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시 '파이어 세일'을 준비하는 마이애미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07 08:10 / 조회 : 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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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주 제프리 로리아 /AFPBBNews=뉴스1


마이애미 말린스가 또 ‘파이어세일'(fire sale) 모드로 들어갔다. 1993년 신생팀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해 팀 역사가 이제 겨우 25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3번이나 대대적인 ’파이어세일‘을 실시한 바 있는 마이애미가 이달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또 한 번의 파이어세일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파이어세일‘이란 화재가 난 업소가 화재현장에서 건져낸 물건들을 원가 이하의 헐값으로 처분하는 ’폭탄‘ 세일을 말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고액 연봉을 받는 팀의 주축선수들의 대부분을 유망주들과 교환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구단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선 흔히 보기 힘든 일이지만 마이애미는 이미 지난 1998년과 2005년, 그리고 2012년에 대대적인 파이어세일을 실시한 바 있어 올해 다시 파이어세일에 나선다면 벌써 팀 역사상 4번째이자 지난 5년 만에 두 번째가 된다.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습적인 ’폭탄세일‘ 전문이다.

마이애미는 다음 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주최한다. 메이저리그의 축제 이벤트를 주최하는 팀은 대개 자기 팀과 팀 내 스타들에 홍보에 열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마이애미의 경우는 지금 생각이 다른데 가 있는 상황이다. 포수 A.J 엘리스는 “선수들로선 매우 힘든 상황”이라면서 “언제 트레이드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벼랑 끝에 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 마이애미에서 선수생활 대부분을 해 온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현재 마이애미는 38승45패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에 올라있다. 지구 선두인 워싱턴 내셔널스(50승34패)와는 11.5게임차로 뒤져있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까마득히 뒤져 있다.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시즌을 포기하기엔 이르지만 심적으로 이미 오래전에 레이스를 포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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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카를로 스탠튼./AFPBBNews=뉴스1


현재 마이애미 구단은 재정적으로 출혈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마이애미가 매물로 나온 이후 팀 재정서류를 열람한 한 투자자에 따르면 올해 마이애미의 예상 적자규모는 6,200만달러에 달한다. 그중 상당 부분은 5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로 인한 금융비용에서 기인한 것이며 부채규모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 올해 개막전 기준 선수 연봉 총액은 1억1,600만달러로 팀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특히 문제는 앞으로 지불해야한 미래 선수연봉 액수가 무려 4억8,800만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엄청난 미래 연봉 부담액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다. 뉴욕 양키스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특히 마이애미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2만904명에 불구, NL 최하위이고 로컬 TV 중계권료 수입도 오는 2020년까지 연간 2,000만달러에 불과해 역시 리그 꼴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이 쩍 벌어지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는 팀을 매물로 내놓고 최소한 11억달러에서 13억달러에 팀을 매각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억5,850만달러에 사들였던 팀을 15년 만에 거의 7~8 배로 뻥튀기시킬 전망이다. 구단 매입을 원하는 후보 가운데는 전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를 중심으로 한 투자그룹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현재 팀 재정상태가 워낙 좋지 않고 특히 장래 지불해야 할 연봉 부담 규모가 엄청나기에 투자자들이 선뜻 베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팀을 사들인 새 오너 그룹이 부임하자마자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페이롤 감축에 돌입한다면 출발부터 팬들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갈등과 부담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현 오너그룹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 팀을 매각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구단주 로리아는 이번 파이어세일에서 잠재적인 구매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팀의 고액 연봉선수들을 가능한 모조리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르셀 오수나, 크리스천 옐리치, AJ 라모스 등은 물론 불과 3년전 장장 13년에 걸쳐 3억2,500만달러라는 역대 최고액에 계약했던 슬러거 쟌카를로 스탠튼까지도 세일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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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고든. /AFPBBNews=뉴스1


물론 누가 스탠튼의 엄청난 계약을 선뜻 떠맡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스탠튼은 이 엄청난 계약을 사인할 때 ‘노 트레이드’ 권리도 얻었으나 마이애미의 파이어세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조항을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하는 배에 그냥 남아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새로 시작하는 팀의 발목을 잡는 일도 되기에 그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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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튼(27)은 자신 앞에 높여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난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또 어떤 소문이 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구장에 와 이기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는 것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정말 힘들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느낌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이제는 거의 마비가 온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8년째 마이애미에서 뛰며 4차례 올스타로 뽑힌 스탠튼은 아직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긴 위닝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가 뛰는 동안 마이애미는 한 번도 지구에서 3위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고 디비전 승자에 15게임 안쪽으로 근접하지 못했다.

사실 마이애미는 지난해 9월 에이스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가 보트사고로 사망한 뒤 바로 팀 재건작업에 들어갈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호세(페르난데스)가 그렇게 된 후 우리는 두 명의 특급 투수를 데려올 자원은 없었고 마이너 시스템에도 그에 버금가는 선수가 없었다”면서 “그렇기에 정말로 심각하게 팀 리빌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리아 구단주는 바로 리빌딩에 들어가는 것은 커뮤니티와 페르난데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이를 중단시켰는데 결국은 어차피 닥칠 일을 1년 후로 미룬 것에 불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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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매팅리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번 파이어세일은 마이애미가 지난 1998년과 2005년, 2012년에 실시했던 파이어세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그나마 마이애미 팬들에겐 한 가닥 위안이다.

과거 파이어세일때는 구단이 팀의 성적을 포기하면서 구단의 연봉 부담을 줄이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면 올해의 경우는 이미 팀이 현 상태에서 정상에 도전하는 팀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기에 모든 것을 허물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건설적인 의미가 크다.

현재 1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고 있고 팜시스템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팀을 재건하려면 사실상 파이어세일 외엔 다른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파이어세일을 통해 현재 완전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팜시스템을 재충천시키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년 후를 내다보는 리빌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이애미에 대한 평가다. 그를 위해선 이번 파이어세일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일 수도 있다.

결국 구단의 처지를 이 지경으로 만든 현 구단주 체제가 물러나면서 파이어세일을 통해 새 구단주가 구단 재건작업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마이애미 팬들로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고액 연봉선수들을 팔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데 그 파이어세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구단의 순조로운 매각과 향후 수년의 리빌딩 작업의 성패가 걸려있는 셈이다.

당장 내년부터 3년 연속 선수 옵션을 포함, 거의 6,0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는 첸웨인 같은 경우는 트레이드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3억달러 이상이 남아있는 스탠튼의 경우는 그래도 트레이드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스탠튼을 데려갈 임자를 찾을 수가 있을까. 메이저리그의 축제인 올스타게임 개최를 앞두고 팀을 공중 분해시킬 파이어세일을 준비하고 있는 마이애미의 심정이 착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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