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슈퍼팀' 다저스의 어마무시한 승률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21 08:45 / 조회 : 5224
  • 글자크기조절
image
LA 다저스의 '슈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지난 3시즌 연속으로 승률 8할을 돌파하면서 두 차례 우승,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미 프로농구 NBA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사람들은 ‘슈퍼팀’이라고 부른다.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드레이몬드 그린 등이 특급스타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 2015-16 시즌에 NBA 한 시즌 최고기록인 73승9패(승률 0.890)의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지만 결승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뒤 골든스테이트는 그해 오프시즌 NBA 득점왕 4회, MVP 1회, 올스타 8회 경력의 슈퍼스타 프리에이전트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면서 전정한 ‘슈퍼팀’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성적은 67승15패(승률 0.817)로 직전 시즌에 못 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선 파죽의 15연승 가도를 질주하는 등 16승1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우승, ‘슈퍼팀’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NBA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선 골든스테이트같은 슈퍼팀이 나오기가 힘들다. 한 번에 5명만이 코트에 나서는 농구에선 걸출한 슈퍼스타 3명만 모여도 리그를 좌지우지할 만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한 팀에 모였다고 해도 슈퍼팀이 될 수는 없다. 타자인 하퍼와 트라웃은 한 경기에 4회 정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전부이며 선발투수인 커쇼는 5일에 한 번 밖에 출장하지 못한다. 그것도 다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지금까지 한 시즌 최고 승률기록이 0.763(1906년 시카고 컵스, 116승36패)로, 승률 8할을 넘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그리고 1906년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실패했다.

물론 이론상으론 하퍼와 트라웃, 커쇼급 슈퍼스타 선수들을 몽땅 모아서 말 그대로 진짜 ‘올스타팀’을 만든다면 그런 슈퍼팀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만화에나 나올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25명 엔트리를 몽땅 이런 슈퍼스타들로 채울 경우 연봉합계가 현 시세로 4~5억달러를 거뜬히 넘길 것이고 40인 로스터로 범위를 확대하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와 농구가 구조적으로 다른 스포츠이기에 슈퍼팀의 기준을 농구에서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image
골든스테이트에 합류 팀을 슈퍼팀으로 이끈 케빈 듀란트. /AFPBBNews=뉴스1


그런데 지금 메이저리그에는 ‘MLB버전 골든스테이트’라고 할 수 있는 ‘슈퍼팀’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바로 LA 다저스다. 20일(한국시간) 경기까지 11연승 가도를 이어간 다저스는 현재 66승29패로 승률이 7할에 육박(0.695)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35경기 성적은 31승4패로 승률이 무려 9할에 근접한 0.886에 달한다. 말 그대로 지는 법을 모르는 팀처럼 ‘뒤돌아보지 않는 전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팀들을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다저스의 탱크처럼 육중한 전진이 다른 팀들의 소위 ‘뜨거운 스퍼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잠깐 반짝했다가 수그러들 상승세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저스는 올 시즌 출발이 신통치 못했다. 5월 중순까지도 승률 5할을 겨우 넘긴 22승18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에 3게임차 뒤진 3위였다. 그런데 그 이후 두 달여 동안 다저스는 44승11패, 정확히 승률 8할(0.800)이라는 말도 안되는 성적을 올렸다. 지구 순위는 3게임차 3위에서 2위팀(애리조나)에 11게임차 간격을 벌린 압도적인 선두로 올라섰다. 승률 8할이라면 162게임 시즌으로 환산할 때 130승을 거두는 페이스다. 지난 35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승률은 9할에 육박한다. 도대체 야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경이적인 페이스다.

더욱 다저스가 무서운 것은 이 팀이 몇 명의 슈퍼스타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지난 수년 간 장기적인 팀 구축 작업을 통해 거의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팀을 만들어냈다. 자타공인의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 커쇼와 철벽 클로저 켄리 잰슨, 지난해 신인왕이자 올해 MVP 후보인 코리 시거, 루키 센세이션 코디 벨린저, 타격 기계 저스틴 터너 등 스타들이 팀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이들을 받쳐주는 조연급 선수들의 활약이 화수분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저스의 진짜 힘은 구단 전체에 깔린 엄청나게 두터운 선수층과 창의적인 로스터 구축, 그리고 조연급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구단 수뇌부의 지도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image
코리 시거. /AFPBBNews=뉴스1


지금 다저스는 최고급 선수들과 뛰어난 젊은 선수들, 충분한 경험 등 성공적인 팀에게 필요한 필수 요소를 100% 갖추고 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다저스가 누굴 영입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그것들은 모두 가짜뉴스”라면서 “누굴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특별하게 필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아무리 선두를 달리는 팀이라고 해도 이런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거침없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더구나 다저스는 원하기만 하면 어떤 스타급 선수라도 데려올 수 있을 만큼 수많은 특급 유망주들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없는 것이 없는 팀이다.

올해 다저스는 사실상 6명의 선발투수를 5인 선발로테이션에 끼워 맞춰 돌리고 있다. 도무지 풀 수 없는 난해한 방정식 같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거의 흠 잡을 데 없이 난제를 풀어가고 있다.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의 경우 14번의 선발 등판에서 11번은 무실점 또는 1실점을 기록하면서 11승무패, 평균자책점 1.56의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경우가 단 3번뿐이고 한 경기 가장 많은 투구수가 98개에 불과했다. 탄탄한 불펜 진을 활용해 그의 체력을 완벽하게 관리해가고 있다.

다저스의 10일 부상자명단(DL) 활용도 그 어느 팀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용도로 인해 메이저리그의 조사를 받았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23명을 DL에 올려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지만 상당수는 투수들에게 가벼운 부상을 핑계로 쉬고 오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조치였다. 대체할 만한 선수가 얼마든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시즌 중반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다저스에는 힘이 넘치는 선수들이 가득한 느낌이다.

image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사진=뉴스1


현재 다저스는 타격, 선발진, 불펜 가릴 것 없이 모두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더구나 원한다면 더 엄청난 팀을 구축할 능력도 갖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클로저 잭 브리튼도 수뇌부가 결심만 한다면 충분히 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승률 8할이란 현실적으로 절대 넘을 수 없는 고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전체 시즌의 3분의 1이 넘는 마지막 55게임에서 승률 8할을 기록했다. 남은 67경기에서 이런 8할 승률을 이어간다면 시즌 119승을 거둬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116승- 1906년 컵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을 경신하게 된다. 만약 지난 35경기에서 기록한 9할 승률(0.886)을 적용해 다시 계산한다면 승수는 125승까지 올라간다.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숫자들이다. 다저스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도 진짜 ‘슈퍼팀’이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해 가고 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