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흥미진진.. '와일드 와일드 NL 웨스트'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7.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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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후 환호하는 다저스 덕아웃.


2017 메이저리그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올스타 휴식기는 다음 주지만 실제론 대부분 팀들이 이미 162경기 시즌의 중간지점인 81번째 경기를 치렀고 뉴욕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이애미 말린스 등 3팀이 4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올 시즌 마지막으로 81번째 경기의 반환점을 돈다.

시즌 전반기에 가장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진 디비전은 단연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다. LA 다저스가 현재 55승29패(승률 0.655)의 성적으로 NL 전체 승률 1위에 올라 있지만 서부지구에서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52승31패, 승률 0.627)와 격차는 2.5게임에 불과하다. 이어 콜로라도 로키스가 48승36패(승률 0.571)의 성적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승률로 계산하면 다저스는 시즌 106승, 애리조나는 101.5승, 콜로라도는 92.5승을 올리는 페이스다. 불과 2주전으로 시계를 돌린다면 3팀 모두 시즌 100승을 넘기는 페이스였다.


지난달 21일까지 이들 3팀의 성적을 보면 콜로라도가 47승26패로 1위, 다저스가 46승26패로 반게임차 2위, 애리조나가 44승27패로 3위였다. 그런데 이후 콜로라도는 시즌 최악 8연패를 포함, 최근 1승10패의 슬럼프에 빠져 3위로 미끄러진 반면 같은 기간 중 다저스는 9승3패, 애리조나는 8승4패로 상승세를 유지하며 1, 2위로 올라섰다. 콜로라도는 최근 하락세에도 불구, 승률 0.571로 NL 전체에서 승률 4위(3위는 워싱턴 내셔널스- 0.585)인데 아메리칸리그(AL) 전체에서 현재 콜로라도보다 승률이 높은 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0.675)와 보스턴 레드삭스(0.573) 뿐이다.

이들 3팀이 펼치는 NL 서부지구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서부극 드라마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사실 콜로라도가 8연패의 미끄럼을 타기 전까지 이들 3팀은 모두 승률 6할을 넘기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한 리그(NL 또는 AL)에서 3개 팀이 승률 6할을 넘긴 경우는 단 3번뿐이었고 그 3팀이 모두 같은 디비전이었던 경우는 40년 전인 1977년 AL 동부지구의 뉴욕 양키스(0.617)와 볼티모어 오리올스(0.602), 보스턴 레드삭스(0.602)가 모두 승률 6할을 넘긴 것이 유일했다. (지난 2015년 NL 중부지구에선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0.617)와 2위 피츠버그 파이리츠(0.605)에 이어 3위 시카고 컵스가 승률 0.599를 기록, 아슬아슬하게 ‘한 지구 3팀 6할 승률’ 기록을 놓친 바 있다.)

과연 NL 서부지구 빅3의 레이스는 후반기에도 이런 맹렬한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 이들 3팀이 팀 타격과 피칭의 여러 부문에서 대부분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저스와 애리조나는 팀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 탈삼진에서 모두 NL 1, 2위에 올라있고 콜로라도는 세이브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타격에선 다저스와 애리조나, 콜로라도가 득점부문에서 NL 2, 3, 4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출루율에선 2, 3, 5위, 팀 타율에선 7, 3, 2위, 장타율은 6, 2, 7위를 달리는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모습이다.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콜로라도가 최근 난조에서 벗어난다면 NL 서부지구의 ‘삼국지’는 후반기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7시즌 NL 순위(7월3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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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다저스는 ‘슈퍼 루키’ 코디 벨린저의 역사적인 파워 스타트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이끄는 탄탄한 투수진을 앞세워 올해 득실 부문에서 +15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승률 1위인 휴스턴의 시즌 득실(+124)보다도 거의 30점이나 앞선다. 전체적으로 볼 때 3개 팀 가운데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애리조나도 만만치 않다. 에이스 잭 그렌키(10승4패, 3.05, 124삼진)와 로비 레이(8승4패, 3.06, 128삼진)의 올스타 선발 원투펀치가 떨치는 위력은 다저스가 부럽지 않고 리그 MVP 후보인 폴 골드슈미트(타율 0.316, 19홈런, 66타점, 13도루)가 이끄는 타선도 기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반면 콜로라도의 경우는 최근 슬럼프로 인해 1, 2위와 간격이 다소 벌어지고 뒤로 처지고 있는 느낌이지만 아직 후반기 추락을 점치기엔 이르다. 콜로라도의 경우는 올해 팀이 주축 선발로 예상했던 채드 베티스, 존 그레이, 타일러 앤더슨이 질병과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 와중에서도 시즌 전반기에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승률을 올렸다는 저력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루키 투수들의 선전이 눈부셨다. 카일 프리랜드(8승6패, 3.84), 안토니오 센자텔라(9승3패, 4.68), 저만 마케스(5승4패, 4.38), 제프 호프맨(4승1패, 4.04) 등 4명의 루키 선발투수들은 이들의 빈자리를 거의 완벽하게 메워줬다.

