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쏙쏙골프] 비오는 날의 수채화, 여름날의 雨中 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6.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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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뭄이 하도 길어 골프를 못 치는 한이 있더라도 비가 왕창 내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의 골프 열정은 남다르죠. 중국 캐디가 한 소리인데 비오는 날, 날뛰는 건 딱 둘이랍니다. 개구리와 한국 골퍼. 이건 열정이 아니라 극성 수준입니다. 저 멀리 중국까지 갔으니 본전 뽑으려고 비에 아랑곳없이 골프를 강행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차로 한시간 가량 운전해 골프장 도착하니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골프치기도, 그만두기도 애매한 상황인데, 같이 간 일행의 강행 주장으로 어쩔수없이 필드로 발걸음을 향하기도 합니다.

저도 1년에 한번 정도는 골프장에 가서 아침밥만 먹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부슬 부슬 비가 내릴 때는 정말 고약합니다. 그냥 밥만 먹고 갈수가 없으니... 비 올 경우의 진행 상황에 대해 팁을 드릴까 합니다.

비가 많이 올거라고 전날 예보된 경우는 참 애매합니다. 예보만으로는 취소가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골프 주선한 사람(주선자)이나 단체 모임의 총무에게 전날 저녁부터 동반자들의 전화가 빗발칩니다. “낼 골프 못하는 거지? 지금 술집인데, 술 왕창 마셔도 되는거지?”에서 부터“지금 골프장에 전화해서 취소 좀 시켜봐~”라는 생떼까지 주선자나 총무는 멘붕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선자나 총무는 밤잠을 설치게 됩니다. “내일 비가 안와야 될건데,,,” 혹은 “아예 올거면 왕창 내려야 하는데...”등 걱정을 안고 누웠으니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죠. 거기에다 티업이 아침 이른 시간이라면 더 머리가 지근거리죠.

골프장 프런트 직원들은 대개 오전 5시반쯤 출근하는데, 5시 10분께는 일어나 연락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강우량이 틀리므로, 비가 적게 오거나 거의 안 올때는 동반자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진행!”사인을 보내야 합니다.

비가 어중간하게 내려 골프장에서 취소를 받아 주지 않을때는, 일행들의 원성을 듣더라도 “강행!” 사인을 보내야죠.

투덜거리며 골프장엘 갔는데, 빗줄기가 세져 부득이 취소를 하게 되면 일행들의 원망어린 눈초리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주선자나 총무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비가 많이 와 취소가 가능하다는 직원의 소리를 들으면 정말 무슨 복음(福音)을 듣는 것 같은 기쁨을 느낍니다. 취소 사인을 내고는 바로 잠자리에 들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주선자나 총무가 아닌 분들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헤아려서 절대로 “어떡할거야~”라고 압박을 가하면 안됩니다. 전날 취소는 안되므로, 다음날 아침(혹은 새벽) 주선자나 총무의 연락을 점잖게 기다려야 합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는 예보가 있어 골퍼들에겐 다행입니다. 7월 강우량은 평년보다 적고 오는 29,30일에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돼 7월초 내륙지방으로 확산된다는 정도입니다.

올해는 비가 ‘정말 고마운 비’입니다. 라운드 도중 비가 내리면 “아, 이런 비는 좀 맞아도 돼~”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샷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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