)”

캄보디아 교육대학 학생들이 헤어질 때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꼭 안아주며 해준 인사였다.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한국에 도착해 찾아보니 오랜 기간 헤어지게 될 때 친구들이 서로의 행운, 행복을 빌어준다는 뜻이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베풀어보고자 시작한 봉사였는데 오히려 내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6월 29일 5시간여의 비행 끝에 우리는 캄보디아 시엠립에 도착했다. 한국과는 다르게 덥고 습한 공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3주간의 봉사활동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까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드는 무거운 마음에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도착 후 봉사를 시작하기 전 삼일 동안, 이번 봉사의 목표로 삼은 ‘젊은이들의 축제의 장’에 걸맞게 오프닝세리머니와 교육을 준비해 나갔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초등학교 학생 수나 대학교 교육 환경 등이 한국에서 예상한 것과 매우 달랐다. 바뀐 상황에 팀원들 모두 당황해 우왕좌왕 하고 있었는데 여러 번 해외봉사를 이끌어 오신 김소식 단장님께서 두 대학의 대표분들 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 주셨다. 대학교 교육은 비슷한 연령대의 캄보디아 대학생들과 교육이 아닌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로 한 것이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단장님의 지도하에 우리 팀원들 모두는 진정한 ‘젊은이들의 축제의 장’을 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봉사의 첫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오전에 초등학교 교육 봉사, 오후에 대학교 학생들과 문화교류를 진행했기 때문에 첫날에 두 군데에서 모두 오프닝 세리모니를 진행했다. 부채춤, K-POP, 퓨전난타, 합창을 공연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맡은 부채춤이 화려한 한복과 부채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문화교류에서 한복이 많은 관심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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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육시간. 그림에조차 아이들의 순박함이 가득하다.


이 날을 위하여 한국에서부터 많은 준비를 해온 단원들은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를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전해준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왠지 모를 애국심이 샘솟는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합창이 끝나고 인사를 한 뒤에 받은 박수갈채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연습한 우리를 정말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는 소리로 들렸다. 고생한 기억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오프닝 세리모니를 무사히 마치고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거리낌 없는 스킨십과 웃음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은 우리를 반겨주었고, 첫 주 봉사를 진행한 BBU 대학교의 대학생 친구들은 우리보다 영어를 더 수월하게 잘해 나의 영어 실력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큰 행사였던 오프닝 세리모니가 끝나고 본격적인 교육 봉사가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20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하기 전이면 가는 버스에서 마음이 너무 설렜다. 도착하는 우리를 보며 뛰어나와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 부끄러워 다가오지는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쳐다보던 아이들, 수업을 진행하는 반이 아닌 학생들도 창밖에 매달려 구경할 정도로 우리의 인기는 최고였다. 맑은 눈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따스했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체육교육, 미술교육, 보건교육, 한국어 교육을 진행했는데, 간호학과 학생인 나는 손 씻기, 구강 교육 등 보건 위생 교육을 담당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학생들의 위생 상태는 심각할 정도였다. 새카만 손은 물론 책상이나 학교 주변은 먼지로 가득했고, 쓰레기 더미를 만진 손으로 음식을 먹고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렇게 위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육에 임하였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손 씻는 방법을 노래에 맞춰 율동을 만들어 가르쳐주었고, 후원받은 손 세정제와 비누로 직접 손을 씻겨 주었다. 직접 씻겨 주다 보니 맞닿은 손길에 아이들은 따뜻함을 느꼈는지 수업이 끝난 후 안겨 왔고, 사진도 먼저 찍자고 따라다니곤 했다. 구강 교육 또한 가글을 후원받아 참여도가 높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매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뱉어냈지만, 그런 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하나둘 손을 들어 체험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외에도 단원들이 준비한 미술교육, 한국어 교육, 체육교육 모두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참여하였다. 이렇게 우리와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매일 손으로 만든 작은 선물을 우리에게 전해줬고,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던 날에는 전날엔 함께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눈물을 보이거나 멀찍이서 쳐다만 보는 것을 보며 속으로 정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지금처럼 맑은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하였다. 단 며칠뿐이었지만 타지에서 온 우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족처럼 대해준 그들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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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가르쳐준 아이들과 함께.


오전 수업이 끝나면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해 먹고 다시 대학교로 이동했다. 현지 코디네이터분의 도움으로 우린 한주에 한 곳씩 두 곳의 대학을 방문하여 더욱 다양한 또래 대학생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 주에 방문한 BBU 대학교에서는 한국어 수업과 K-POP 춤 수업, 한복 입기 체험, 한국 전통놀이 체험, 푸드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한국 문화를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한복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최고였고, 푸드 페스티벌도 준비한 음식이 모자랐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봉사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여 준비한 음식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고, 아직도 그때 만난 캄보디아 학생은 SNS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음식을 그린다.

봉사 둘째 주에는 PTTC 교육대학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PTTC 교육대학교는 학생들은 초등학교의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예비 교사들이었다. 첫날 오프닝 세리모니 때 460명에 달하는 전교 학생들이 와 우리가 오는 것을 축하해 주었고, 현지 코디네이터분이 이 대학 한국어 교수님이라 훨씬 더 깊은 교류를 할 수 있었다. PTTC 대학 학생들은 교육자가 될 친구들이다 보니 외국문화를 받아들이는 흡입력이 높았고 또한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많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부채춤과 K-POP을 가르쳐주고 그들은 우리에게 전통춤인 압사라댄스와 마리조댄스를 가르쳐줘서 마지막 클로징 세리모니 때 함께 무대에 서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처음 부채춤을 연습할 때 우리가 누구에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듭된 연습과 노력으로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한 동작 한 동작 가르쳐 줄 수 있었고, 한복을 보며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다시 우리에게 전통춤인 압사라댄스와 마리조댄스를 가르쳐주며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감정 교류를 나눴던 것 같다. 어느 곳에서의 헤어짐 보다도 PTTC 대학교 친구들과 헤어짐이 가장 마음 아팠다. 인사를 하며 정말로 진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행운을 빈다는 썸낭 러어! 라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들의 품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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