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최충연 불펜 묘수와 김한수 감독의 의연함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06.27 10:00 / 조회 :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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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주간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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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충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이 달라졌다. 투, 타 짜임새를 갖췄다. 꼴찌 탈출을 넘어 중위권을 노려볼 만하다.

4월만 하더라도 100패 이야기가 나오던 삼성이 어디서부터 달라 졌을까? 가만히 살펴보면 최충연과 장원삼의 공이 크다. 특히 최충연의 불펜 전환이 '묘수'로 작용했다. 최충연, 장원삼이 롱릴리프와 추격조 역할을 완벽히 수행 중이다. 선발이 빨리 교체되면 중간에서 길게 버텨줘 불펜 과부하를 해소했다. 그러면서 장필준이 마무리에서 안정을 찾았다.

기대를 모았던 레나도가 개막 직전 부상을 당했다. 최충연, 최지광이 급한대로 로테이션을 돌았다. 고졸 신인들에게는 사실 버거운 임무였다.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선발은 선발대로, 불펜은 불펜대로 다 힘들었다. 투, 타 부조화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레나도가 복귀하면서 최충연은 보다 편한 보직으로 이동했다. 불펜에서는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라 박빙의 승부에서는 들쑥날쑥 했다. 하지만 뒤지는 상황에서는 자기 공을 던졌다. 장원삼이야 원래 능력이 있는 투수였다. 장필준이 뒷문을 든든히 지켜주면서 삼성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반전은 역시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다. 러프의 4월 타율은 0.150이었다. 2군에 다녀와서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14홈런 58타점으로 현재 리그 홈런 7위, 타점 2위다. 동시에 구자욱이 감을 찾고 이승엽도 가세했다. 투, 타의 긍정적인 연쇄효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모든 대목에서 김한수 감독의 끈기가 엿보인다.

외국인 선수는 4월 초반부터 무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다. 여름을 넘어 길게 봐야 판단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비난의 화살은 온전히 감독에게로 향한다. 감독이 견딜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면피를 위해 기대 이하의 선수를 데려온 구단 탓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한수 감독은 타격코치 출신답게 러프의 장점을 알아봤다. 끌어 안고 기다렸다. 스윙 메카니즘이라든지 선구안, 파워 등 나름 판단을 하고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선수단 전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의연함이 느껴졌다. 초보 감독이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바로 물갈이다. 삼성이 왕조를 걸었던 팀이지만 올해 초에는 누가 봐도 답이 없었다. 올해는 포기하고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를 하겠다는 '명분'이 매우 충분했다. 어차피 이번 시즌 틀렸다면 젊고 어린 선수들 위주로 다 바꿔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냥 버티고 있었다. 표정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를 닥달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봤을 때 팀 분위기도 꼴찌팀 같지 않았다. 감독이 흔들리면 선수들이 제일 먼저 느낀다. 김한수 감독은 그걸 다 꿋꿋이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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