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추락' 한화, 벌써 가을야구를 포기하려는가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7.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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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 /사진=뉴스1





아직 54경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한화는 벌써 가을야구를 포기하려고 하는가. 22일 당한 16점 차 대패는 그래서 더욱 실망스러웠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방문 경기에서 1-17로 완패했다. 한화의 17실점은 올 시즌 팀 최다 실점. 또 16점 차 패배 역시 올 시즌 최다 점수 차 패배다.

이 패배로 한화는 후반기 모든 경기서 무릎을 꿇으며 5연패 늪에 빠졌다. 36승1무53패. 5위 LG와의 승차는 11경기이며 7위 롯데와의 승차도 8경기에 달한다. 반면 9위 삼성에 0.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최근 13경기 성적은 2승 13패.

이날 한화는 김범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김범수는 1회말 박건우에게 선제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김범수는 4회 위기를 재차 맞이했다. 선두타자 에반스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준 뒤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그러나 김재호에게 7구째 볼넷을 허용,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4연패에 빠져 있던 한화였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한 템포 투수 교체를 빨리 가져갈 수 있었다. 이런 교체는 선수단에게 '오늘은 반드시 연패를 끊고자 하는구나'라고 전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김범수로 갔고, 정진호에게 우익선상을 타고 빠져나가는 적시 2루타를 내줬다. 점수는 0-3이 됐다.

그러나 한화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후속 박세혁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0-5가 되면서 흐름이 두산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4회. 분명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김범수는 최주환을 유격수 뜬공 처리했으나 허경민에게 볼 2개 이후 3구째 우전 안타를 내줬다. 김범수의 구위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교체는 없었고, 결국 앞서 홈런을 내줬던 박건우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으며 점수는 순식간에 0-8이 됐다. 초반에 김이 빠지며 승기를 완벽하게 빼앗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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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최종전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한화 선수단.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최근 5연패 동안 한화에 발견되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 선발이 초반을 버티지 못하면서 점수를 내준다. 결국 필승조 투입 시기를 놓치고, 신예들을 마운드에 올린다. 하지만 이 새 얼굴들이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만다. 그나마 타선이 분전해 몇 점을 만회하지만 끝내 뒤집진 못한다. 그리고 무난하게 패하며, 필승조들은 휴식을 취한다.

한화는 이상군 감독 대행 부임 후 이른바 '진돗개 야구' 그리고 '건강 야구'를 선언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진돗개와 같은 모습을 강조했다. 또 필승조를 이기는 경기에만 확실하게 쓰면서 훈련량을 대폭 축소, 부상을 관리하는 건강한 야구를 펼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계속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접전 상황에 들어가기도 전에 승부처에서 일찍 빠져나오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그 패턴의 절정이 전날(22일) 두산전 1-17 참패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뜻하지 않게 부상 선수들까지 속출하는 상황.

초장에 투수진이 와르르 붕괴되는 현상, 이를 보고 가만히 손 놓고 있는 벤치, 승리에 대한 결연한 의지나 치열함 없이 대충 포기하는 선수들,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보다도, 더 빨리 포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없을 것이다.

2008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 54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시간이 지날 수록 한화의 가을야구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21일 경기서 7회 한 점을 만회하자 그렇게 기뻐하던 3루 쪽 한화 원정 팬들. 9회에 울려 퍼지던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송. 그들은 왜 16점 차에서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을 했을까. 어쩌면 그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건, 0.1%의 가능성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는 이글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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