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악재속 강인한 생명력 보인 피츠버그, 그 후반기는?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18 08:27 / 조회 : 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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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고꼬인 피츠버그를 끈끈하게 이끌고 있는 해적선장 맥커친./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데드라인(현지시간 31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각변동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는 동향의 라이벌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삭스 에이스 호세 퀸타나를 영입하면서 타이틀 방어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고 퀸타나는 17일(한국시간) 컵스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등판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7이닝동안 탈삼진 12개를 쓸어 담으며 3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이적 후 첫 승을 올려 컵스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이 승리로 컵스는 다시 승률 5할 위로 올라섰고(46승45패)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52승42패)와의 격차로 4.5게임차로 좁히면서 후반기 반등을 예고했다.

NL 동부지구 선두인 워싱턴 내셔널스도 1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투수 라이언 맷슨과 숀 둘리틀을 영입하면서 팀의 최대 약점인 불펜 보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워싱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확실한 클로저를 확보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좌완 저스틴 윌슨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파죽의 9연승을 달리고 있는 시즌 최고의 팀 LA 다저스는 도무지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 팀임에도 불구,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가만히 앉아서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클로저 잭 브리튼의 트레이드 여부를 문의하고 샌디에고 파드레스와는 좌완 브래드 핸드 영입을 논의하는 등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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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눈독들인 잭 브리튼. /AFPBBNews=뉴스1


이들 외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은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확실하게 바이어로 나서는 팀들이다.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애미 말린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신시내티 레즈 등은 이들의 트레이드 오퍼를 받고 흥정을 이어가면서 가능한 크게 한 몫을 챙기려는 셀러로 나선다.

문제는 그 중간에 끼어있는 팀들이다.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로 나서야 할지, 셀러로 변신해야 할지 그 자신들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팀들이 있다. 플레이오프 레이스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른 처지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올인’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에 있는 구단들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같은 팀이 대표적이다. 포스트시즌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시즌을 시작한 애틀랜타는 현재까지 승률 5할(45승45패)을 유지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에 6경기 차로 아직 희망을 유지하고 있어 팀 수뇌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아직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하면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더 큰 꿈을 꾸는 것이 아직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아 입장을 보류한 채 형세를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애틀랜타가 컵스로 간 퀸타나 영입을 위해 화이트삭스에 오퍼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바이어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밖에 미네소타 트윈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텍사스 레인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도 바이어로 갈지, 셀러 쪽으로 향할지 아직 어정쩡한 처지에 있는 팀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팀마다 서로 다른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미네소타의 경우는 아직도 지구선두 클리블랜드에 불과 1.5경기차로 뒤진 2위인 점으로 보면 분명히 바이어로 나서야 할 팀이지만 득실차 등 여러 지표에서 선두권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다 바이어로 나서기엔 팀의 팜시스템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이 상당한 핸디캡이다. 바이어로 나서려고 해도 실탄이 부족한 셈이다. 앞으로 2주 동안 성적을 지켜본 뒤 바이어가 아닌 셀러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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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꼴찌임에도 트레이드 시장에 셀러로 나서기힘든 토론트의 인기 스타 도널드슨. /AFPBBNews=뉴스1


반면 토론토의 경우는 42승49패로 AL 동부지구 공동 꼴찌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셀러로 나서야 할 팀이지만 다른 팀들과 달리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 팀 자체가 리빌딩 단계에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현재 리그 전체에서 관중동원 1위를 달릴 만큼 홈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운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 만약 3루수 자시 도널드슨 같은 스타를 트레이드한다면 자기 팬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토론토는 올 시즌 3승12패라는 악몽의 스타트가 아니었다면 그 이후 39승37패의 성적이 말해주듯 아직도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전력을 갖춘 팀이기에 그런 팀을 분해하기란 힘든 것이 당연하다.

이밖에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 역시 선뜻 셀러로 나서기엔 팬들의 시선이 부담스런 구단 중 하나다. 이들의 경우는 결국 앞으로 2주 동안의 결과와 트레이드 시장 변화의 추이에 따라 바이어 또는 셀러로 운명이 갈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팀이 피츠버그 파이리츠다. 올해 피츠버그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꼬인 팀이었다. 오프시즌에 팀의 주축타자인 강정호가 음주운전 사고를 치면서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팀에 합류조자 못하고 있고 올스타 외야수 스탈링 마르테는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이 적발돼 80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으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마크 멜란슨이 떠나간 클로저 자리는 비어 있었고 에이스 개럿 콜은 아직도 2015년 시즌 시절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심지어 선발투수 제이미슨 타이욘은 25세의 나이에 고환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불운까지 만났다. 필드 안팎에서 계속 악재가 쏟아진 피츠버그의 경우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선 셀러로 나서는 것이 예정수순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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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피츠버그의 전열에서 이탈한 강정호. /사진=뉴스1


그런데 상황이 생각지 않게 변해가고 있다. 44승48패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아직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선언하긴 힘들지만 피츠버그는 승률 5할선 바로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했던 ‘해적선장’ 앤드루 맥커천의 부활이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타격 슬래시라인 0.313/0.404/0.523을 기록하며 영원한 MVP 후보로 자리매김했다가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완전히 한 물 갔다고 여겨졌던 맥커천이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5월말까지만 해도 타율이 맨도사라인까지 떨어져 지난해의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는 듯 했으나 이후 전반기 마지막 41경기에서 타율 0.404에 11홈런, 30타점, 36득점에 OPS 1.223을 기록하는 대반전을 보여주며 예전의 MVP급 스타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시즌 전체로는 타율 0.294, 17홈런, 50타점, OPS 0.904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에이스 콜도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는 등 조금씩 예전의 위용을 찾아가고 있고 암 수술을 받은 뒤 생각보다 빨리 복귀한 타이욘은 이후 6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팀의 약점으로 생각됐던 불펜은 7월 들어 평균자책점 1.93의 눈부신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지난달부터 클로저 역할을 맡은 펠리포 리베로는 평균자책점 0.74에 0.70 WHIP(이닝당 안타+볼넷)이 말해주듯 특급 클로저로 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X팩터는 시즌 초반 징계를 받고 전열에서 이탈했던 마르테가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마르테는 8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만료돼 19일(한국시간) 경기부터 팀에 복귀한다. 피츠버그 입장에선 트레이드 시장에서 공짜로 올스타 외야수를 한 명 주워온 느낌이 들 수 있다. 마르테가 복귀 후 지난해 성적(0.311/0.362/0.456, 홈런 9개, 2루타 34개, 3루타 5개, 도루 47개)과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9경기에서 7승2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피츠버그로선 충분히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마르테는 피츠버그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경우 징계로 인해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지만 그건 그때 걱정할 문제이고 지금은 다시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복귀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피츠버그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지난 주말 세인트루이스와 3연전을 치러 2승1패로 시리즈를 따낸 뒤 18일부터 지구선두 밀워키와 4연전 시리즈에 들어간다. 이 4연전을 휩쓴다고 가정하면 격차가 단숨에 3경기차까지 좁혀지고 그렇게 된다면 NL 중부지구는 이들과 컵스, 세인트루이스까지 모두가 사정권내에 자리하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물론 거꾸로 밀워키에 싹쓸이를 당해 차이가 11게임으로 벌어지며 사실상 시즌이 끝날 수도 있다. 이번 시리즈 결과에 따라서 피츠버그의 운신 방향이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과연 상황이 어느 쪽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올해 피츠버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만약 모든 상황이 피츠버그 팬들이 꿈꾸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후반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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