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품위녀' 김희선 때문에 막장 탈피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7.07 12:15 / 조회 : 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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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막장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 의미가 나온다. 첫째, 갱도의 막다른 곳, 두 번째는 허드레로 먹기 위하여 간단하게 담근 된장. 메주에 볶은 콩가루, 소금, 고춧가루 따위를 넣고 띄워 만든 쌈장의 일종, 세 번째는 일의 마지막을 뜻하는 끝장으로 표기돼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를 지칭하는 용어로 ‘막장 드라마’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여기서 막장은 첫 번째 의미인 갱도의 막다른 곳, 거친 곳이 사용된 거라고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의미도 ‘막장 드라마’에 어느 정도 녹아나는 듯하다. 그만큼 뭔가 막 섞여 있고, 갈 때까지 가보자 식의 끝장을 보는 느낌이 ‘막장드라마’에서 묻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뒤 맥락 없이 출생의 비밀, 사고, 불륜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의 나열만으로 드라마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진들에게는 ‘막장 드라마’라는 수식어는 그리 달갑지 않다.

이리도 막장드라마에 대한 설명이 장황했던 것은 바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때문이다. 시작부터 계속 막장드라마다, 아니다의 논란이 일고 있지 않은가. 그 논란의 가장 큰 중심에는 불륜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 출연진 거의 대부분이 ‘바람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부부가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스펙타클하게 말이다. 그러니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어디 이뿐인가. 김선아(박복자 역)는 사기전과를 숨기고 아버지뻘 되는 부잣집 회장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결혼약속을 끌어냈다. 역시나 자극적이다. 그래서 막장드라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자극적인 소재만 나오면 무조건 막장드라마인가? 불륜, 출생의 비밀, 사고, 겹사돈 등등의 소재만 나오면 다 막장이냐 이 말이다.


정답은 아니다. 이렇게 소재만 보고 막장이다, 단정짓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은 결과이다. 막장드라마는 단순히 소재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의 개연성, 맥락에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극적인 소재들도 앞뒤 스토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등장하면 괜찮지만, 오직 시청률, 화제성을 위해서 그 동안 아무런 복선이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죽거나,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튀어나오거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 때 비로소 막장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놓고 볼 때, ‘품위있는 여자’는 사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현 시대를 촌철살인으로 비판하고 있는 풍자 드라마에 가깝다. 돈과 화려함으로 포장되어 있는 재벌사회, 일반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행복할 것 같고,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그 곳.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서로 물고 물어뜯는 사람들, 이간질과 질투, 그리고 속물적인 명예욕과 비교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겉으론 우아하게 웃고 있지만, 자신이 더 잘나고 잘돼야 하는 승부욕에, 서로 빤히 알고 있는 부부모임의 불륜,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웃으며 감추는 사람들에 서로를 무시하는 뒷담화,

또한 돈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세속적인 모습까지, 사회적인 이슈를 하나로 집약되어 있다. ‘품위있는 그녀’는 이런 소재들을 때로는 미스터리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버무려서 묘한 분위기의 드라마로 탄생시킨 작가와 연출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드라마의 인물들이 모두 다 하나같이 음산하다. 왜? 각자 자기의 은밀한 욕망을 깊숙이 숨기고 있으니까. 그래서, 김희선(우아진 역)이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유일하게 맑고 정직하다. 속마음과 겉마음이 일치한 인물로 지금까지 펼쳐져 있는 수많은 사건과 음모를 풀어나갈 열쇠를 쥔 인물이다. 웃을 땐 한없이 밝게, 화날 땐 쿨하게, 솔직하게 표현해 내는 인물이다. 만약 김희선마저도 음산한 인물로 표현됐다면, ‘품위있는 그녀’는 전체적으로 기분나쁘고, 우울하다가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어두운 가운데 그녀 홀로 밝은 기운을 뿜어내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런 캐릭터를 탄생시킨 제작진이 영리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또 하나. 이 캐릭터에 완벽한 옷을 입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김희선의 역량 아닐까, 싶다. 밝은 에너지와 통통 튀는 산뜻함이 그녀 자체에 묻어있었기에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게 아닌가 이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단언하건대, 이 기운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더욱 더 빛을 발하리라.

▫ ‘품위있는 여자’ 음산하고 묘하게 어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기분 나쁘지 않고 재미있는 희한함.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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