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챔프' 컵스, 후반기 반등?..과연 그럴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11 07:58 / 조회 : 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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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후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는 티오 엡스틴 사장. /AFPBBNews=뉴스1


지난해 전반기가 끝났을 때 시카고 컵스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약한 상태였다. 전반기 마지막 21경기에서 15패를 당한 ‘미니 슬럼프’에도 불구, 53승35패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승률을 올리고 있었다. NL(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2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46승42패)에 7게임차 간격을 벌렸고 올스타전에서도 NL 선발 라인업 중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체를 휩쓰는 등 무려 7명이 올스타로 선발되는 절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은 컵스를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로 단언하는데 주저했다. 무려 108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저주받은 팀이었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실족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컵스는 끝까지 실족 없이 진군한 끝에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계를 1년 후로 돌려보면 올해 전반기를 마친 결과 컵스는 승률 5할에도 못 미치는 43승45패의 전적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밀워키 브루어스(50승41패)에 5.5게임차로 뒤진 채 세인트루이스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NL 와일드카드 2위인 콜로라도 로키스(52승39패)에도 7.5게임차 뒤져 있다. 지구 선두가 와일드카드 2등보다 더 가깝다. 올스타전에 나가는 선수는 클로저 웨이드 데이비스 한 명 뿐이다. 예전의 컵스였다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접어야 할 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그 누구도 컵스의 타이틀 방어 희망이 사라졌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현재 상황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컵스가 밀워키를 추월해 지구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만년 하위팀이었다가 올해 깜짝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밀워키가 끝까지 선두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크지 못한데다 지난해 108년 저주의 사슬을 끊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컵스가 얼마나 뛰어난 팀인지를 잘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컵스가 일단 단기전 토너먼트인 플레이오프에 나가기만 한다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컵스는 과연 후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까. 아직도 74경기를 남긴 가운데 지구 선두 밀워키와의 격차가 겨우 5.5게임이라면 충분히 추격이 가능한 사정권내에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컵스는 지난해 정규시즌에 103승을 거둔 뒤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멤버에 큰 변화도 없고 최소한 외형상으론 지난해보다 크게 다른 것이 없는 팀이다. 그 저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모두가 컵스를 시즌 전반기에 전력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한 팀으로 꼽는다. 반면 밀워키는 실력에 비해 더 좋은 성적을 올린 팀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가정하면 컵스가 밀워키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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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시카고 컵스 선수들./AFPBBNews=뉴스1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야구도 한치 앞을 내다 내다보기 힘들지만 올해 컵스의 모습을 보면 후반기에 과연 그런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이 쉽게 오지 않는다. NL 중부지구에서 별 어려움 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완전히 빗나갔고 현재는 승률 5할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도무지 약점이 없는 젊은 슈퍼스타들의 집결체로 정상에 올랐고 앞으로 새로운 다이너스티를 열 것으로 여겨졌던 컵스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도대체 컵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후반기 컵스의 반등을 기대하려면 우선 전반기 컵스의 성적이 팀 실력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컵스는 올해 전반기 88경기에서 399득점과 399실점으로 득실차가 정확히 ‘제로’(0)를 기록했다. 팀 성적도 43승45패이니 거의 승률 5할 팀인 셈이다. 각 팀의 퍼포먼스 데이타를 바탕으로 기대 전적을 산출하는 팬그래프닷컴의 베이스런스(BaseRuns)나 피타고리안 전적(Pythagorian Record)도 실제 성적과 거의 일치한다. 피타고리안 전적에서 컵스는 44승44패로 실제보다 1승을 덜 올린 것으로 나오고 베이스런스에서는 45승43패로 2승을 밑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력에 비해 1~2승을 덜 올렸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라면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기엔 무색한 수준이다. 결국 컵스는 지금 딱 제 실력만큼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밀워키의 경우도 실제성적과 피타고리안 전적은 50승41패로 정확히 일치해 밀워키의 성적 역시 운과 무관한, 실력에 따른 것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밀워키의 베이스런스 성적은 48승43패로 실제보다 2승 떨어진다. 베이스라인 수치로 보면 밀워키와 컵스의 격차가 1.5게임차 밖에 나지 않는다. 통계적으론 컵스가 밀워키를 추월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참고로 뉴욕 양키스의 올해 현재 전적은 45승41패지만 베이스런스 전적은 53승33패, 피타고리안 전적은 52승34패로 나온다. 실력에 비해 7~8승을 덜 올렸을 만큼 불운했다는 이야기다. 만약 양키스가 퍼포먼스에 걸맞는 성적을 올렸다면 전반기를 보스턴 레드삭스(50승39패)보다 앞선 AL 동부지구 선두로 마쳤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컵스의 예상치 못한 전반기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연히 첫 번째 용의자는 선발 로테이션에 있다. 지난해 컵스 선발투수들의 전반기 성적은 42승24패, 평균자책점 3.09였다. 올해 선발투수들의 전반기 성적은 29승33패, 4.66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차이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선발진의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5승 투수 제이슨 해멀은 캔자스시티로 떠나갔고 카일 헨드릭스는 손가락 부상으로 아웃된 상태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인 제이크 아리에타, 존 레스터, 존 랙키 3명의 성적은 올해 부진이 나머지 두 자리 때문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들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4.56으로 지난해 3.13에 비해 1.5점 가까이 높다. 이들 베테랑 트리오가 후반기에 제 모습을 찾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컵스의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해 컵스 타선을 이끌었던 젊은 타자들이 지난해의 페이스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NL MVP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현재 타율 0.269에 18홈런, 38타점을 올리고 있다. 첫 2년간 99타점과 102타점을 올렸던 그가 올해는 70타점 페이스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직전 시즌 리그 MVP가 올스타로도 뽑히지 못했다. 물론 타점이야 주자가 나가 있지 않으면 올리기 힘든 것이기에 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브라이언트가 지난해 전반기에만 65타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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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브라이언트. /AFPBBNews=뉴스1