그리고 이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에선 발 부상을 털고 복귀한 에이스 그레이가 지난 1일 약 3달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애리조나를 상대로 6이닝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7안타 2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내 팀의 8연패 행진을 멈춰 세웠다. 그레이와 또 다른 베테랑 타일러 채트우드(6승8패, 4.32)가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루키 선발들이 초반의 페이스를 유지해 준다면 콜로라도 역시 최근 슬럼프를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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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아레나도. /AFPBBNews=뉴스1



놀란 아레나도, 찰리 블랙먼, 마크 레이널즈 등이 이끄는 콜로라도 타선의 파괴력은 항상 믿을 수 있을 만큼 꾸준하기에 최근 추세에도 불구, 콜로라도는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팽팽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지만 각종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의 예측 시스템들은 모두 다저스의 디비전 우승가능성을 압도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 다저스가 지난 4년간 매년 91승 이상을 올리며 지구 우승을 휩쓴 반면 콜로라도는 지난 2010년, 애리조나는 2011년 이후 승률 5할을 넘은 적이 없는 팀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는 지난 오프시즌 전력보강에서도 특별한 사안이 없었던 구단들이다. 시즌 전반기의 뜨거운 출발에도 불구, 후반기엔 승률 5할선에 머물다가 결국 다저스에 상당한 차이로 2, 3위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이들 예측 시스템들의 공통된 전망들이다.

하지만 그런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을 말해주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우선 애리조나와 콜로라도의 전반기 호조가 선수 몇 몇의 지속이 힘든 상승세에 기인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콜로라도의 선발진은 사실상 올해 트리플A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선수들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에이스 그레이가 얼마전 돌아왔고 고환암 진단을 받고 전반기에 뛰지 못했던 2선발 베티스와 부상 중이던 앤더슨도 조만간 돌아올 예정이어서 후반기에 선발진이 더욱 안정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타선에서 레이놀즈(타율 0.286 19홈런 61타점)가 타율과 OPS 등에서 커리어 최고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페이스가 시즌 내내 지속하기가 힘든 수준까지는 아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 D.J. 드메이휴, 트레버 스토리 등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후반기 들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돌아와도 콜로라도의 파괴력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애리조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J. 폴락이 전반기에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30경기 이상을 결장한 가운데서도 골드슈미트와 제이크 램(타율 0.282, 18홈런, 65타점), 크리스 오윙스(타율 0.297, 12홈런, 49타점)이 이끄는 타선이 리그 정상권을 유지했는데 폴락이 후반기에 돌아와 지난 2015년 수준의 파괴력(0.315 20홈런 76타점)을 보탠다면 이미 탄탄한 타선에 더욱 파괴력을 보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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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그레인키./AFPBBNews=뉴스1


투수진에선 그렌키가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생애 첫 올스타로 뽑힌 레이가 전반기 상승세를 후반기에도 유지할 지가 관건이다. 셸비 밀러의 시즌 아웃으로 선발진의 층이 다소 엷은 것이 약점이지만 타주안 워커(6승3패, 3.30)과 잭 가들리(3승2패, 2.67), 패트릭 코빈(6승7패, 4.76)이 전반기와 비슷한 수준만 유지해준다면 끝까지 다저스를 추격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들이 추격하는 다저스는 어느 한두 명 스타가 아닌 팀 전체의 고른 활약을 바탕으로 리그 승률 1위에 올라있어 후반기에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선두자리를 쉽게 내줄 팀이 아니다. 하지만 전반기에 그야말로 역대급 출발을 보였던 루키 벨린저(타율 0.260, 24홈런, 56타점)의 맹렬한 기세가 시즌 내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고 그렇게 될 경우 타선의 파괴력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크리스 테일러(타율 0.270, 10홈런, 39타점)와 저스틴 터너(타율 0.382)의 경우도 전반기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있다.

투수진도 마찬가지다. 다저스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이 NL 1위임에도 불구, 투수진에 대한 자신감이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심지어는 에이스 커쇼(12승2패, 2.32)조차 과거의 압도적인 모습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무패의 알렉스 우드(9승, 1.83)와 브랜든 맥카시(6승3패, 3.25)도 전반기의 모습을 계속 이어가긴 힘들다는 평이다. 리치 힐(5승4패, 4.00)은 전반기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마에다 겐타와 류현진의 경우는 매 등판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믿었던 유망주 훌리오 우리아스는 어깨 수술을 받고 전열에서 이탈해 다저스는 리그 1위의 평균자책점에도 불구,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선발투수 영입을 최고 우선순위로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다저스가 전반기동안 전체적으로 빼어난 성적에도 불구,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를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했다. 후반기 전망을 살펴보면 다저스의 경우는 투타에서 모두 전반기보다 향상될 가능성보다 현상 유지나 후퇴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반면 애리조나와 콜로라도의 경우는 올라올 여지가 더 많아 보인다. 시즌 막판 NL 서부의 ‘삼국지 레이스’가 더욱 불꽃을 튀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6연승으로 살아나고 있고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의 복귀도 가까워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즌 후반기에 ‘고춧가루 부대’로 가세한다면 더욱 흥미 만점의 와일드한 서부극 드라마가 펼쳐질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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