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커쇼 부상..다르빗슈 향한 다저스의 뜨거워진 시선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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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이상으로 조기 강판된 클레이튼 커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AFPBBNews=뉴스1


1988년 이후 29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쾌속 진군하던 LA 다저스가 지난 주말 암초를 만났다. 파죽지세 11연승 행진을 이어가다 복병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2연패를 당한 것도 뜻밖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두 선발투수 브랜든 맥카시와 알렉스 우드가 난타당한 것은 물론 24일 경기에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허리부상 재발로 단 2이닝 만에 강판된 데 이어 철벽 클로저 켄리 잰슨이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한꺼번에 악재가 겹쳤다.

지금 다저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커쇼의 안위 여부다. 일단 1차 진단에서 허리통증으로 4주에서 6주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팀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그가 허리부상으로 10주 동안이나 결장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비록 4~6주 진단을 받았지만 지금으로선 그의 결장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맥카시까지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커쇼가 함께 부상자명단(DL)에 오르게 되면서 그동안 선수 수가 많아서 고민이었던 선발진이 이젠 긴급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돌변했다. 25일(한국시간) DL에서 돌아오는 류현진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안도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그나마 맥카시의 경우는 길어야 두 번의 등판을 거르면 돌아올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달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보강이 꼭 필요한 부문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여유와 자신감을 보였던 다저스가 갑자기 다급해 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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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AFPBBNews=뉴스1


현재 68승31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인 다저스 입장에서 보면 커쇼의 이탈이 두 달 남짓 남은 정규시즌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 주말 잠시 삐끗하긴 했지만 여전히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고 에이스의 공백으로 인한 충격도 두 달 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포스트시즌이다. 지금으로선 커쇼가 포스트시즌에 앞서 복귀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허리통증이라는 부상의 성격상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커쇼가 예정대로 4~6주 후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돌아오더라도 완전히 100%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 또 부상이 재발하지 않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무적함대처럼 느껴졌던 팀이 한순간에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결국 이번 커쇼의 부상으로 인해 그동안 다저스가 관심을 보였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완 에이스 다르빗슈 유 트레이드의 중요성이 갑자기 몇 배로 증폭됐다. 다저스는 커쇼의 부상 이전에 이미 다르빗슈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는 시정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다저스에게 다르빗슈는 필수적은 아니더라도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 차원의 관심이었지만 이제는 전력을 기울여 영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LA지역 유력지인 LA타임스가 유망주를 내주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다르빗슈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많은 언론들도 여기에 합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달라지자 지난 주말 3연승으로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자리에 2.5경기 차 간격을 유지한 텍사스는 갑자기 다른 팀들에게 다르빗슈는 트레이드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르빗슈를 붙잡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아직도 일주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그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그 때까지도 텍사스가 포스트시즌 진출 사정권을 유지한다면 그를 눌러 앉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다르빗슈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첫 손 꼽히는 대어이긴 하지만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에 몸값이 그렇게 비쌀 수는 없다. 그를 데려가는 팀 입장에서 다르빗슈는 포스트시즌을 합쳐야 겨우 석 달을 쓸 수 있는 단기 임대용 투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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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런 선수들의 가치는 트레이드 파트너가 얼마나 다급하고 절실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는 똑같은 처지인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을 뉴욕 양키스로부터 3개월 임대(트레이드)하면서 팀내 최고 유망주 글레이버 토레스를 포함한 4명을 희생시켰다. 당시 컵스의 씨오 엡스타인 사장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If not now, when?)라는 말을 했다. 불과 3개월 임대를 위해 애지중지 키워온 유망주를 내주는 것이 뼈아프지만 그런 희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엡스타인 사장은 지난해야 말로 컵스가 108년에 걸친 우승가뭄을 끝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고 결국 그 판단은 맞아 떨어져 컵스는 채프먼을 3개월 쓴 대가로 최고 유망주를 내준 것을 후회하지 않아도 됐다.

그렇다면 다르빗슈는 다저스에게 컵스의 채프먼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을까. 다르빗슈가 걸출한 투수이긴 하지만 보통 5일마다 한 번 등판하는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미칠 영향력은 오히려 필승조로 필요한 경기는 모두 등판이 가능한 채프먼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다르빗슈의 매력은 다저스에게 부인하기 힘든 것이지만 그 가치는 포스트시즌보다 정규시즌에 더 크다는 것이다. 다저스 입장에서 다르빗슈는 데려올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선수지만 문제는 대가를 어느 정도까지 치를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텍사스는 다르빗슈의 대가로 다저스의 특급 유망주인 워커 뷸러와 알렉스 버두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다저스로서 최소한 커쇼의 부상 전까지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커쇼의 부상 이후에 다저스의 입장이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그 정도의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그어놓고 더 이상을 안 된다고 못을 박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하나 생각해볼 변수는 과연 텍사스가 다르빗슈를 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 AL 서부지구 4위에 그치고 있지만 텍사스는 아직도 플레이오프 희망이 살아있는 팀이다. 또한 텍사스 팀은 원래가 올해 우승을 목표로 구축된 팀이어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쉽게 다르빗슈를 풀어주기 힘들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다르빗슈의 대가로 들어오는 제안들이 신통치 않다고 생각되면 다르빗슈를 붙잡아두고 오프시즌 재계약을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단지 다르빗슈가 FA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헐값에 팔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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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다저스 역시 단지 커쇼가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패닉 버튼을 누를지 의문이다. 지난 수년간 다저스는 크리스 세일이나 데이빗 프라이스 등 거물급 선수들의 이름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때마다 영입 후보로 거론됐으나 다저스는 그 때마다 유혹을 뿌리치고 유망주들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그때 트레이드하지 않고 지켜뒀던 선수들이 지금 팀의 주축으로 떠오른 작 피더슨,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등이고 지금 수술을 받고 재활중인 훌리오 우리아스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그 때 다저스가 트레이드 미끼를 물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유망주들을 지켰던 결정에 대한 현재의 결과를 놓고 보면 큰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과연 다저스 수뇌부가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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