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직전' 한화, 김성근 감독 복귀 승부수 던져라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7.26 06:05 / 조회 : 1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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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실상 마지막 구조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다.

36승1무54패(승률 0.400). 한화 이글스가 9위까지 추락했다. 8위 삼성과의 승차는 한 경기. 7위 롯데와의 승차는 9경기. 그리고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SK와의 승차는 11경기다. 후반기 들어 전패를 당했다. 6연패다. 치명적이었다. 이제 한화는 올 시즌 5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지난 5월 23일이었다. 한화가 김성근 감독과 결별했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려 사실상 경질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떠날 당시, 팀 성적은 18승 25패(승률 0.419). 순위는 9위였다. 5위 넥센과의 승차는 4.5경기. 101경기를 남겨놓고 있었다.

그리고 64일이 지났다. 한화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채 이상군 감독 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후 48경기를 더 치렀다. 그러나 구단의 바람과는 달리 배는 침몰하고 있다. 이 대행 체제에서 거둔 성적은 승률 4할이 채 못 되는 18승1무29패(승률 0.383). 승패 마진은 '-18'이다.

이상군 대행은 '건강한 야구'를 바탕으로 한 '진돗개 야구'를 추구했다. 주로 이기는 상황에서만 필승조를 투입하겠다는 등 '철저한 관리'의 뜻을 드러냈다. 또 진돗개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야구를 강조했다. 특타를 없애고 훈련을 줄이는 등 전임 감독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베테랑도 정리했다. 조인성과 송신영을 비롯해 이재우, 이양기, 이종환 등이 방출됐다. 이들의 빈자리는 젊은 선수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얼굴들은 콜업 초반 신선한 활약을 펼치며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시간이 지날 수록 젊은 선수들은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설익은 자원이었다.

부상 악령까지 한화를 괴롭혔다. '330만불 외국인 듀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한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다. 오간도는 여전히 개점휴업 중이다. 여기에 최근 이성열과 하주석, 그리고 이태양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 사이 성적은 성적대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리빌딩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 방향성을 잃고 표류했다. 그 절정은 22일 1-17 대패와 23일 7-8 역전 끝내기 패배였다. 선수들은 개인 성적에만 신경 쓰는 모양새다. 코칭스태프는 속수무책. 프런트는 수수방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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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군 감독대행(오른쪽). /사진=뉴스1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단계는 더욱 아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 승부수는 바로 김성근 감독 복귀다. 한화 이글스 김신연 대표이사와 한화 그룹 차원에서 김성근 감독 복귀를 검토해야 한다. 이미 대행 체제로는 잔여 시즌을 소화하기 어려운 게 경기력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한화 야구를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 팬들의 꿈은 가을야구다. 한화가 올해도 가을야구에 실패한다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는 KBO리그 역대 최다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타이 기록(10년, 2003년~2012년 LG트윈스)이다. 한화는 내년에 팀 내 주축인 정근우와 이용규 그리고 안영명이 FA 자격을 얻는다. 이대로라면 올해보다 내년 시즌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다.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나이가 30대라, 향후 10년 더 암흑기가 지속될 거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김성근 전 감독은 2015년부터 한화를 지휘, 한화라는 팀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는 늘 "밖에서는 모른다. 안에서만 아는 사정이 있다"며 시즌 중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최근 김성근 감독은 한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에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상을 입은 이성열과 하주석, 이태양에게는 걱정과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전 감독이 선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만약 김 감독의 복귀가 가능하다면, 그는 아무 조건 없이 한화 야구만 바라보고 복귀해야 한다. 한화 이글스를 위한, 그리고 한화 선수들, 한화 팬들만을 위한 백의종군이어야 한다. 반면 한화 프런트는 삼고초려의 자세로 김 감독에게 진심을 다해 뜻을 전해야 한다. 또 잔여 경기 동안 김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아낌없이 지원해줘야 한다. 어차피 김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올해로 끝이 아니었던가.

김성근 감독이 한화를 떠나자 최근 한화 홈경기는 물론, 한화 원정 경기서도 관중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구 구단은 그새 옛 영광이 됐다. 그나마 김성근 감독이 있었을 때에는 선수들 사이에 긴장감이란 게 보였으나 두 달 사이에 다 사라진 듯하다. 다시 '5886899'. 6년 중 5차례 꼴찌였던 2008~2014 시절로 돌아가는 걸까.

지난 2년 간 한화는 어느 누구나 쉽사리 얕잡아 보지 못할 정도로 끈끈한 팀이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타 팀에 방심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경기, 한 경기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만년 꼴찌가 패배 의식을 벗어 던졌다. 리그와 야구라는 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재미가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한화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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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팬들(위)과 2016 시즌 종료 후 한화 선수단.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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