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PD "'알쓸신잡' 투어까지 생겨..뿌듯해"

[★FULL인터뷰] tvN '알쓸신잡' 양정우 PD 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7.07.26 07:57 / 조회 : 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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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우 PD/사진제공=CJ E&M


양정우 PD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라는 신기한 제목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묘한 이름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귀신같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알쓸신잡'은 정치·경제, 미식, 문학, 뇌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과 진행을 맡은 유희열이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대방출 향연을 펼치는 프로그램. 양 PD는 나영석 PD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제목) 제안은 제가 했어요. '잡학'이라는 말을 넣고 싶어서 쏟아내다가 거의 최종적으로 '잡학박사'라고 결정이 나려고 했었죠. 그게 아쉬웠던 부분이 일단은 박사님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았어요. 박사라는 명칭부터 너무 교양 프로그램처럼 느껴질 것 같았죠. 진짜 예능스럽게 하자는 취지로 '쓸데없는'을 꼭 넣고 싶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상한 제목이 나왔어요.(웃음)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 사전'이라고 지었는데 네 글자로 줄이고 싶어서 '신비한'을 끼워 넣었어요."

유시민 작가는 '알쓸신잡'의 첫 번째로 캐스팅된 잡학 박사였다. 양 PD는 유시민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은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유시민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시민 선생님이 안 한다고 하면 안 하려고 했어요. 많은 부분을 선생님에게 의지하고 있던 프로그램이라 절박하게 매달렸죠. 선생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으면'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 찾아갔어요. 세 번째에도 '하겠다'는 아니었고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이렇게 오래 고민한 적이 없다'라고 했어요. 작가로서 본업과 번외 활동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을 많이 했던 거죠. 끝에 만나러 갔을 때도 '잘 모르겠다. 어려울 거 같다'라고 하려고 했는데 저희가 그동안 해왔던 프로그램의 장점과 의욕을 가지고 잘해보겠다고 읍소해서 선생님이 그날 결정했어요. 그때가 아마 3월 말쯤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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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 E&M


유시민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면 유희열은 '알쓸신잡'의 발견이다. 유시민 작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던지는 유희열은 프로그램의 맛을 살린다.

방송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이 같은 소속사인 루시드 폴 대신 섭외됐다는 사실이 공개됐지만 조금 다른 사실이 있었다. 루시드 폴은 잡학 박사로, 유희열은 MC로 서로 다른 역할을 제안받았다.

"원래 (유)희열이 형의 자리가 없었어요. MC 섭외를 안 하려고 했어요. 콘셉트가 대화를 하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뻗쳐가는 거라 선생님들끼리 하는 게 자연스럽고 MC가 정리하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들을 2~3번 보고 대화를 지켜보니 눈높이 맞출 사람이 없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더라고요. 선생님들이 당연히 알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작진보다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잘 듣고 시청자들의 눈높이 질문하는 사람으로 MC를 고민하다가 희열이 형에게 제안했어요. 원래는 루시드 폴 씨 때문에 연락을 드렸었는데 희열 형이 '사실은 나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았어'라고 하면서 흔쾌히 들어왔죠. 루시드 폴 씨는 과학 공학 쪽 (잡학박사)로 캐스팅하려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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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우 PD/사진제공=CJ E&M


'잡학박사'들의 만남이라니 재미있을까? '알쓸신잡'이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의 편견 중 하나였다. 사실 지식과 예능의 조합은 너무도 멀어 보였다. 양 PD 역시 이를 우려했지만 '알쓸신잡'은 그 우려를 보기 좋게 깼다. '알쓸신잡'은 7.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얻었다.

