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프랜차이즈 게임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07.11 07:41 / 조회 :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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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전경. /사진=뉴스1


10년전 이맘때 남미 어디에선가 열린 IOC총회의 동계올림픽 개최지발표에서 ‘소치’ 했을 때 ‘저게 어디에 있는 도시지?’하고 궁금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전세계 사람들이 지도로 낯선 이 도시를 검색했을 것이다.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넘어갔을 도시였다. 올림픽이라는 스포츠이벤트가 도시이름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사례이다.


199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애틀랜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올림픽 개최도시의 발표가 있었던 화요일 아침, 도시전체는 감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국에서 남부지역이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던 애틀랜타 시민은 개최가 확정된 순간 거기에서 벗어났고 모든 것을 갖춘 도시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한국 스포츠 팬에게 잘 알려진 오클랜드,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 신시내티 등은 도시 인구수에서 미국 내 25대 도시에 서지 못하는 도시이다. 하지만 스포츠 팬들에게는 프로구단이 있는 ‘빅 리그’도시로 대접받는다. 그들은 “프로구단 덕분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혹은 시카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구단이 그저 그런 도시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데 기여한 사례이다.

이외에도 경제적 효과 등 올림픽부터 작은 이벤트까지 스포츠이벤트가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모든 도시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 중 프로구단은 선진국 자치단체일수록 각별한 대우를 받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단발성이 아니라 연중 열리는 이벤트인데다 “프로구단을 보유하지 못한 도시는 대도시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시의 역량을 상징하는 존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개최권을 행사하는 IOC와 FIFA, 신생 프로구단의 연고지선정 권리를 쥐고 있는 프로연맹이나 이벤트 개최권을 가진 협회 등이 원하는 도시에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때 원하는 도시와 권리소유자간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기를 프랜차이즈 게임으로 부른다. 주로 매력적인 이벤트의 권리 소유자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지만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뀌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경기장시설이 한정적이거나 이벤트의 매력이 떨어질 때 주도권 행사자가 뒤바뀐다. 만일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의 매력이 폭락하면 IOC나 FIFA가 대회개최를 부탁하러 전세계 도시를 돌아다녀야 할 수도 있다. 또 이벤트 개최에 적당한 시설이 한정된 곳에만 있을 경우 주최측이 오히려 경기장소유주의 무리한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프로구단이 연고지를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로 승강제도가 없는 리그에서 발생하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도쿄에서 삿포로 돔으로 옮긴 일본 프로야구의 니폰 햄 파이터스는 비싼 도쿄 돔 사용료 때문에 옮겼고, 오래된 얘기지만 미국 프로야구의 브루클린 다저스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LA로 옮겼다.

한국도 대전에서 서울로 옮긴 프로야구의 두산베어스, 안양에서 서울로 옮긴 FC서울, 인천서 서울로 옮긴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 등은 큰 시장 때문이었다. 프로구단이 소도시보다 대도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단의 브랜드가치를 형성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시장(市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구단에게 큰 시장이란 많은 팬 확보 가능성이 있는 인구규모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구단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기업의 스폰서십 유치와도 연관이 있다. 대도시일수록 스폰서십이나 광고 구매력이 있는 대기업이 많기 때문에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연고지를 옮기겠다는 프로구단을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만약 이전할 도시가 같은 리그소속 회원구단의 마케팅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규약에 근거해 침해 받을 구단이 이의신청을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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