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안부에 총을 들게 했을까? '군함도' 논란들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7.27 15:37 / 조회 : 8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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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에서 위안부 역할을 맡은 이정현에 연기 지도를 하는 류승완 감독


'군함도'가 뜨겁다. 영화를 둘러싼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봉 전에는 한없이 기대를 높였다가 개봉 이후에는 한없이 후려치는 말들이 넘치고 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 지하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을 그린 영화. 134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에, 영화 소재, 그리고 황정민 송중기 이정현 소지섭 등 호화 출연진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개봉 전부터 일본 우익 신문에서 조작된 영화라고 비난하는 등 영화 외적인 논란이 일기 시작해 더욱 관심이 높았다.

26일. 마침내 '군함도'가 개봉했다. 비난에 가까운 온갖 말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영화 완성도에 대한 지적과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에 대한 비판, 극우 성향의 욕설이 온갖 영화 관련 사이트와 SNS, 포털에 넘쳐난다. 전혀 다른 종류의 비판들이 한 데 쏠리면서 '군함도'에 마구 돌을 던지고 있다. '군함도'에 논란을 덧칠하고 있다.

'군함도' 논란에는 받아 마땅한 지적과 방향을 잃은 비난과 어이없는 욕이 한 데 모였다. 구분이 쉽지 않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서사라는 영화 만듦새에 대한 지적과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 마치 관객을 군함도에 가둔 것 같다는 비난과 영화에 촛불이 나오고 영화 속 조선인들의 행태가 탄핵 정국과 닮았다는 힐난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SNS상에는 '군함도'는 촛불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영화라 보면 안된다는 말들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에선 군함도라는 아픈 역사를 영화로 만들어 알리려는 시도에 대한 찬사도 한창이다. 반일영화로 일제의 만행을 상기시켰다는 평도 많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네티즌 평점이 1점과 10점, 양극으로 갈린 것도 그런 탓이다.


논란이 풍선처럼 커지면서 정작 영화에 대한 말은 줄고, 스크린 몰아주기와 촛불영화라는 말들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런 논란은 '군함도'가 가진 상징성 탓이다.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을 그린다는 상징성. CJ E&M이 22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아 만든 블록버스터라는 상징성. 류승완 감독이란 상징성 등이 아우러진 탓이다. 영화 소재만으로 공분과 의미, 선호와 반감, 정의와 재미 등에 대한 무거운 짐이 실렸다. 대기업인 CJ E&M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을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시선. '부당거래' '베테랑' 등을 만들고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문화 블랙리스트에 영화감독조합 부위원장으로 날 선 비판을 해 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엉켰다.

'군함도'가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대상은 극장이어야 온당하다. CJ E&M 계열인 CGV 뿐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한국 3대 멀티플렉스에서 '군함도'를 종일 틀어대고 있다. 극장들이 최대 성수기를 맞아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기에 예매율과 예매관객수가 엄청난 '군함도'에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몰아주고 있다. 상한선이 없는 극장의 몰아주기 탓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마치 '군함도'=CJ E&M=스크린 독과점=류승완'인양 흐르고 있다.

이런 생각들의 바닥에는 비주류였던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 이후 주류로 편입해, 주류의 온갖 특혜로 영화를 온당하게 만들고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깔려있는 듯하다. 상징성들 탓에, 여러 현상들 탓에, 말과 말들이 뒤섞인 탓에, 오해가 오해를 덧칠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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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스틸


'군함도'가 촛불영화라 보면 안된다는 주장도 자유다. 송중기 때문에 본다는 이유와 송중기를 둘러싼 촛불 때문에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영화 선택의 여러 이유들이다. 문제는 낙인이다. '군함도'는 촛불영화라는 낙인이 만연할수록, '군함도'의 여러 함의가 사라진다.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왜 류승완 감독은 위안부에 총을 들게 했는지, 왜 조선인 부역자들을 부각시키고 청산시켰는지, 왜 여자에 대한 폭행이 분노와 위협의 동력이 돼야 했는지, 왜 여러 사연의 민중을 화자로 만들고 문제의 해결은 독립군에게 맡겼는지, 역사와 허구의 갈래는 어디까지 였는 지, 왜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지는지, 그리하여 왜 군함도였는지, 물어야 한다.

분명 '군함도'는 스크린 몰아주기의 수혜자다. 관심의 방증이건, 자본의 논리이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비난이 '군함도' 영화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쏠리는 건 부당하다. '군함도'라는 영화가, '군함도'를 만든 사람들이, 자본의 부역자인양 모는 건 부당하다.

'군함도'는 공개 전까지 인지도와 선호도가 정점을 찍었다. 기대든, 희망이든, 관심이든, '군함도'에 쏠린 시선은 상당했다. 오죽하면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를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들 하는데 세상에 꼭 봐야 하는 영화가 어디있겠냐"라고 여러 번 토로했을 정도다. 류승완 감독은 덧붙였다. "하지만 군함도라는 역사는 꼭 알아야 한다"고. 그게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를 만든 진심이었을 것이다.

온갖 말들 속에서 그 진심에 대한 말들도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래저래 '군함도'는 올해 한국영화, 나아가 한국사회의 한 현상으로 기록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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