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김영웅 "단역출연만 40개..택배 상하차 하며 연기"(인터뷰)

MBC '군주-가면의 주인' 김영웅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7.07.23 15:01 / 조회 : 1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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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웅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영웅의(46) 첫인상은 '선하다'하는 느낌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끝까지 유승호를 괴롭히던 양수청장 김영웅은 수염을 떼고 가발을 벗자, 선한 얼굴이 드러났다. 김영웅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군주-가면의 주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김영웅이 유승호와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 SBS '리멤버-아들과 전쟁'에서 유승호를 괴롭히는 곽한수 역할로 나왔던 김영웅은 이번에는 대목의 부하 조태호로 나와 유승호를 힘들게 만든다. 김영웅은 유승호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이상하게 유승호를 계속 괴롭히게 된다"라며 웃어 보였다.

김영웅이 안방극장에서 얼굴을 알린 것은 2014년 방송된 JTBC '유나의 거리'다. 이후 김영웅은 '리멤버-아들의 전쟁', '행복을 주는 사람'에 이어 '군주'까지 굵직한 작품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날 처음으로 인터뷰를 해 본다는 TV 속 악역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선한 느낌이었다. 대중들이 잘 몰랐던, 배우 김영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 끝난 소감이 궁금하다.

▶ 첫 사극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늘 어떤 감독이나 배우들을 만나도 작업하는 것이 설레지만, 이번에는 특히 처음 하는 게 많았다.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나서 좋다.

-작품 속 비중이 컸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 제가 착하게 생겼는데, 극중 악역이다. 사극이라 분장을 하다보니 그다지 알아봐주는 사람은 없다. 하하.

- 선한 얼굴인데, 어떻게 그런 악역을 잘 표현했나.

▶ 제 속에 여러가지 결들이 있는데, 그 중에 악한 것들 감독님들이 캐치해서 이끌어내주려고 애를 쓰시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리멤버'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악역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제 속에 여러 가지가 있으니 다양한 모습을 봐주시면 좋겠다.

- 양수청 편수회가 조선시대 이야기긴 하지만 현실에도 대입 가능한 이야기 인것 같다.

▶ 그렇다. 현실 사회에서도 이런 인물들은 늘상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강한 사람들에게는 아부하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군림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만 봐도 그렇다. 저런 사람들은 참 안타깝지만 이런 사회에서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표현을 잘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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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 유승호, 김소현, 김명수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이 어땠나.

▶ 승호 같은 경우는 두 번째 같이 했다. '리멤버'에서도 괴롭혔는데, 이상하게 또 괴롭히게 됐다. 승호는 참 나이에 비해서 참 진중하다. 그래서 후배나 동생 같은 느낌보다 동료 같은 느낌 많이 든다. 소현이는 아직 소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명수, 엘은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긍정적이다.

- 2014년 JTBC 유나의 거리가 첫 드라마다. 늦은 나이에 활동을 시작한 건가?

▶ 부산에서 연극을 하다가, 2007년 서울로 올라왔다. 그 동안 여러 영화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드라마는 '유나의 거리'가 처음이다.

- 배우 생활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온 건지? 계기가 궁금하다.

▶ 고향이 부산이다. 실은 부산 소극장에서 연기 생활 시작해서 오랫동안 연극을 했다. 그러다가 1998년 28살에 결혼을 하고, 돈을 벌었다. 결혼 하고 야채 가게를 했는데, 내 마음은 계속 콩밭에 갔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더라. 그래서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야채 가게가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빚도 생겼다. 아내에게 나 이거(연기)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서울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데리고 서울로 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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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웅 /사진=임성균 기자


- 부산 생활을 접고 서울로 가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 당시 아이 둘을 데리고 서울로 와서 일산에 월세방을 얻었다.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고 또 일을 했다. 그 고생을 겪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사실 제 인생은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아내에게 항상 '이번 오디션만 되면, 이번 작품만 개봉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그런 거짓말을 안해도 될 만큼은 됐다

- 2007년부터 지금까지 영화 단역 출연 몇 개 정도 했나?(김영웅은 '도둑들', '해무', '의형제', '판도라' 등 굵직한 작품 속에 단역으로 자주 등장했다.)

▶ 솔직히 잘 기억도 안 난다. 아마 40개 넘게 한 것 같다. 주로 맞은편 건물 형사, 형사7, 계단 총격 요원, 동료 형사 이런 역할이었다.

-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키우며 단역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다.

▶ 지난해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아침에 택배 허브에서 물류 상하차 하는 일을 했다. 촬영 끝나고 아침에 가면, 일하는 분들이 '곽형사 왔다. 사진 찍자'라고 하셨다. 제가 이른바 '노가다'를 하면서도 배우라는 일을 놓지 못했던 것은, 믿음이나 제 자신으로서의 기준과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가 저를 믿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인간극장'에 나올만한 이야기다. 이제는 배우로서 일만 하며 살 수 있어서 가족들이 기뻐할 것 같다.

▶ 아무것도 없는 저를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에서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 한 배우 선배님이 말하길, 이 땅에서 무명 배우로 일하며 가정을 일구는 것은 기적을 일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가끔 저 스스로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라고 응원해 준다. 꼭 힘있는 배우가 돼서 사람들에게 울림과 희로애락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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