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대표 "도망쳤던 나를 떠올리며 제작"(인터뷰)②

[빅4특집]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7.12 09:56 / 조회 : 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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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램프 대표 박은경/사진=임성균 기자


한국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역사로 남은 광주 민주화 운동. 이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올 여름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관객들이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는 8월 2일 개봉 예정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이 통금시간 전까지 독일 기자 피터를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제안에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 '군함도', '청년경찰', '장산범' 등과 올 여름 극장가 기대작 빅4다.

영화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해 일찌감치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괴물'과 '변호인'으로 두 번이나 천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의 주연, '고지전'(2011) 이후 모처럼 극장가로 돌아온 장훈 감독까지. 여러 방면으로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영화로 제작한 이는 제작사 더 램프(THE LAMP)의 박은경(45) 대표다. "기사를 접하고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녀에게 '택시운전사'의 제작, 탄생 과정을 들어봤다.

-이번 영화는 신문 기사를 통해 시작됐다고 했는데. 장훈 감독은 나중에 합류했고.


▶2014년 즈음인 것 같다. 2003년 기사인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했다. 같이 일하는 PD가 소개를 해줬는데 '이걸 영화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보다 그와 광주에 동행한 택시운전사(김사복)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게 됐다. 시나리오는 제작사에서 1년 정도 진행했고, 엄유나 작가가 합류해 6개월 정도 써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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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램프 대표 박은경/사진=임성균 기자


-'재미있겠다'는 생각만으로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사복이란 사람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재미라기 보다는 그 기사를 접하고 내가 경험했던 일이 생각났다. 2009년 쇼박스에서 근무할 때 동티모르에서 영화 '맨발의 꿈' 촬영이 있었다. 현장에 갔었는데, 누가 흉기를 들고 촬영장에 난입했다. 나름 용기 있고 의식 있다고 생각했는데 허겁지겁 민가로 도망갔다. 거기서 나처럼 도망쳐온 또 다른 스태프와 눈이 마주쳤다. 부끄러웠다. 창피했다. 그 일이 그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나더라. 도망쳤다가 돌아온 이야기.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준비했다.

-영화 제작을 결정한 후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직접 만났는데.

▶당시 광주민주화 운동을 세계로 알린 주인공이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가 아닌 데도 무척 좋아해주셨다. 우리가 온다고 하니 집 앞에 태극기까지 걸어두셨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만났던 김사복 씨를 만나보고 싶고, 꼭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힌츠페터 기자는 그 뒤로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취재하려 왔다가 전경들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기자일을 은퇴했다. 그런데 안타깝게 지난해 1월에 별세하셨다. 이 영화를 꼭 그 분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안타까웠다.

-힌츠페터의 이야기가 사실이지만, 영화적으로 각색된 부분도 상당할텐데.

▶영화는 기자의 동선을 기초로 했다. 때문에 동선에 따른 몇 개의 큰 에피소드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영화이니까, 각색된 부분도 있고 설정인 것도 있다. 특히 만섭(송강호)이란 인물은 저희가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이야기적으로 구성된 게 꽤 있다.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실화라는 부분은 연출하는 감독 입장에서 쉽지 만은 않다. 장훈 감독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하다.

▶장훈 감독은 당시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더니 바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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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램프 대표 박은경/사진=임성균 기자


-송강호가 이 영화 출연을 처음에는 거절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와 작품을 하게 됐는가.

▶한 번 거절을 했었다. 이유를 묻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읽어봐 줘서 감사했다. 그 후로 송강호가 다시 연락을 줬다. 다른 배우를 알아보고 있지 않은 시기였는데,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 6월 크랭크인을 하게 됐다.

-송강호가 극중 맡은 만섭 캐릭터, 실제로 김사복씨는 연락이 됐나.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극 중 만섭이란 인물은 힌츠페터 기자의 기억 속에서 가져왔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는 둥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는 둥. 그런 기억들.

-독일 기자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 캐스팅도 쉽지 않았는데.

▶이왕이면 독일 배우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배우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몇 명의 배우를 한정해서 고심해 봤는데, 이 분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에이전트를 찾아 연락을 취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저희가 메일로 연락을 하고, 영화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취지가 좋다고 답이 왔다. 그 말을 듣고 저희가 바로 할리우드로 만나러 갔다. 미팅에 이어 브리핑까지 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한국으로 다시 올 수 있었다.

-극중 유해진, 류준열이 맡은 인물은 어떻게 넣었나.

▶유해진은 광주의 택시운전사 황태술, 류준열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이다. 두 사람은 만섭, 힌츠페터가 광주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둘이 만나는 사람들은 평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상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아는 사람들 혹은 지나가다 만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캐릭터를 설정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민주화 운동을 다루지만 그 게 주된 내용은 아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가 메인 이야기다.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는 것이며, 어느 시기에도 일어날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에 기획했다. 소재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고 조심스럽기도 했을텐데.

▶'도망가지 말아야겠다'에서 출발한 영화다. 꼭 그런 이념, 정치 이야기로 봐주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택시 운전사'는 평범한 사람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 타이틀도 내용도 택시운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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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램프 대표 박은경/사진=임성균 기자


-배경이 1980년이다보니 재현하는 부분에 있어 세트나 택시 외 소품 찾기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예산이 118억 원 정도 들었다. 돈이 많이 들든 아니든 세트에 대한 제작자의 마음은 늘 아쉬운 것 같다. 이번엔 택시가 없었다. 일부 파손되는 장면이 있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차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당시 차들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택시운전사'의 흥행, 혹시 천만을 노리는가.

▶그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저희보다 앞서 '군함도'가 개봉한다. '군함도' 대 '택시운전사' 구도가 될 것 같다. 결과는 그 때 가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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