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포크레인'..엄태웅 그리고 끝나지 않은 5.18의 비극(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7.20 19:02 / 조회 :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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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크레인' 스틸컷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삼은 또 한편의 영화, '포크레인'이 베일을 벗었다.

2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필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이었다가 퇴역 후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던 강일이 포크레인을 몰고 전국들 돌며 당시 동료와 상사를 찾아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담은 작품.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붉은 가족' 이주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진압군 또한 비극의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았다.

홀로 간담회에 나선 이주형 감독은 "'포크레인'은 김기덕 감독님이 5년 전부터 준비했던 작품이다. 들어가기 어렵고 힘든 작품이란 걸 알고 계셨는데 해야겠고 마땅히 나와야 될 이야기라 생각했다"면서 "이것이 저에게 왔을 때 힘을 얻었다. 무조건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편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뤘고, '붉은 가족'에서는 남북을 이야기했던 이주형 감독은 "김기덕 감독님이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상을 깊이감 있게 표현할거라 말씀하셨다. 간단한 그 말씀 한마디에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 이 영화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화려한 휴가''26년' 등 많은 영화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고, '택시운전사'도 좋은 소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두환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는 시점에서 각성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주형 감독은 이어 "외람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해자 피해자의 벽을 피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공감할 수 있는 시대고 그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주인공은 그냥 묻어두고 살던 걸 시작하자마자 꺼내든다"며 "표면 위에 올라온 불편한 이야기를 느껴보고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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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크레인' 스틸컷


이날 시사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강일 역의 엄태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던 엄태웅은 고소인이 허위 고소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성 매수가 인정돼 그간 칩거해 왔다. '포크레인'은 이후 자숙하던 그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제가 끝없이 엄태웅 배우에게 제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물론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다. 엄태웅 배우로선 고민할 것이 많았다"고 그 과정을 전했다.

이주형 감독은 "엄태웅 배우도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거절도 여러 번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엄태웅 배우의 복귀라기보다는 '포크레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열정이 모였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서로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날 뜬금없이 문자로 '김강일?' 이렇게 문자가 왔다"며 열어보니 지인을 찾아가 포크레인 운전을 연습하고 있는 엄태웅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너무나 기쁜 회답이었다. 그 날부터 영화가 시작됐고, 그 날부터 엄태웅 배우가 몇 주 동안 연습해서 대역없이 촬영했다"며 "끝날 즈음엔 포크레인 기사 수준까지 되셔서 대역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주형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포크레인은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이미 오래전 구입한, 현재는 단종된 모델이라면서 "포크레인의 빈 자리를 보며 많은 배우를 매치시켜 봤다. 훌륭한 배우가 많은데 특징상 제가 원하는 배우는 엄태웅 배우에게 꽂혔다고 해야 하나. 다른 좋은 분들이 앉아도 이상하게 어룰리지 않고. 내적 표현과 아픔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공이 있고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런 저의 생각이 맞았다"며 "주인공 강일이 영화 초반엔 대화가 없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표현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각에서 광주를 이야기하는 영화, 그리고 엄태웅의 복귀작 '포크레인'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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