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화제의 그 장면, '헌타니' 정찬헌 타석 뜯어보기

대구=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07.22 11:05 / 조회 : 8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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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사진=스타뉴스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정찬헌의 패기와 이형종의 조언, 그리고 양상문 감독의 믿음이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LG 불펜투수 정찬헌이 일본의 '투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로 빙의한 날이었다.

정찬헌은 21일 대구 삼성전에 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에 1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구원승에 결승타까지 원맨쇼.

정찬헌은 2-2로 맞선 10회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4-2로 앞선 11회초 2사 만루에서는 2타점 쐐기 좌전 적시타까지 때렸다.

LG는 8회말 수비부터 지명타자를 없앴다. 그 바람에 정찬헌까지 타석에 서게 된 것이다. 8회초 지명타자 박용택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황목치승을 대주자로 투입했다. 8회말 수비에 들어가며 황목치승을 3루수로 기용했다. 기존 3루수였던 양석환의 자리에 투수가 들어가면서 지명타자가 사라진 것.

연장 11회초, LG는 오지환의 적시타와 황목치승의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2점을 추가했다. 4번 타자 정찬헌의 타석이 2사 만루에 돌아왔다. 정찬헌은 대기 타석에서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며 자신감을 어필했다. 양상문 LG 감독이 정찬헌을 따로 불러 무언가를 지시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타석에 서자마자 초구를 냅다 휘둘러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최근 투수 안타는 2013년 4월 28일 한화 윤근영이 문학 SK전에서 때렸다. 투수 타점은 2015년 8월 12일 kt 홍성무가 수원 한화전에 기록한 바 있다.

경기 후 정찬헌은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감독이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냥 서 있으라고 하셨다. 바짝 붙어 있으면 몸쪽에 던지지 못할 것이니 그렇게 있으라고 하셨다. 맞혀보고 싶으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 한번 휘둘러보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하지만 왠지 휘둘러보고 싶었다. 자신감을 피력하자 양 감독은 "그러면 한 번 자신 있게 돌려보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타석을 준비 하려는 순간 이형종이 슬며시 다가왔다. 정찬헌에 따르면 이형종은 "어차피 네가 투수라서 당연히 안 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조건 직구니까 타이밍 앞에 놓고 그냥 휘둘러라"고 귀띔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정찬헌은 "고등학교 때도 타석은 2번 밖에 서보지 않았다. 좋은 경험했다. 비록 타석에서였지만 남은 시즌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최근 담 증세가 좀 있어서 다른 불펜투수들 연투하는데 나만 쉬었다. 지금은 구위도 컨디션도 좋다. 앞으로 좋은 분위기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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