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저격한 아이스크림男을 찾습니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6.26 10:22 / 조회 : 5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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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류승완 감독/사진='군함도' 스틸


류승완 감독이 아이스크림 스캔들에 휘말렸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그럴껄'이란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글을 올렸다. '어그럴껄'은 자신을 영화 '군함도'에 징집된 조선인으로 고정 출연했던 단역 배우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촬영현장이 시나리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배우들의 강제징용이었고, 하루 12시간 넘는 촬영이 태반인데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햇빛에 얼굴에 화상을 입고 분장도 불가능할 정도로 얼굴이 일어났는데 선크림을 못 바르게 했다, 류승완 감독이 스태프와 소속사가 있는 배우들만 아이스크림을 사줬는데 현장의 38명 조선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칫 갑을의 횡포로 비출 수 있는 중요한 문제 제기다. 강제징용과 임금 미지급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면서 실제 촬영 여건이 '어그럴껄'의 주장대로였다면 큰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 주장을 '아이스크림 스캔들'이란 명명한 건, 아이스크림 외에는 석연찮은 주장이 많은 탓이다.

'어그럴껄'은 최저 임금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고 하루 12시간 넘는 촬영이 태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하다. '군함도'는 보조 출연자가 많다. 보조 출연자 중에서 그냥 단역과 연결단역이 있었다. 단역은 잠깐 등장하며, 연결단역은 영화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보조출연자를 말한다. 연결단역은 탄광에서 일하는 조선인 단역과 조선인 여자, 그리고 일본인 등이다. 대략 80여명이다.

'군함도' 제작사에 따르면 잠깐 등장하는 단역은 시간당 페이가 낮 촬영은 9142원, 밤 촬영은 1만 2333원을 지급했다. 이 페이에서 소개업체가 수수료를 제한다. 수수료는 통상 20%다. 2016년 최저 시급이 6470원이니, '어그럴껄'이 주장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군함도'는 촬영 현장이 혹독한 것을 감안해 여느 영화 단역 시급보다 높게 책정됐다.

'어그럴껄'이 강제징용 조선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니 연결단역을 맡았다는 뜻이다. '군함도' 연결단역은 회당 계약했다. 제작사에서 에이전트에 회당 12만원을 지급하고,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제하고 10만원을 지급했다. 회당 계약금을 줬다는 건 2시간을 찍어도 12만원을, 6시간을 찍어도 12만원을 지급했단 뜻이다.

그러니 최저임금도 못 미쳤다는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12시간이 넘는 촬영이 태반이었다는데, '군함도'는 115회차 중 12시간 넘는 촬영은 5번 가량이었다. '군함도'는 스태프 표준계약서가 적용된 현장이다. 12시간 넘는 촬영은 추가임금을 줘야 한다. '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이런 상황을 공지하고 추가임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뭐가 됐든 12시간이 넘는 촬영이 태반이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그럴껄'은 분장을 하고 선크림을 못 바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탄광 노동자 분장을 하고 선크림을 바르면 안된다. 상식이다. 분장이 지워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카메라에 어떻게 잡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검은 분칠을 하기 위해 물감을 분무기로 몸에 뿌리는 데, 이 용액에 유분이 들어있어 선크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상식과 사실이 다른 주장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게 아이스크림이다. 그는 류승완 감독이 80명이 넘는 스태프와 소속사가 있는 배우들만 아이스크림을 주고, 38명 가량의 단역들에겐 안 줬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어그럴껄'은 서러워서 숙소에서 아이스크림을 3개씩 먹었다고 토로했다.

'어그럴껄'만 아이스크림을 못 먹었을 수 있다. 그러니 스캔들이다. 희한한 건 '군함도'는 스태프와 소속사 있는 배우들을 포함하면 적게는 150여명에서 200여명 가량 정도 된다. 그날만 80여명이었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아이스크림 스캔들이다.

물론 제작사쪽 주장은 다르다. 공동제작사 필름케이 김정민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워낙 '군함도' 춘천 오픈 세트가 환기가 안되는 더운 현장이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하루에 두 번씩 아이스크림을 사다 날랐다. 먹기 싫은 사람이 안 먹을 수는 있지만 누구만 주고 누구는 안 줬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어그럴껄'만 못 먹을 수 있다. 하루 두 번 제공했지만 그만 못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어그럴껄'을 찾고 싶다. 그의 반론을 듣고 싶다.

안타깝게도 '어그럴껄'은 해당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가 그럼 제작사에 확인해보자는 댓글들이 올라오니 곧 삭제해버리고 말았다. 해당 사이트에 '어그럴껄'이란 아이디로 올린 글이 있나 검색해봤지만 없다. 이미 그 글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퍼지고, 단독이라며 기사화도 됐지만, 정작 아이스크림 사연을 확인할 바가 없다. 안타깝다.

실제 '군함도' 촬영 현장은 혹독했다. 춘천 오픈 세트장은 군함도 탄광과 비슷하게 만들다 보니 환기가 잘 안됐다. 여름에는 덥고 습했고, 겨울에는 추웠다. 때문에 제작사는 주연배우 쉼터 뿐 아니라 단역 배우 쉼터도 따로 만들었다. 탈진을 대비해 비타민 주사를 주조연, 단역 가리지 않고 제공했다. 현장에는 만일을 대비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피지컬 트레이너 두 명이 상주했다.

식단도 주조연 배우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제공했다.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이라 살이 찌지 않고 마지막까지 진행돼야 했기에, 모든 배우들 식단을 같이 맞췄다.

'군함도' 제작사는 지난해 추석에 연결단역으로 출연한 80여명의 배우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연결단역들까지 추석 선물을 보낸 영화 제작사는 드물다. 그럼에도 '어그럴껄'만 추석 선물을 못 받았는지 궁금하다. '군함도' 제작사는 쫑파티에 연결단역도 전부 초대해 술잔을 나눴다. 그럼에도 '어그럴껄'만 초대를 못 받았는지 궁금하다.

'어그럴껄'은 "영화인으로서 류승완 감독은 그간의 작품들을 높이 평가하진 않았다. 이 영화를 찍고 류 감독 영화는 다신 안보리라 다짐했다"고 저격했다. 류승완 감독 영화에 대한 비평은 개인의 취향이다.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사실인양 퍼뜨리는 건 무책임하다. '어그로'를 끌려 했다면 성공했지만, 곧장 사라지는 건 비겁하다.

아이스크림男(남) '어그럴껄'의 반론을 듣고 싶다. 아이스크림男이란 한 건 탄광에서 일하는 연결단역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 '군함도'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는지, 12시간이 넘는 촬영이 태반이었는지, 정말 아이스크림을 못 먹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아이스크림男의 연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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