"우려는 당연히 많았어요. 그래서 목표를 굉장히 낮게 잡고 시작했어요. 그냥 크게 인기를 얻기보다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저희들은 물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재밌는데 좋아하는 시청층이 얇긴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했어요. 저희는 30~40대 학식 있고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했는데 어린 분들도 보는 것 같아 신기해요. 시청률은 잘 되면 3~4%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식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알쓸신잡'은 시청자 반응도 남달랐다. 양 PD는 시청자들에게 책과 논문을 받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양 PD는 시청자들의 질문을 오는 28일 방송될 감독판에 담았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보통은 '재밌다. 재미없다'로 얘기하는데 회사로 논문이나 책을 보내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것도 궁금하다. 이런 것도 있다'라고 해서 프로그램 안에서 답변을 드리고 싶어 (감독판에서) 그 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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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 E&M


'알쓸신잡'은 다른 프로그램과 제작방식도 다소 달랐다. 여러 주제에 걸친 지식을 다루는 탓에 제작진 역시 지식에 빠삭해야 했다. 하지만 제작진에게도 한계가 있었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방송 후 수정 작업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방송 나가면 수정작업을 늘 해요. 선생님들도 틀리는 부분이 방송에 나가면 피드백이 와서 수정 작업을 하죠. 자문도 받고 공부도 하고 서로의 것도 보고 평가하고 그런 과정들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많아졌어요. 내부 시사도 많아졌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다루는 주제도 다양해서 어디서 물어서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제 자문하는 분들이 생겨 나름 현명하고 빨리 빨리 처리하고 있어요."

'알쓸신잡'은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도 불러왔다. 첫 회 배경이었던 통영을 시작으로 강릉, 전주 등 도시들에 지금도 시청자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양 PD로선 뿌듯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방송에 잘 담긴 건 통영이에요. 아무래도 1회라 공들여 찍어서 화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주로 바닷가 있는 강릉, 순천이 분위기가 좋았어요. '나중에 꼭 놀러 가야지' 생각했던 건 강릉이었어요. 시청자분들의 설문조사도 보니까 1위 통영, 2위 강릉이 나왔더라고요. 요새 보니까 '알쓸신잡' 투어라고 1박 2일 루트 짜서 가는 분들이 있는데 뿌듯해요."

'알쓸신잡'에서 나 PD와 양 PD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면 '삼시세끼', '꽃보다', '신서유기' 시리즈 등 역시 나 PD와 후배 PD가 협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명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영석 사단 사이에서 경쟁은 없을까. 양 PD는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당연히 경쟁이 있어요. 다들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애착이 있으니까 당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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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우 PD/사진제공=CJ E&M


나 PD와 후배 PD의 작업 방식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나 PD는 올해만 해도 후배 PD들과 함께 '신혼일기', '윤식당', '삼시세끼', '신서유기' 시즌3와 4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에 나 PD가 아닌 후배 PD가 다 한다는 장난 섞인 추측도 있다.

"(나)영석이 형 리더십이 훌륭한 것 같아요.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가 중심을 가지고 후배들이 실무를 하는 거죠. 사실 실제 일은 후배가 다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요. 다같이 하는 거고 실제로 막내 PD들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 후배들도 분위기가 그렇죠."

양 PD는 '알쓸신잡'을 악성 댓글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회상했다. 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살핀다는 양 PD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마 PD, 작가들이 커뮤니티 모니터를 다 할 거예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신기하고 좋았는데 악플이 없었어요. 악플보다는 틀린 내용 있으면 조언하고 고쳐주려는 분들이 많아 감사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책을 홍보하려는 프로그램은 아닌데 갑자기 언급했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출판 쪽에서 연락 오는 건 예측하지 못했어요."

'알쓸신잡'은 단지 예능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알쓸신잡'에서 접한 학문에 관심을 갖고 이를 깊게 파고들려는 사람도 생겼다. 양 PD 역시 독서량이 늘었다고 알렸다. 시청자에게도, 만든 이에게도 '알쓸신잡'은 많은 의미를 남긴 프로그램이 됐다.

"저는 책을 많이 샀어요.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취미였지만 선생님들이 사석에서 나누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저도 아는 척 하고 싶더라고요. 누군가 무슨 책을 얘기하면 다 읽어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귀동냥으로 들은 책을 사고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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