문제는 브라이언트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라이언트와 원투펀치를 이루는 앤소니 리조는 20홈런과 56타점은 괜찮지만 타율(0.259)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았던 거포 카일 슈와버는 극심한 부진해 아예 약 2주동안 트리플A로 강등됐다가 지난주에 돌아왔는데 복귀 후 홈런포를 가동, 약 한달여에 걸친 홈런 가뭄을 끝내기도 했으나 아직도 타율은 1할대(0.178)에 그치고 있다.

슈와버만큼 극심하진 않지만 애디슨 러셀, 하비에르 바예스, 벤 조브리스트, 제이슨 헤이워드 등의 단체 부진도 컵스 팬들로서는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러셀과 조브리스트는 타율이 2할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컵스의 또 다른 문제는 믿을만한 1번 타자의 부재다. 팀의 스파크플러그 역할을 했던 덱스터 파울러가 세인트루이스로 떠나간 뒤 컵스는 1번 타순에 슈와버와 조브리스트, 존 제이에 심지어는 리조까지 투입했으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혀 1번 타자 같지 않은 슈와버에게 36경기에서 1번 타자를 맡겼기도 했는데 그는 홈런을 6개 때려냈으나 타율은 0.185에 불과했다.

수비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떨어진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엔 베테랑 포수 미겔 몬테로가 선발투수 아리에타의 주자에 대하 견제능력 부족을 공개 비판했다가 바로 팀에서 쫓겨나는 자중지란까지 겪었다. 나쁜 동료와 함께 할 수는 없다고 그를 쫓아낸 것이야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중요한 수비 포지션인 포수진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컵스의 고전은 어느 한 분야의 문제라기보다는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다. 한마디로 쉽게 고쳐질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고치기가 불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컵스는 아직도 지난해 챔피언에 오른 핵심 요소들을 거의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언제 갑자기 번쩍하며 스위치가 켜져 지난해의 컵스로 돌아갈지 모른다.

과연 컵스는 후반기에도 전반기에 보여준 들쭉날쭉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이어갈지, 아니면 올스타 휴식기동안 심기일전해 후반기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뛰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쪽으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팀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컵스가 제 정신을 차린다면 NL 플레이오프 레이스는 한층 더 흥미진진해 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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